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다시 어지러워지는 세상

오토산 2021. 9. 18. 08:05

삼국지(三國志) (27)
다시 어지러워지는 세상

때는 중평(中平) 육년 사월, 
이무렵 세상은 다시 어지러워질 징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여기저기서 반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양(漁陽)에서는 장거(張擧)와 장순(張純)이 모반을 일으켰고,

장사(長沙)와 강하(江夏)에서는 난동이 일어났다.

 

이런 모반과 난동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조정의 악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그것은 황건적난 이후에 십상시의 못된 행패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원인이라고 해도 옳을 것이다.

십상시들은 황건적 토벌로 영웅이 된 황보숭 장군과 주전 장군들 조차,

자신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은 것을 괘씸하게 여겨
황제를 부추켜 그들의 직위를 해제하고 낙향 시켜버렸다.

공을 세운 장군들이 이런 형편이었으니,

신분이 낮은 관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불평과 불만이 터져나오고 반란이 일어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상시들은 황제에게

<천하는 태평하고 모든 백성들은 폐하의 정치에 만족하고 있사옵니다>라고

거짓 보고를 일삼았다.

또 술과 여자를 안겨 주어 황제가 세상일에는 흥미를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낙양 거리에는 소와 돼지를 잡는

백정(白丁)일을 직업으로 하는 하진(何進)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누이 동생이 있었다.
십상시들은 그 처녀를 황제에게 바쳤다.

황제는 그 아름다운 여인과 술에 푹 빠졌다.
누이 덕분에 하진은 일약 벼락 출세하여,

도성인 낙양을 경비하는 대장군에 임명되었다
하진의 누이는 하후(何后)로 불리며 황제의 아들을 낳았고,

그 황자(皇子)의 이름은 <변(辨)>이라 했다.

십상시들은 하후를 황제에게 바친 직후,
다시 왕미인(王美人)이라는 처녀를 황제에게 바쳐서,

왕미인 역시 얼마 후에 황자 협(協)을 낳게 되었다.

 

하후는 워낙 질투심이 강한 여자였기에,

아들을 낳은 왕미인을 몹시 미워한 나머지,
아무도 모르게 독살 시켜버리고 그녀가 낳은 <협>은

황제의 어머니인 동 태후(童太后)에게 맡겨 버렸다.

동 태후는 <협> 황자를 극진히 사랑했다.

그리고 영제 자신도 하후의 몸에서 태어난 <변>보다도

왕미인의 소생인 <협>을 불쌍히 여겨 그를 더욱 사랑하였다.
십상시의 한 사람인 건석(蹇碩)은 그런 눈치를 재빨리 알아채고,

어느날  술과 여자에 빠져서 병을 얻어 병상에 누워 있는 황제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만일 황제께서 <협>황자를 후계자로 삼고 싶으시다면,

하진 장군을 먼저 없애 버리셔야 할 줄로 아뢰옵니다.

원래 백정이었던 하진이 지금은 대장군이 되었사옵니다.

 

그리고 하 태후는 자신의 누이동생이므로

제 누이동생의 아들을 제위(帝位)에 앉히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 이옵니다.

하진을 죽이지 않고서는 협 황자를 후계로 삼으실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음...."

 

영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죽기 전에 그 문제만은 깨끗이 해결해 놔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영제는 병상에서 신음하면서도 황명을 내렸다.

 

"대장군 하진(大將軍 何進)을 부르라 ! "

그러한 모략을 알 턱 없는 하진은 황명을 받고 부랴부랴 황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막 중문 앞에 이르니,사마 반은(司馬 潘隱)이 황급히 앞을 막는다.

 

"하 장군님 !

지금 황궁으로 들어가셨다가는 큰일납니다.

환관 건석이 장군님을 살해하려고 황명을 받아 입궐하라는 거짓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하진은 그 소리를 듣고 크게 놀라며 수레를 집으로 돌리게 하였다.

내심 크게 분노한 그는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모든 대신들을 불러다가 이렇게 말했다.

 

"십상시 건석이란 놈이 나를 죽이고

협 황자를 황태자로 책봉할 음모를 꾸미고 있는모양이니
세상에 그런 죽일 놈이 어디 있소 ?

그러잖아도 십상시란 놈들이 평소에 작패가 극심하여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 있으니,
이 기회에 그놈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려고 하는데 경들의 생각은 어떠하오 ?"

 

"....."

하진의 말에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앞에 벌어진 사태가 너무도 중대하기에 경솔하게 찬부를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말석에 앉아 있던 젊은 장군 하나가 가만히 일어나더니,

하진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십상시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것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황궁을 장악하고 있는 십상시들의 세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장군께서 섣불리 손을 쓰셨다가는 오히려 화를 당하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젊은 장군은 전군교위 조조(典軍校尉 曺操)였다.

하진의 지위에서 보면 보잘 것 없는 일개 장군에 불과하므로,

그는 노기를 띠며,

 

"닥쳐라 !

너 같은 풋내기 호반이 무엇을 안다고 황궁 대사에 주둥이를 놀리느냐 ! '"하며

호통을 질렀다.

 

마침 그때,

사마 반은이 급보를 가지고 달려왔다.

영제가 방금 세상을 떠났으므로 건석이 다른 십상시들과 공모하여

거짓 조칙(詔勅)을 꾸며 하진 장군을 황궁으로 불러들여 후한이없도록 죽여 버린 뒤에

 황자 협을 황제에 앉혀 놓고 나랏일을 자기들 손으로 주무르려 한다는 것이었다.
하진은 그 소리를 듣고 노발대발하였다.

 

"십상시 놈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 ! "

 

하진 장군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그 자리에 있던 문무백관들의 얼굴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 일이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

정치적인 격동을 눈앞에 두고, 그들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걱정으로

모두 참담한 심정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조정의 양대 세력인 하진과 십상시가 정면으로 대결하여,

세력을 저마다 잡아 보려로 하고 있으니,

한나라 사백 여년의 천하가 망조에 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대신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는데,

사마 반은의 밀고대로 조정에서 칙사가 왔다.

 

천자께서 지금 임종을 앞두고

하진 장군에게 황실의 후사를 부탁하는 분부가 계실 것이니,

급히 입궐하라는 조칙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하진은 즉석에서 조서를 가지고 온 칙사의 목을 베게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십상시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야 한다 ! "하고

대신들에게 단언하였다.

그러자 조금 전에 책망을 들은 조조가

다시 일어서며 이렇게 말한다.

 

"장군님 !

만약 이번일을 단호하게 결행하실 생각이시라면,

먼저 새로운 황제를 모시고 나서 그놈들을 쳐부수도록 하십시오."
하진은 그 소리에는 수긍되는 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누구 나와 함께 황궁으로 들어가

대사를 도모할 사람은 없는가 ?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한 사람이 성큼 일어서며 대답한다.

 

"장군님 !

저에게 정병 오천 명만 주시면

장군님을 모시고 황궁으로 들어가 신황(新皇)을 옹립한

뒤 환관의 무리를 모조리 없애겠습니다."

 

이렇게 소리쳐 말한 사람은 사도교위 원소(司徒校尉 袁紹)였다.
그는 사도 원봉(司徒 袁逢)의 아들로서 일찍부터 이름높은 장수였던 것이다.

"좋다 !

그대는 나를 따르라 ! "
하진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

원소는 즉시 갑옷을 갖춰 입고 도성 수비대 오천 명을 거느리고 황궁으로 행하였다.
         
2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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