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들 꽃 싫어하는이 있으랴 !
시인 김 창제는 이렇게 읊는다.
서러워서 붉은 게 아니라
붉어서 서럽다 했지
오래도록 붉어서
오래도록 서러운 여름
그렇다
병산서원 베롱나무도
그렇게 오래도록 서러운 여름에
오래도록 붉어서 서러운지 모른다.
이렇게 화려하게 붉은 아름다움에
왜 하필 서러운걸 떠올린 걸까 ?
나는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 멍 ~ 하니 붉어 서러운
베롱나무의 군무와 함성을 듣고서야
아, 이래서 서럽다했구나 하고 느낀다.
병산서원의 절경은
늦어 깊은 가을에 건너 바라다 보이는 병산이
파노라마같이 오색단풍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춤을 보면서
잔잔한 낙동강 물위에 숨가쁘게 자막질하는 피래미가 펼치는
오후도 늦은 짜랑짜랑한 오후에 분수같이 뛰는 피래미분수를 건너다 보며
어머니 삼베자락 베고 눞듯 서걱거리는 모래톱에 엎드려
뒷덜미에 스치며 지나가는 서글픈 가을바람을 느끼는게 제일이지만,
오늘 이렇게 만대루에 올라 다리 쭉 뻗치고 앉아 멍 때리며
여름 베롱나무의 화려한 춤을 멀건히 보고 있는것도 좋고 좋으리라.
태극 오괘가 선명한 사당을 처다보며
옷깃여미며 드나드는 인사는 올리지 못하고
그저 곁에 있는 노목 베롱나무의 붉은 꽃다발같은
꽃자루만 디카로 담는다.
힐끗거리며 거기서 멋진 포즈로 작품사진을 담고 있는
모델같은 이쁜 이름모를 아가씨는
내가 징그럽게 늙어 수상해 보이던지
보라는 꽃은 안보고 나만 힐끗거린다.
꽃도 시절을 건너면
꽃져 떨어져 바닥에 딩구나니
나이든것도 서러워라커든
박한 눈길로 사납게 흘기지 말지어다.
나도 한때는 누군가에게는 가슴 애테우며 가슴앓이하는
꽃같이 젊음을 뽑내던 시절도 있었느니라
괜히 꽃보고 심술부리다 보니
붉어 서러운지
서러워 붉은지
그냥 속도 붉어지고 얼굴도 붉게 달아 오른다.
그래
이 여름 붉어서 서러워도
오늘 서럽게 붉은
병산서원 베롱나무는
바라보는 나에게만 웃는다
그걸 그대는 아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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