금옥몽(속 금병매)<182>
요공은 배가 전복되는 사고를 격었으나
불력으로 낙가산 해변에서 극적으로 모자 상봉을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월명주(月明珠)가 점점 음기가 충만해지면 대합조개는
추석 날 달밝은 밤에 갑자기 입을 벌려서 자기가 수백년 동안 닦아온 음기를 방출하게 되는데,
그 빛이 마치 무지개처럼 영롱하게 달까지 뻗치게 마련이었다.
이 때, 용왕이 광채가 발산되는 곳으로 쫓아오면,
대합조개는 다시 재빨리 입을 다물고 깊은 바닷속으로 숨지만
간혹 동작이 빠르지 못해 용왕에게 음기를 몽땅 빨리고 병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월명주의 음기를 흡취한 용왕은 천년을 더 장수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이 구슬을 여의주(如意珠)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날은 경우가 달랐다.
두마이의 용이 나타난 것은 대합조개가 발산하는 음기 때문이 아니라
요공의 몸에 지닌 백팔 진주 염주가 발산하는 음광(阴光)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공이 가부좌 하고 앉아서 신비한 불력(佛力)을 펼쳐내자
용(龙)들도 감히 진주 염주를 탈취하지는 못하고 도리어
일진광풍을 불게해서 드디어 모자 상봉을 앞당겨 이루어 주게 하고 말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요공과 대안이는 다행히 눈을 떳다.
요공이 눈을 떠보니
눈 앞에는 스승 설간 (雪间)스님이 근심어린 모습으로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모여 요공과 대안을 에워싸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눈을 뜨자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깨어났다!
살아났어, 살아났다구!"
"아미타불!
요공아, 정신이 드느냐?"
설간 스님이 따뜻한 눈빛으로 제자 요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공은 몸을 일으키며 두 손을 모아 스승에게 합장의 예를 드렸다.
"아미타불!
스승님, 여기가 대체 어디입니까?"
"바로 성지 낙가산이니라!"
설간 스님이 요공의 손을 잡으며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근심스럽게 요공을 바라보며 옆에 서있는 한 비구니를 가리키며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요공아, 이 분이 네가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네 속세의 모친이니라!"
"네엣?
이분이 제 어머님?"
"요공아!
네가 정말 내 아들 효가이더냐?"
요공이 자기 아들 효가임을 확인하고 나자 요공을 부둥켜 안고 대성통곡을 하였다.
요공도 어머니 월랑을 끌어안고 함께 통곡을 하였다.
"어머니!
소자가 틀림없는 효가입니다.
그런데 어머님 얼굴이 이렇게 반쪽이 되셨어요?
불효자 효가의 절을 받으십시오."
십여년동안 헤어져 피눈물을 흘리고 애간장이 타도록 그리워하며
생사고비를 수없이 넘긴 두 모자의 극적인 상봉이었다.
옆에서 그 극적이고 눈물겨운 모자 상봉을 보고 있던 수많은 순례자 들도
모두 부처님의 자비라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쳤다.
"허허,
출가한 사람들이 어찌 이리도 속세의 정에 약하단 말인가?"
설간 스님이 모자의 애잔한 눈물을 보며 말로는 탓을 했지만
그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설간 스님은 고개를 들고는 사방을 돌려 보았다.
낙가산은 산에 거친 바위들만 우뚝우뚝 솓아 있는 황량한 산이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설간 스님은 무릎을 꿇고 앉아 간절히 기도를 하기 시작 하였다.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
제자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오직 보살님을 뵙고 신통(神通)함을 구하고자
만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달려왔나이다!
부디 이 우매한 중생들이 관세음보살님의 불력을 우러러 보며
선행을 변함없이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바랍니다."
그때였다.
따스한 해풍(海风)이 솔솔 불어 왔다.
그러더니 앞에 펼쳐진 바다위에 수백개의 연꽃이 피어나고
연꽃위에 관음보살이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채 연꽃 마다 앉아 계셨다.
"아앗!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셨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님이 저렇게 많이 보이시다니!"
그랬다!
수없이 많은 관세음보살이 수백개의 연꽃위에
인자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고는 수많은 가엾은 중생들을 바라보고 계셨던 것이다.
순례자들은 모두 그자리에서 오체투지(五体投地)의 절을 하며
관세음보살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공을 드리기 시작한지 만 하루가 지나갔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순례자들은 아무도 배고파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았을 때에는 오색연꽃이 울긋불긋 피어 있었고
역시 연꽃 위에는 꽃마다 관음보살이 앉아 계셨다.
너무나 신비스럽고 아름다웠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모든 순례자들은 황홀한 선경(仙境)을 넋을 잃고 바라보며 입으로는 열심히 불경을 암송하였다.
그러다 따스한 바람이 불자 오색연꽃이 사라져 버렸다.
이번에는 낙가산 절벽위에 금색매화(金色梅花)가 피어났다.
줄기는 황금같고 꽃은 백옥같은데 향내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꽃잎이 떨어져
마치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듯 했다.
그러더니 이름모를 수많은 아름다운 새들이 날아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낙가산은 어느덧 선경과 다름없는 천국(天国)이 되었다.
설간 스님은 문득 어떤 깨우침이 머리를 스치자 낭랑한 목소리로 순례자들에게 전해 주었다.
보이는 것이 참이 아니니
불가의 세계는 이러하도다.
넓은 바다 또한 거품 같은 것,
공중 연꽃 또한 신기루이리라!
넘실대는 바다 위에 형형색색 만발한 연꽃,
전능하신 관음보살 그위에 앉으셨다.
부처님은 원래 실체가 없나니,
하늘과 물 또한 그러하구나!
바다는 향기(香气) 낳고,
향기는 색(色)을 낳는 구나,
그 모두가 없어지니,
석녀(石女)도 하늘나라 여인되리.
헤어졌던 혈육도 만나보니 서로를 잊는 구나.
만나고 잊는 공(空)의 세계, 머무름도 없구나!
순례자들을 깨우쳐준 설간(雪间) 스님은
요공과 작별하고 혼자서 낙가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나머지 참배객들은 모두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왔다.
소옥이 기다리고 있는 숙소로 돌아온 요공은
모친 월랑에게 정식으로 여덟번 절을 올리고, 노 비구니 에게도 감사의 절을 올렸다.
일행은 다음날 인근의 큰 절에 가서 감사의 예불을 올리고 귀향길에 올랐다.
귀향길은 요공을 찾기 위하여 출발했던 때와는 달리 매우 신속하고 순조로왔다.
임안(临安)에 도착한 일행은 다시 배를 타고 양주(扬州)에 갔다.
그 뒤로는 육로(陆路)로 맹옥루가 기다리고 있는 호심사로 갔다.
맹옥루는 월랑과 효가 요공 스님을 부둥켜 안고 한없이 울었다.
죽은 아들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맹옥루도 타향인 그곳에서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무작정 있을 수 만은 없었기 때문에
남편과 시아버지 동생과 아들을 모두 화장 하여 절 뒷 산에 뿌린뒤
월랑 모자와 대안 소옥을 따라 고향 산동 청하현을 향해 함께 길을 떠났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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