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황건적이 난동하는 어지러운 세상

오토산 2021. 9. 16. 20:28

삼국지(三國志) (2)
황건적이 난동하는 어지러운 세상

이 무렵,

전국 각지는 시도 때도 없이,

황건적이 난동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되었다.

한고조 유방(漢高祖 劉邦)이 마지막으로 초(楚)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여  태평연월을 이룬지도 어느덧 사백 여년이 흘렀다.

태평한 세월이

오랜기간 계속되면 반드시 어지러운 세상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지,
이 무렵 한나라 조정에서는 황제(皇帝)의 주변에서 시종을 드는

일개 내시에 불과한 환관(宦官)들이 세도를 장악하고 세상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었다.

당시의 어린 황제 영제(靈帝)는 환관들의 적폐가 극심한 것을 깨닫고,
대장군 두무(竇武)와 태부 진번(太傅 陳簿)에게 명하여,

환관 조절(曺節)의 무리를 제거하고 나라를 바로 잡아 보려 했으나,
그 계획이 환관 일파에게 사전에 탄로되어,

오히려 이쪽이 궁지에 몰린 지경이 되었다.

이같은 일이 있은 이후로 내시들의 결속은 더욱 강화 되었고,

비록 황제라도 그들의 행패를 막아낼 길이 없었다.

더구나 한번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했던 그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더욱 굳히기 위해,

조절을비롯한 장양, 조충, 봉서, 단규, 후람, 건석, 정광, 하운, 곽승 등등

모두 열 명의 내시들이 한데 뭉쳐서 스스로를 <십상시(十常侍)>라고 부르게 하였다.

그리고 십상시의 두목격인 장양(張讓)에 대해서는

황제 조차도 <아부(阿夫)>라는 높은 칭호로 부르도록 만들었으니,

그것 하나만 보더라도 그들의 세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조정에 있는 내시들이 날뛰고 있었으니,

정사가 바로 다스려질 턱이 없었다.
그렇게 정사가 어지럽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는 도둑들이 들끓게 되고,
이로 인해 백성들이 도탄(途炭)속에서 허덕이게 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조정에서는 불알이 없는 고자들이 판을 치고,

민간에서는 도둑의 무리가 제 세상인양 날뛰고 있었으니,

그러고서도 나라가 망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

도둑들은 도처에서 백성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수십만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전국적인 세력을 확장하는 도둑떼가 있었으니,

그들의 이름은 <황건적(黃巾賊)>이었다.

 

이들 일파는 언제나 누구라도 머리에 누런 수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으로 불렸던 것이다.

 

황건적의 두목은 장각(張角)이란 자였다.
그는 거록군(鋸鹿郡)에 살고 있던 자로서,

군민(郡民)들은 그를 군(郡)에서 보기 드문 수재(秀才)로 부를 만큼

매사에 명철한 언행(言行)으로 소문이 자자하였다.

그는 늘 머리를 누런색 천으로 묶고,

글을 읽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장각이 어느 날 약초를 캐러 산 속에 들어간 일이 있었다.

 

그가 깊은 산 속을 헤매던 바로 그때,

갑자기 일진 광풍(一陳狂風)이 휘몰아쳐 눈을 뜰 수없는 지경에 이르더니

홀연 바람이 자면서 육환장 지팡이를 짚은 호호 백발의 선인(仙人)이 나타나 하는 말이,

"장각 !

나는 그대를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노라."하는

것이었다.

순간,

놀란 장각이 자신도 모르게 국궁배례를 하자,

선인이 말했다.

"그대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

나를 따라 오너라."하며

장각을 한 토굴 속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등잔불 밑에 조그만 책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세권의 죽간서(竹簡書)가 있었다.
장각은 선인을 향해 배례를 하며 꿇어 앉자,

선인은 입을 열어,

"이 책은 태평 요술(太平要術)이란 책이다.

그대는 이 책을 잘 읽고 백성들을 옳바르게 인도하여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고 선을 행하도록 하여라.

 

그러나 그대가 자기 한 몸의 부귀영화에 빠지거나

악한 마음을 품을 때에는 천벌이 내려 그대의 몸을 망치게 될 것이니,

아무쪼록 내 말을 명심하도록 하여라."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장각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 나는 것이었다.

"아아, 대사님 !

존함(尊銜)만이라도 알려 주시옵소서"
장각은 황급히 말하였으나,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선인이 토굴속의 메아리로 남긴 말은,

"남화 선인(南華仙人)"이었다.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마을에 전파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 마을에 수재에게 신선이 나타나

세상을 구하라는 명과 함께 그 비법이 담긴 죽간서 세권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그날 이후,

장각은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문밖 출입을 하지 않았다.

<남화 선인>에게 받은 <태평요술>을 읽으면서 밤낮으로 수행만 계속한 것이었다.

어느 해,

온 나라에 전염병이 휩쓸고 있었다.

마을에서도 엄청난 희생자가 생겼다.

그때 갑자기 장각이 문을 열고 나와,

병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환약(丸藥)을 나눠 주었다.

 

남자들에게는 <금선단(金仙丹)>을

여자들에게는 <은선단(銀仙丹)>을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적선단(赤仙丹)>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 선단 비약(秘藥)의 효능은 대단해서 이를 복용한 사람들의 병을 며칠만에 낫게 하였다.

마을 사람들의 기쁨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소문은 바람처럼 빠르게 마을에서 마을로 번져나가

구세주 장각을 한번만이라도 보겠다는 사람들과

또 장각의 제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구름처럼 장각의 집으로  몰려 들었다.

모여든 사람들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 이었으나,

개중에는 부자도 있었고,

남녀 노소를 비롯해 장삿꾼과 칼잡이등 여러 계층의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장각을 따르는 사람들의 숫자는 눈깜짝할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 났고,

그들은 장각을 따라 모두 머리에는 누런 천을 동여 매었다.

장각은 자신을 따르는 수십 만의 사람들을 삼십육방으로 나누어,

방마다 대방(大方), 중방(中方), 소방(小方)이라는 세부 조직으로 다시 나누었다.

오늘날의 군대 조직으로 치면 대방은 사단(師團)에 해당 하는 것이오,

중방이란 연대에 해당하는 것이고,

소방이란 대대에 해당하는 편제(編制)였던 것이다.

그리고 장각은 자신의 두 동생인 장보(張寶)와 장량(張梁)을

각각 <지공 장군(地公將軍>과 <인공 장군(人公將軍>으로 부르게 하고, 
장각 스스로는 그들위에 군림하는 <대현양사 천공 장군(大賢良師 天公將軍>이 되었다. 

그리고 머리에 동여맨 누런색 천은

어느사이엔가 당원(黨員)의 표시가 되어.

사람들은 그들을 황건당(黃巾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자신감이 충만해진 황건적 두목인 장각은

천하의 인심을 자기에게 모으기 위해 비밀리에 노래를 지어서

백성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하였다.

蒼天己死 (창천기사)      푸른 하늘은 이미 죽었으니
黃天當立 (황천당입)   누런 하늘이 마당히 일어서리
歲在甲子 (세재갑자)                      갑자년이 되면
天下大吉 (천하대길)         천하가 크게 좋아지리라.

이것은 갑자년이 도래하면

도탄 속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을 구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었다.
노래가 사람들 사이에서 남모르게 유행하게 되면서부터

백성들은 갑자년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고,

그때가 되면 황건당의 <대현양사 장각>의 새나라를 보게 되리라고 믿게 되었다.

백성들의 막연한 바람을 감지한 황건당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지금의 황제 밑에서는 행복을 기대할 수 없으니,

새로운 시대를 자기들 손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장각은 자기에게 복종하는 사람은 마음껏 태평세월을 즐기게 하였고,

자기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가차 없이 죽이고 재물을 빼앗았다.

 

황건당의 세력은 무서운 기세로 불어나 결국은 조정에서

권세를 휘두르고 있는 환관들과 내통하여 나라를 뒤집어 엎을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장각은 심복 두령인 마원의(馬元義)로 하여금

<십상시>의 한 사람인 봉서와 내밀히 상통(相通)하도록 명령하였다.

마원의는 당주(唐州)라는 부하를 시켜 밀서(密書)를 가지고 낙양으로 올라가,
봉서로 하여금 자기네의 역적 모의에 가담하도록 설득을 시키게 하였다.

그런데 당주는 역적 모의의 밀서를 가지고 낙양으로 올라가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만약 이 사실이 조정에 탄로나는 날이면 자기는 반드시 죽게 될 것 같았다.

(에라 !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역적 모의에 가담해서 잘못되면 그대로 죽게 될 판인데,

차리리 이 밀서를 나라에 바쳐서 역적 모의를 밀고해 버리면,

나만은 상금도 크게 탈 뿐만 아니라,

큼직한 벼슬도 한자리 얻어 할 수 있지 않겠나 ...?)

당주는 그런 생각을 들자, 환관 봉서에게 전해야 할 밀서를 조정에 바쳐 버렸다.
조정에서는 그 밀서로 황건적의 두목인 장각 일파가 역적 모의를 하고 있음을 알고

크게 놀랐다.

그리하여 천자 영제는 대장군 하진(何進)으로 하여금 황건적을 소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황건적도 이제는 어찌할 수 없이 군사를 일으켜

관군(官軍)과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관군은 오랜 태평세월에 군기(軍紀)가 워낙 문란해졌는지라,

도처에서 항건적과 싸웠지만 연전 연패에 시달렸다.

 

이렇다 보니 항건적의 기세는 날로극심해져서
그들이 진군하는 지역의 백성들은 무지막지한 행패에 시달리게 되었으니,

나라의 사정은 그야말로 난마 상태였던 것이다.

한편, 낙양에 있는 천자 영제(靈帝) 앞으로는

매일같이 황건적으로 인한 급한 소식이 날아 들어,
구원병을 요청하는 상소문이 쇄도하였다.

 

그러나 영제는 겨우 열두 살밖에 안 되는 나이 어린 황제로

정치나 세상물정을 잘 몰라, 구원병 파견에 적극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십상시들이 어린 황제를 업신여기고,

충신들을 먼 지방으로 쫒아내 버리고 자기들 마음대로 정치를 주물러 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불길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황제의 처소인 궁전에 뱀이 한 마리 나타나,

나이 어린 황제 앞에 떨어진 것이었다.

깜짝 놀란 호위병이 그 뱀을 한 칼에 죽여 버렸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순간부터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더니,

우박을 동반한 거센 폭풍우가 황성을 뒤흔들고,

그로부터 연 사흘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큰 비가 내렸다.

말할 것도 없이 낙양거리는 대홍수에 휩싸여,

물에 잠긴 집이 만 여채, 허물어진 집이 수 백 여채,

물에 빠져 죽고 다친 사람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불안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에, <蒼天己死(창천기사)>...

<푸른 하늘이 사라졌다>라는 말은 전국적으로 더욱 확산되어,

백성들은 황건당에 들어 가는 것을 지상 낙원에 들어가는 것으로 여겨,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황건당에 입당함으로서,

살육과 약탈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번져만 갔고,

황건당의 세력의 확장은 청주, 유주, 서주, 기주를 비롯하여

형주, 양주, 연주, 예주에 까지 나날이 확산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3회에서~~~

<sns에서>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비와의 만남  (0) 2021.09.17
황건적으로 부터의 탈출  (0) 2021.09.17
황건적들의 악행  (0) 2021.09.16
누상촌을 떠나는 청년 유비  (0) 2021.09.16
소년 유현덕(劉玄德)  (0) 2021.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