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소년 유현덕(劉玄德)

오토산 2021. 9. 12. 19:55

삼국지(三國志) (1)
소년 유현덕(劉玄德)

* 서문(序文)

중국의 3국 시대 이전에는 진한(秦漢)시대가 있어,

진시황(秦始皇)에 의해 기원전 221년에 최초로 중국 통일이 이루어졌다.
이후, 진나라의 무리한 통치와 폭압으로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이런 중심에는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간에 치열한 천하의 패권 다툼에서 유방이 승리하고

중국의 두번째의 천하통일이 이루어지고 한(漢)나라를 세웠으나,

한나라는 다시 전한(前漢 : 기원전 206 ~서기9)과 후한(後漢 : 서기 25~220)으로 ,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약 400년에 걸쳐,

흥망을 반복하게 된다.

후한 말기에는 농민 반란 사건인 황건적의 난으로 후한이 무너져 버리고 삼국으로 분리 되는데,

당시 화북지역에서 가장 큰세력을 가지고 있던 

조조(曺操 : 155 ~220)에 의해 위(魏)나라가 세워지게 되고,

스촨(四川) 지역에서는 후한 황실의 후예인 유비(劉備 : 161~223)가 촉(蜀) 나라를 세웠으나,

세력권은 서남 지방에 한정되었다.

그리고 장강 이남 지역에서는 손권(孫權 : 182~252)이 오(吳)나라를 세워,

이른바 중국의 3국 시대(220~280)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때,

위,촉,오 삼국간에는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패권 다툼이 벌어졌으니,

그때의 전쟁사의 전반을 다룬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삼국지인 것이다.

 

예전에는 삼국의 천하 쟁탈전이 구전(口傳)으로 전해져오다가,

원나라 시기에  나관중(羅貫中)에 의해,

그동안 구전으로 전해오던 다양한 민간 고사와 삼국희(三國戱)라는 잡극(雜劇)을 토대로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후부터 <삼국지통속연의>의 줄기에 살을 붙이고 다듬어져서,

오늘날 삼국지로 불리며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고,이것을바탕으로
오늘날에도  이름있는 작가들을 비롯한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각색되어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와 게임과 만화등으로 시대를 바꿔, 

계속하여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는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몇 번씩이나 읽어 보았던 삼국지를 사실적 방법으로 각색해 봄으로써, 

점점 더해가는 나이를 잊고 고전(古典)을 통해,

지난 삶의 과정을 반추해 보고 남은 삶의 활력과 지혜를 가져보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 되는 내용은 <정비석> 선생님의 <소설 삼국지(小說三國志)>에 바탕을 두고

여타의 다른 작가들께서 이미 지어놓은 삼국지등을 두루 참조하여

나의 다양한 표현을 구색(具色)으로 첨부하여 각색하면서

기록과 조정등의 수정이  반복될 것임을 밝히는 바 입니다.
                          ....

지금으로부터 약 1800여 년 전.
중국 유주의 탁현이라고 불리는 고을에

집이라고는 삼십 호밖에 되지 않는 가난한 마을인 누상촌(樓桑村)이 있었다.

 

마을의 형편은 거의다 움막 같은 초가집 뿐이었으나

마을 이름이 가리키 듯 마을 한편 구석에는 다른 곳에서는

좀체 볼 수없는 거대한 아름드리 뽕나무 한 그루가 있어서

초라한 마을 모습을 그나마 상쇄시키고 있었다.

초여름 어느 석양무렵.
등에 바랑을 짊어지고 손에는 육환장(六環杖) 지팡이를 짚은

칠십이 다 된 탁발승(托鉢僧) 하나가, 마을을 지나다가 발을 멈추고 뽕나무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나무의 밑동이 워낙 탐스럽게 생긴데다가,

가지는 사방으로 가지런히 축늘어져

흡사 제왕이 타고 다니는 연(輦) 처럼 위엄이 있어 보이고,

타는 듯 붉게 물든 석양 노을이 찬연히 비치는 가운데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나무 잎들이
흔들리며 고기의 비늘처럼 황금빛으로 번득이는 것이었다. 

"허어, 그 뽕나무, 참 잘생겼다.

마치 천자(天子)가 타고 다니는 수레같이 생겼구나...! "

 

늙은 탁발승은 뽕나무를 우러러 올려다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마침 그때, 뽕나무 밑에 있는 초가집에서 소년 하나가 나오는데,

나이는 열 서넛 되었을까 ?

 

귀가 조롱박처럼 크고 눈이 샛별처럼 빛나며,

시원해 보이는 키도 또래의 아이들 보다 커보이며,

양 팔의 길이는 무릎을 닿고도 남을 만한  예사스럽지 않아 보이는 소년이였다.

노승은 그 소년의 얼굴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속으로 흠칫 놀랐다.
방금전 감탄하며 바라보던 뽕나무도 잘생겼지만,

소년의 얼굴은 칠십 평생에 처음 보는 귀골(貴骨)이었기 때문이었다.

 

"얘,

이 뽕나무가 너희 집 뽕나무냐 ?"
노승이 무심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저희 집 뽕나무올시다...

그런데 스님은 어디 먼데서 오셨습니까 ?"

 

소년은 생김새 만큼이나 말씨도 온순하거니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하기 이를데 없었다.
노승은 갑자기 형용하기 어려운 어떤 느낌이 몰려와서

소년에 대해 캐묻고 싶어졌다.

"음...

나는 떠돌아 다니는 탁발승이로다.
방금 나온 저 집은 너희 집이더냐 ?"
노승은 육환장을 살짝 들어 소년이 나온 집을 가리켜 보였다.

 

"네, 저희 집입니다."

 

"너는 언제부터 저 집에 사느냐 ?"

 

"자세히는 모르지만,

할아버지 때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노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년에게 다시 물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

 

"성은 유(劉)가이고,

이름은 비(備)라고 하고,

자(字)는 현덕(玄德)이라고 합니다."

 

"음,

성이 유씨란 말이지 ?"

 

노승은 소년에게 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묻고,

내심 어떤 생각이 들었든지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성이 유씨라면, 생김새로 보아서
이 소년은 이미 망해버린

후한(後漢) 황실의 종친(宗親)이 틀림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애, 현덕아 ...

그런데 너는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냐 ?"
노승은 소년에게 계속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서당으로 밤글을 읽으러 가는 길입니다."

 

"음, 그래야지.

네 나이 때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한 일이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고맙습니다."
유비 소년은 노승에게 정중하게 머리를 수그려 보이며,

 

"날이 저물어 가는데,

스님은 오늘밤을 어디서 주무시렵니까 ?"하고

뜻하지 않게 묻는 것이 아닌가 ?

 

노승은 유비 소년의 느닺없는 질문에 내심 크게 경탄하였다.
의례 이 나이 또래의 소년이 늙은 길손의 잠자리를 걱정해 주는 것은

좀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처지이니까,

가다가 날이 저물면 아무데서나 자지"

 

"그래도 나이가 많으신 분이

따뜻한 곳에서 주무셔야되지 않겠어요 ?"

 

"집이 없는 떠돌이 중이 어찌 잘 곳을 가리겠느냐.

집에서 재워주는 사람이 있으면 집에서 자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형편이 닿는대로 잘 수밖에 없지.

왜, 네가 오늘밤 나를 어디 재워 줄 데가 있느냐 ?"

"저희 집에서 주무셨으면 좋겠지만,

저희 집은 방이라고는 누추한데다가 어머니와 단 둘이 살거든요."

 

"음, 마음을 써 주어 고맙구나.

그런데 아버지는 무엇을 하시느냐 ?"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요.
지금은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며 생활을 하는고 ...? "
노승은 보기 드문 귀공형의 소년의 형편이 매우 궁금하였다.

그러자 소년이 곧 대답하는데,
"아버지때부터 돗자리를 팔아서 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돗자리를  만드시고,

제가 뒷 수발도 해드리고 가끔 시장에 내다 팔아 생활을 하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저희 집은 누추합니다.

저기 고개 위에 보이는 집이 우리 서당이에요.

서당방은 넓고 방이 깨끗하니까,

주무실 곳이 없으시면 서당에서 주무시고 가세요.

제가 지금 모셔다 드릴까요 ?"

"고맙구나.

빤히 보이는 집을 나 혼잔들 못 찾아가겠느냐 ?

너는 어서 서당으로 가 보아라.

나는 여기 나무를 더 살펴보고 가겠다."
노승은 그렇게 말을 하고,

 

"아이 다리야 !

다리가 아파서 좀 쉬어가야 하겠는걸 ! "하며 

뽕나무 그늘아래 있는 바위에 걸터 앉았다.

유비 소년은 그제서야 서당쪽으로 걸어 가면서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었다.
노승은 멀어져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허어,

소년이 생김생김이 예사롭지 않군...!

게다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 있는 인성(人性)또한 훌륭하고,

저 아이는 장차 크게 될 인물이 틀림없구나... ! )

노승은 그렇게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날이 더 어두워질 때 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사방이 어둑해지자 노승은 무거운 몸을 지팡이에 힘주어 일으켰다.

그리고 유비 소년이 가르킨 대로 하룻밤 신세를지기 위해 서당으로 향하였다.

 

이렇게 서당으로 찾아가니,

방안에서는 아이들의 글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 오는데,

오십을 넘은 듯 싶은 중늙은이가 마당까지 마중을 나오며 노승을 반갑게 맞아 준다.

"어서 오십시오

대사님 ! "

 

"지나가는 동냥중을

웬일로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시오 ?"

 

노승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국궁배례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는 이 서당을 지키는 서당지기올시다.
조금 전에 유비 소년이 저더러,

대사님 한 분이 찾아오실 것이라고 말하면서,

저녁을 대접해서 편히 쉬시게 도와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허어,

그 소년이 그런 부탁을 하더라구요 ?"

노승은 내심으로 다시 한번 감탄하였다.
그 소년이 오가다 만난 아무것도 아닌, 동냥중인 자기에게

이렇게까지 마음을 써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음...

마음을 쓰는 것이 보통이 아니로다.)

 

노승은 혀를 차며,

서당지기 방에서 융숭한 저녁 대접을 받고 밤잠을 자려고 서당방으로 들어갔다.

이 서당은

당대의 유명한 노식(盧植)이라는 사람이 후학(後學)을 양성하던 서당으로서,

당시 노식은 나들이를 떠나고,

접장(接長: 반장)인 유비 소년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스님 !

아랫목을 비워 놓았으니 오늘 밤은 아랫목에서 편히 주무십시오.

저녁은 잡수셨습니까 ?"

유비 소년은 노승을 다시 만나자,

머리를 정중히 수그려 보이며 말했다.

 

"응 ! 먹었네.

자네에게 여러 가지로 고맙네.

내 걱정은 말고 어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게 ! "

 

유비는 열 서너 살밖에 안 되는 소년이었지만,

노승은 아까와는 달리,

저도 모르게 <해라>를 아니하고 <하게>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잠시 뿐이었지만 그만큼 소년의 인품에 감동이 컷던 것이다.

아이들이 글을 읽는 동안 노승은 아랫목에 누워서 조는 듯 자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유비 소년이 사서 삼경중에 시경(詩經)의 한 편을 먼저 읊조리고 어린 아이들이 따라 하는데,

그 실력이 가히 만만치가 않았다.

노승은 속으로 깜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 보았다.

 

(호오,

글을 가르치는 아이나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한결 같이 똑똑하구나... ! )

노승은 속으로 감탄해 마지 않으며 아이들의 공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난 후, 아이들의 밤공부가 끝나고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 유비 소년이 노승에게 다가와 말한다.

 

"저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밤은 이곳에서 편히 주무시고,

내일은 아침을 잡수시고 길을 떠나도록 하십시요."
유비 소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수그렸다.

 

"잠깐만 나하고 애기 좀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노승은 유비 소년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러자 유비 소년은 노승앞에 꿇어 앉으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말씀하십시오."

 

노승은 몸을 추스려 옷깃을 가다듬어 곧게 앉으며

소년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앞으로 크게 될 사람으로 보이네,

자네와 내가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가 보는 자네의 인품(人品)은 가히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네,

그러나 요즘처럼 세상이 어지러울 때에는 만인을 포용할 수있는 덕(德)도 갖춰야 하겠지만,

아울러 만인지용(萬人智勇) 또한 있어야 할 것이니,

학문과 더불어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무기와 말을 다루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도록하게."
유비 소년은 노승의 당부를 눈을 반짝이며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고맙습니다.

그러잖아도 저희 스승님께서는 문무(文武)를 겸비하신 어른이신지라, 

저는 얼마 전부터 스승님께 문무(文武)를 함께 배우고 있사옵니다."

 

"그래 ...?

스승님의 함자(銜字)가 어떻게 되시는가 ?"

 

"스승님의 함자는

<노식(盧植)> 선생님이시옵니다."

노승은 유비 소년의 스승이 <노식>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노식>은 당대에 유명한 무장(武將)이자 경학가(經學家)로서,

성격이 강직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오 !

내가 괜한 걱정을 하였군... ! "
노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찼다.
그러면서 유비 소년을 다시 한 번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네의 스승님은 당대의 큰어른이시니 그 분에게 많은 것을 배워,

세상을 도탄에서 구할 수 있도록 ,자네가 애써 주기를 바라네."

 

"스님의 당부를 잊지 않고

  명심하겠습니다."

 

노승은 소년의 의연한 대답을 듣고,

다음 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날 밤이었다.
유비 소년이 밤늦게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캄캄한 사립문 밖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덕아 !

이제 돌아오느냐 ?"

 

"아, 어머니세요 ?

오늘밤도  나와계셨어요 ?

제가  어련히 알아서 오지 않으려구요.

어두운데 위험하게 왜 나와계셨어요.
어서 들어 가세요."

 

모자(母子)간의 따듯한 대화가 오간 뒤,
유비 소년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네가 밤글을 읽으러 갔는데,

어미된 내가 어찌 방안에 편히 앉아서 너를 맞을 수가 있겠니.

그런 걱정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거라."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다정히 붙잡고,

아들을 올려다 보며 말한다.

육십이 다 된 노쇠한 어머니였다.
그러나 유비의 어머니는 비록 늙어가기는 하였으나,

말과 행동 거지로 보아서는 위엄이 있어 보이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별말씀 다 하십니다.

아들이 서당에서 돌아오는데,

어머니가 방에서 기다리시는 게 무엇이 나쁘다고 그러십니까 ?

어머니가 문밖에 나와 기다리시면  오히려 제가 부담스러워요."
효성이 지극한 유비 소년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아니다.

너는 범상한 아이가 아닌데,

비록 네가 내 아들이라고 해서

이 늙은 어미가 어찌 너를 함부로 대할 수가 있느냐.

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네가 비록 외로운 처지이기는 하지만,

너는 장차 세상을 위해 큰 일을 할 사람이란 말이다."

어머니가 종종 하시는 말씀이었다.
그러나 오늘밤은 <큰 일을 할 사람>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조

금전에 노스님에게 얻어들은 <크게 될 사람>이라는 말이 불현듯 겹쳐져서,

어머니게 말했다.

 

"참 어머니 !

오늘밤에 제가 이상한 말을 들었어요."

 

"이상한 말이라니 ?

무슨 소리냐 ?"

 

"어떤 스님이 제게 이것저것을 물으시더니,

저를 장차 <크게 될 사람>이라고 말하셨어요."

 

"그래 ?

어떤 스님이 너를 크게 될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
늙은 어머니는 자세를 바로 잡더니 아들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노 스님이 어떤 경위로 그렇게 말을 하시더냐 ?

이 어미에게 자세히 말해 보거라."

 

유비 소년은 노승과 만나던 일 부터 서당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어머니께 상세히 말해 주었다.
늙은 어머니는 무릎위에 두 손을 모아 잡고

경건한 태도로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음...

그 스님께서는 범상한 어른이 아니신게로구나."

 

"....."

"현덕아 ! "

 

어머니는 잠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시는 것 같더니,

결연한 어조로 아들을 불렀다.

 

"네 ! "

 

"너, 우리 집안의 혈통을 아느냐 ?"

 

"대강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디,

네 입으로 말해 보거라."

 

"저는 중산정왕 유승(中山靖王 劉勝)의 후예로서,

한(漢)나라의 제왕이셨던 경제 폐하(景帝 陛下)의 원손(遠孫)입니다.

지금은 비록 시세(時勢)가 불운하게 지내지만, 

저희 집안은 엄연한 한나라 황실의 혈통을 이어 받은 종친입니다."

 

"오냐....

네가 잘 알고 있으니,

이 어미는 더 할말이 없구나.

너는 집안을 부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조상 때부터 전해 오는 검(劒)이 한 자루 있으니

이제는 네가 지녀도 될 때가 되었구나 ! "

어머니는 벽장 속에서 커다란 검 한 자루를 두 손으로 받들어 내리더니,

아들에게 그대로 건네주었다.

 

"이 검은 한나라 황실의 정신을 상징하는 검이다.

백성을 무력으로 다스리라는 것이 아니라,

불의(不義)를 배척하는데 추상 같이 준엄하고,

양민을 보호하는 데는 어버이 같이 자애로우라는 검이다.

후일 네가 큰 인물로 성장하는 때 까지

이 검이 지닌 고매한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네 어머님

말씀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유비 소년은 어머니가 내밀어 주는 유서 깊은 검을

두 손으로 우러러 받들며 대답하였다.
이렇게 대답하는 소년의 음성은 매우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확고부동한 결의의 빛이 떠돌고 있었다.
                            
* 글 끝에 붙여.
글이 대중의 사랑과 인기를 얻으려면,

짧고 간결하며 애틋한 사랑과 격렬한 투쟁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삼국지는 위의 두 가지가 없음에도 세월을 이어가며 잊혀지지 아니하고

대를 이어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인기란

잠깐의 시절에 편승한 대중의 심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유행가 같은 것이죠.
그러나 삼국지는 일시적인 인기에 편승하지 않습니다.

삼국지는

비록 시대적 인기는 없지만,

읽을수록, 두고두고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장중한 오케스트라 같이

다양한 인간의 삶의 모습이 변화무쌍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사는 모습은

이 천년 전에도, 오늘날과 같았고,

앞으로도 또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알고 이를 후세에 전하는 것은 노인의 자랑이자 의무입니다.
어느덧 노인을 비웃던 내가 노인의 길에 한 발짝 들어섰습니다.

이제,

나는  남길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발돋움을 하는 것은...
앞으로 나와 이웃의 아이들이 살아야 할 세상은 계속 열리기 때문입니다.

2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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