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80>
대안은 요공을 만나 함께 돌아 왔으나
기다리다 지친 월랑은 먼저 낙가산으로 갔다.
울창한 송림속에 조그마한 암자짓고,
석가모니 뜻을 따라 조용희 수행하네.
산새는 절로 울고 가을은 깊어가니,
흰 구름 엷어지며 겨울비는 추적추적.
깨우침을 못 얻나니 부처님께 송구하네,
문장만은 뛰어나사 공맹이 우습구나.
어두운 밤 길고 길어 근심걱정 남았구나,
초당에 홀로 누워 등불만 지키고 있구나.
관세음보살이 고행을 하였다는 남해의 성지(圣地) 낙가산(落伽山)은
육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절해(绝海)의 무인고도(无人孤岛)였다.
그 주위 바다 수심이 엄청나게 깊은데다가 수시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쳐
불공을 드리려 가는 불자들을 태운 배가 거센 풍랑을 만나면 뒤집혀 죽는일도 빈번 하였다.
그러하니 웬만한 불심이 깊지 않은 신도들은 애시당초 바다를 건너갈 마음도 못 먹고
육지끝에서 낙가산을 바라보며 향불을 피우고 불공을 드리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불심이 바다처럼 깊고 넓은 월랑이 그저 멀리 바다에 떠있는 낙가산을
멀리서 바라보고 향불만 올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기여코 낙가산에 올라가서
관음보살 명상하며 불공을 드리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던
노 비구니 스님 월랑의 스승은 어서 가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월랑 역시 스승이 채근 하지 않아도 한시바삐 낙가산 성지에 참배하고
간절하게 관음보살에게 모자상봉을 빌고싶어 초조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아들 요공을 찾아나선 대안이 금방이라도 함께 들어올것 같은데
찾아 나간지 이틀이 되어도 감감 무소속이니 월랑은 그저 조바심에 애만 태우고 있었다.
금방 요공을 찾아올 것처럼 집을 나선 대안이 이틀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소옥은 하루종일 문간에 기대서서 남편 대안이 요공을 찾아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하루종일 안과 바깥을 서성이며 들락날락 거렸다.
대안이 요공을 찾아 집을 나간지 이틀이 되는 날이었다.
오후였다 남해를 건너올 때 함께 배를 타고왔던 여러 보살들이 월랑을 찾아왔다.
하남 땅에서 성지 낙가산을 순례하러 길을 떠났다는 그녀들은 남해로 오는 배 안에서
일찌감치 월랑 일행과 함께 낙가산을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비구니 스님!
왜 아직도 떠날 생각을 안하시나요?
낙가산으로 가는 배가 이제 곧 정원이 다 채워져 간데요,
서두르지 않으면 이번 배를 못타요?
그러면 또 언제 배편이 있을지 모른데요,
더군더나 겨울로 접어 들어 뱃길도 파도가 사나워 진데요,
어서 서둘러 함께 가요?"
여러 보살들이 찾아와 월랑을 함께 가자고 재촉하자,
스승 노 스님도 같이 거들고 나왔다.
"그래,
한번 배를 놓치면 한세월 기다려야 한데요.
마침 배편이 있으니 이 보살님들과 같이 가자구.
대안이 이렇게 안 오는 걸 보니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으니
이제 만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니, 우리 둘만이라도 얼른 다녀 오자구."
"그럼 하루만 더 기다리고 결정해요,
내일 우리가 타면 배가 출항 할테니,
꼭 오늘 저녘 대안이와 효가가 함께 돌아 올것 같아요."
월랑에게는 관음보살이 해탈하신 성지 낙가산에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십년동안 헤어져 있었던 자식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보고 싶었던 마음도 무척 큰것이 본 마음이었다.
결국 일행은 월랑의 마음에 따라 대안이 돌아오기를 하루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대안은 그날 밤이 다 지나가고 먼동이 터올 때 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월랑은 도리없이 소옥을 남겨놓고 스승 노비구니와 함께 낙가산을 향해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소옥아!
네 서방이 효가를 데리고 오거던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어미가 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여라,
알았지?"
월랑은 소옥에게 몇 번씩이나 당부를 하고 낙가산을 향해 출발했다.
낙가산으로 가는 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성지 순례를 염원 하였던 많은 불자들이 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파도가 만만치 않았으나 배는 순항 했다.
월랑은 그 순례자 사이에서 뜻밖에도 설간 스님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워낙 성격이 내성적이고 쑷기가 없는 월랑은 먼저가서 인사를 하지 못하고
먼 바다를 바라보면서 낙가산까지 가는 바닷길이 무사하기만을 빌었다.
월랑이 낙가산으로 떠난 그 날 저녁이었다.
문가에 기대서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던 소옥의 두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저멀리 황혼의 낙조(落照)를 등지고 걸어오는 도인과 승려가 보였던 것이다.
비록 떨어지는 저녘 했살에 반사되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체격 그 몸집은 틀림없는 서방 대안이었다.
그렇다면 그와 함께 걸어오는 스님은
보나마나 그렇게 애타게 찾던 효가 도련님이 틀림없었다.
소옥은 너무 기쁜 나머지 걸어오던 그들을 향해 한숨에 달려갔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도련님!
효가 도련님이 틀림없지요?"
"여보!
나야, 맞아 효가 도련님이 맞아."
맞받아 소리치는 남편 뒤로 효가 도련님이 빙그레 웃으며 다가왔다.
몇일 전 쫓아 낼 때와는 달리 귀공자처럼 희멀것케 잘 생긴 얼굴에
덕망이 넘쳐 흘러 보였다.
"그대가 나를 업어 키우던 그 소옥아씨 구려."
요공의 따뜻한 말에 소옥은 온갖 고생을 다하며
업고 다니던 옛 생각이 떠올라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월랑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에 갇혔을 때 효가를 업고 응백작을 찾아갔다가
당한 모멸과 희뿌연 먼지와 함께 나타난 오랑캐 군대를 피해 효가를 업고 우왕좌왕 하며
도망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오르자 저절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요공은 소옥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웠다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어머님은 안에 계시나요?"
요공이 월랑의 소재를 묻자,
소옥은 그재서야 월랑 생각을 하고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 참!
지금 여기 안계서요.
조금전 어머님은 떠나셨어요.
조금 일찍 오셨으면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네요.
도련님."
"아니 그러면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요공이 깜짝놀라며 소옥의 한숨 소리에 다그쳐 물었다.
소옥은 그제서야 월랑이 기다리다가 낙가산으로 가는 배가 있어
노 비구니 스님과 많은 보살들과 함께 낙가산 성지를 갔다 온다고 했다며,
도련님은 다른곳에 가지 말고 꼭 돌아올때 까지 여기서 기다리시라고 했다고 말을 전했다.
그제서야 요공응 당장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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