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요공은 낙가산 성지도 참배하고 어머니도 만나볼겸

오토산 2021. 7. 20. 18:50

금옥몽(속 금병매) <181>
요공은 낙가산 성지도 참배하고 어머니도 만나볼겸

대안과 함께 가다가 배가 전복대고 만다.

그날밤 요공은 대안과 한 이불 속에 나란히 누워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대안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여기서 어머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도 낙가산으로 가보는게 어떨까?
내가 여기 남해에 온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유명한 성지를 못 가보았거든.
그동안에는 어머님을 찾느라 못 갔지만 이제 어머님도 찾게 되었으니

그 곳에 가서 관음보살께 예불도 드릴 겸, 어머님도 빨리 만날 겸 일거양득이라 생각되는데,

대안이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군."

"아,

그렇게 하면야 좋겠지만 배가 있을지 그게 문제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날이 밝으면 배를 물색해 보기로 결정하고 잠이 들었다.
새 날이 밝자 마자 요공과 대안은 일찍 아침 식사를 마치고

소옥은 집을 지키고 있으라는 말을 하고는 배를 물색히기위해 집을 나섰다.

우선 해안이 잘 보이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선착장을 살펴보니

큰 배 한척이 정박해 있는 것이 보였다.

뗏목같이 평평한 배로 시설은 보잘것 없었지만 꽤 견고해 보여

낙가산 근처의 어지간한 높은 파도는 견딜것 같아 보였다.
요공과 대안은 배가 정박해 있는 선착장에 가 보았다.

 

뱃사공은 칠십이 훨씬 넘어 보이는 늙은이었다.
뱃사공의 조수(助手)로 보이는 중년의 사나이들은 두건을 쓰고 도포를 입고 있었다 .

"혹시 낙가산에 가실 수 있나요?"

"왜 낙가산 성지에 참배하려 가시게?"

"그렇습니다."

"거긴 풍랑이 심해 뱃삵을 두둑히 준다면 갈 수 있지요?"

"출가인이 두둑히 치룰 돈이 어디있겠소?
닷전하고 쌀 두대를 드릴테니 보시하는 셈 치고 태워 주시구려, 그려."

그러자 노 뱃사공이 선심 쓰듯이 두 사람에게 타라는 손짓을 하였다.
출항 준비를 마치자 마자 노 뱃사공이 닻을 올리자

순풍을 타고 드넓은 바다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그러나 드넓은 망망대해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날씨가 변하여 한치 앞도 잘 알 수가 없었다.
금방 손에 잡힐 듯 하다가도 한차례 역풍(逆风)을 만나면 앞으로 나아가기는 보통일이 아니었다.
출발 하고 밤이 되었을때 갑자기 광풍이 무섭게 배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배안에 있는 모든 등불이 그 바람에  한꺼번에 꺼져 버렸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속에서 집채만한 파도가 쉴새없이 뱃전을 두들겨대었다.

"큰 일났다!
용왕(龙王)이 나타났다!
용왕이 여의주(如意珠)를 뺏으러 나타났다!"

사공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돛을 내리고는

어떻게 해서든지 배를 구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썼다.

"용왕이 여의주를 뺏으러 나타났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 와중에 선원들의 말 소리를 들은 요공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노 뱃사공에 물었다.
노 뱃사공은 스며드는 물을 결사적으로 퍼내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아 이 정신없는 판에 그런걸 왜 물어보나,

여의주를 몸에 지닌 천년 묵은 대합조개가 입을 벌리면 무지개 빛이 용궁까지 퍼지는데,

그러면 용왕이 그 빛을 보고 여의주를 뺏으러 나타난다구.
그래서 이렇게 파도가 거세지는 게야!

그 여의주를 뺏기면 큰일이 나!
배가 뒤집힌다구!
용왕이 좋아서 발버둥을 치며 춤을 추거든!"

"그 대합조개가 왜 입을 벌리죠?"

"그 영물은 달빛을 먹고 살거든.
그래서 달빛이 가장 밝은 날 입을 벌린다는데,

오늘은 달도 안 밝은데 이게 웬일인지 모르겠어?"

"그럼,

우린 이제 꼼짝없이 죽는단 말입니까?"

"아이구,

나도 모르겠네.
육십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거센 파도는 처음이야!
혹 관세음보살님의 가호가 있으시면 헤쳐나갈지 모를까?"

그 때였다,

갑자기 깜깜한 바다 속에서 두 줄기의 파아란 불빛이 비치더니,

두 마리의 거대한 신룡(神龙)이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며 솟구쳐 올랐다.

"으아악!
용왕이다!
으아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두마리의 용이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타고 있는 배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빙빙 돌기 시작하자

뱃사공들은 모두 노를 놓고는 배 밑창에 납작 엎드려 살려달라는 말과 염불만 외우고 있었다.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배는 빙글빙글 돌며 금방이라도 뒤집힐것 같았다.
두 마리의 용은 무섭게 이 쪽을 노려보며 더욱 빠르게 배의 주위를 돌았다.
마치 이 배안의 누군가와 싸움을 벌이는 태도였다.

느닷없이 요공은 뱃머리로 올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요공은 정중한 태도로 두 마리의 용을 응시하며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용들은 더욱 미친듯이 날뛰다가 배를 가운데 끼고 마구 달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귓가에는 비바람소리 거친데 칠흑 같은 밤이라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배가 낙가산 가까이에 이르자 용들은 마치 배를 바다속에 내던지듯

'풍덩' 소리와 함께 돗대가 부러지며 결국은 배가 전복되고 말았다.

"으악!
사람살려!"

"으악!
배가 뒤집혔다.
사람살려!"

배에 타고 있던 뱃사공들이 사람 살리라는 절규를 해대며 물속에서 허우적댔다.
순간, 허공에 내동댕이쳐진 요공과 대안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두마리 용이 구슬을 가지고 희롱하는 것은

원래 음양(阴阳)과 수화(水火)의 조화인데 그 속에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도가(道家)의 경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 구슬이 이 세상에 나타나는 과정과

용이 구슬을 가지고 희롱하려는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화(火)"에서 멀리 떨어진 남해 바다에는 천년 묵은 대합조개가 바닷속 깊숙히 숨어 사는데,

매월 보름이 되면 바다 속에서 입을 벌리고 태음(太阴)이 가득 찬 달빛을 받아 숨을 쉬면서

보석 구슬의 씨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이렇게 삼년동안 달빛을 취하게 되면 작은 구슬이 만들어지게 되고,

십년이 지나면 드디어 완전한 구슬 형태가 되어 광채를 고르게 발산하기 시작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일년중 태음의 달빛이 가장 밝고 깨끗한 중추절(仲秋节)때 입을 벌려

그 빛을 흡수하게되면 마침내 그 구슬에 음기(阴气)가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만약 추석날 밤에 날이 흐려 달빛이 밝지 않으면,

그 해는 한해가 아니라 한달로 계산되기 때문에 실제로 십년만에 구슬이 완성 될 수가 없다.
추석날에 그름이 끼어버려 달빛을 취하지 못하면 십년이 아니라 백년이 지나도

구슬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

어쨌든 추석을 아홉번 지내고 만 십년을 채우게 되면,

마치 열달만에 아이를 낳게되는 식으로

순음(纯阴)의 기운이 가득한 신비로운 구슬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월명주(月明珠)라 한다.

그렇다면 용(龙)이 이 월명주를 대합조개로 부터 뺏어서 희롱하려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용(龙)은 원래 순양(纯阳)의 영물(灵物)이니,

두 마리의 용은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건쾌(乾卦)가 중복된 형태인 바,

반드시 지음(至阴)과 짝을 이루어야 완전한 한 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남정네가 여인을 그리워하며 아내로 삼으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였다.
대합조개가 구년만에 순음의 구슬을 탄생시키고,

다시 수십년이 지나서 그 구슬이 아름다운 음기(阴气)를 발산하게 되면

그 사실을 눈치챈 용왕이 그 구슬을 뺏으려 덤비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대합조개도 만만찮은지라 용왕이 월명주를 뺏으러 덤벼들면

달빛을 한껏 들이마신 뒤 깊은 바닷속의 굴속에 숨어 버리곤 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