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실패한 동탁의 응징

오토산 2021. 9. 19. 04:21

삼국지(三國志) (36)
실패한 동탁의 응징

뜻하지 않았던 조조의 장담에 자리해 있는 대신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면 그대가

이제부터 동탁을 제거할 계획을 결행할 자신이 있단 말이오 ?"

"그만한 자신이 없다면

어찌 경망되이 여러 대신들 앞에서 장담을 할 수 있겠습니까 ?"

"음...

그러면 그 결심을 단행해 주기 바라오 !"

 

왕윤이 머리를 수그리며 간청하자,
조조는 정색을 하며 허리를 굽히면서 말한다.

 

"그 일을 단행하는 데는

대감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그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듣자옵건데 대감 댁에는 옛날부터 전해 오는

칠성보도(七星寶刀)가 있다 하던데,

그것을 저에게 주시면 소관이 그 칼로 동탁을 베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동탁을 베는데 굳이 칠성보도가 필요한 이유라도 있소 ?"

"듣자하니, 칠성보도는 바위는 물론이고,

무쇠 솥도 깨뜨릴 정도로 날카롭고 튼튼한 보검이라고 들었습니다.
동탁은 평소에도 겉 옷 속에 갑옷을 입고 다니는 자입니다.

그런 자를 베려면 칠성보도와 같은 명검(名劒)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 공이 그만한 뜻을 이루어 준다면 내가 무엇을 아끼겠소.
내, 보검을 기꺼이 내드리리다."

왕윤은 몸소 내실로 들어가 집안 전래의 명도(名刀)인 칠성보도를 가지고 나와

조조에게 친히 쥐어 주면서 신신당부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실수가 없게 하시오 !"

"소관도 생사를 걸고 하는 일이오니,

소관을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는 조공만 믿겠소.
자, 그러면 성공을 비는 축배를 받으시오 ! "

 

조조는 왕윤이 손수 따라 주는 축배를 마시고,

칠성보도를 허리띠에 찔러 넣었다.
칠성보도는 단도(短刀)보다는 길고, 장도(長刀)보다는 짧은,

중도(中刀)의 크기로 가슴에 품고 숨기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조조는 술잔을 내려 놓고 좌중을 향해 경건히 하직을 고하고 물러나왔으니,
이때 그의 나이는 35세 였으며, 
젊은 무장 조조는  치세지 능신 난세지 간웅(治世之能臣 亂世之奸雄)이었다.

 

아울러 이때의 군웅할거 시대는 나관중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쓰여지면서

삼국연의 또는 삼국지 통속연의 등의이름으로 불렸을 뿐,

사실상의 삼국지의 진짜 주인공은 조조라고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조조는 평소보다 훨씬 늦게 칠성보도를 품안에 숨기고 승상부(丞相府)로 출근했다.
평소부터 동탁이 있는 승상부 출입문 앞에는

무장한 호위병들이 출입자의 몸수색을 통하여

일체의 무기를 승상부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그러기에 조조는 무장을 하지 않은 채로 항상 출근해 왔었다.
이날도 조조는 품속에는 칠성보도를 숨겼지만,

겉으로는 무장을 하지 않은 채 노쇠한 나귀를 끌고 늦은 출근을 하였다.
호위병이 조조를 보고 물었다.

"오늘은 출근이 늦으셨사옵니다."

 

"그렇게 되었네."
그러면서 조조는 나귀를 승상부 앞에 묶어 놓은 뒤에

양 팔을 벌리며 호위병에게 말했다.

"승상부로 들어 가려니 몸수색을 하게나."
그러자 호위병이 말한다.

 

"그냥 들어 가십십오.

하루이틀 오시는 것도 아닌데."

 

"고맙네."
승상부로 들어간 조조는 승상부 관리에게 물었다.

 

"승상(동탁)은 어디 계시냐 ?"

 

"지금 소각(小閣)에서 휴식을 하고 계시옵니다."

조조는 대답을 듣자, 바로 소각으로 들어갔다.

동탁은 와탑(臥榻)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고,

여포가 곁에 시립(侍立)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출근이 늦었나 ?"

동탁은 조조를 보기가 무섭게 나무라는 말을 하였다.

사실 보통때에는 일찍 출근하던 조조가

이날은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나왔던 것이다.

 

"죄송하옵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말이 워낙 노쇠해서

걸음을 제대로 못 걷기에 이처럼 늦었습니다."

"응 ?

자네의 말이 그렇게도 노쇄했는가 ?"

 

"네,

생활이 군색해서 말을 바꿀 형편이 못 되옵니다."

 

"그래 ?"

동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곁에 있는 여포에게 말한다.

 

"여포 !

마굿간에 가서 좋은 말을 한 필 골라다가 맹덕에게 주도록 하여라."

 

"넷, 아부(亞父) !

곧 말을 골라 오겠습니다."

여포가 명령을 받들고 밖으로 나가자,

조조는 속으로,

 

(인제 됬다 !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로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동탁은 워낙 기력이 탁월한 용장 출신이므로

조조는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고 기회를 옅보며, 주저하고 있으려니까,
일이 제대로 되느라고 동탁은 비대한 몸을 와탑 위에 눕히더니,

벽을 향하여 돌아눕는 것이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조조가 동탁의 뒤에서  품속에 있는 칠성보도를 슬쩍 뽑으려니까,

그 모습이 동탁이 돌아누워 있는 벽에 걸린 거울에 비쳤다.

동탁은 조조가 품속에서 칼을 뽑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자,

황급히 일어나 앉는다.

"맹덕은 왜 칼을 뽑는가 ?"
조조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으나,

이내 침착한 모습으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며칠 전에 명도(名刀) 한 자루를 입수(入手)하였사옵기에,

승상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진상하려고 가져왔습니다.
한번 보아 주시옵소서."

 

"아, 그래 ? ...

어디 한번 보여 주게."

동탁이 조조에게서 받은 칼을 보고 있는 동안에 여포가 돌아왔다.
동탁은 칼이 마음에 드는지 감탄의 고개를 끄덕이다가,

 

"여포 !

이 명도를 구경해 봐라 !"하고

자랑삼아 내밀어 보였다.

조조는 동탁의 그 같은 기색을 보자

얼른 품속에서 칼집을 꺼내어 여포에게 주면서,

 

"칼집은 여기 있소이다.

여 장군이 보다시피 과연 명도가 틀림없지 않소이까 ?"하고

말하였다.

 

여포는 명도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탁에게 정중히 건네주며 말한다.

 

"과연 좋은 검입니다."
동탁은 보도를 선사받은 것이 고마워서 조조에게 말했다.

 

"내가 자네에게

명마를 한 필 줄 테니 밖으로 같이 나가지 !"

 

세 사람이 마당으로 나오니,

마당에는 여포가 끌어 온 준마가 한 필 매어 있었다.

"이봐, 맹덕 !

이 말을 자네에게 주지 !"

 

동탁이 기분 좋은 소리로 말하자,

조조도 흔쾌히 웃으며 말 목을 두드리며 말한다.

"이런 좋은 말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눈에 보아도 과히 명마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죄송스런 말씀이오나 승상 앞에서 한번 시승(試乘)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게 !

어서 타 보게."

동탁의 입에서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조조는 몸을 날려 마상에 오르더니 채찍을 휘갈기며 문밖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두 사람은 조조가 곧 돌아오리라 생각하고, 선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번 문밖으로 달려나간 조조는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올 줄을 몰랐다.

 

"이 사람이 웬일일까 ?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니 ?"

 

동탁이 의아스럽게 중얼거리는 말에,

여포가 의문의 말을 한다.

"아부님 ! 암만해도 조조의 거동이 수상했습니다. 

조조가 아부를 해치려고 왔다가,

일이 뜻대로 안 되니까 짐짓 보도를 선물로 드리고 도망을 간 것이 아닐까요 ?"

"네 말을 듣고 보니,

딴은 수상쩍은 것이 없지도 않았어 !

그렇다면 그놈을 살려둘 수는 없으니, 이유를 급히 불러라 !

어서 이유를 부르란 말이다 !"

동탁이 노기충천하여 소리를 지르자, 이유가 즉시 달려왔다.
이유는 자세한 사정을 듣고 나더니, 무릎을 치며 탄식한다.

 

"그야말로 큰 실수였습니다.

조조가 진작부터 처자를 멀리 보내 두고,

사처에 혼자 살고 있엇던 것을 보면,

그놈이 아버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좌우간에 그놈의 진실을 알아 보기 위해 사처로 사람을 보내 보겠습니다.

물론 지금쯤은 종적을 감췄으리라고 보옵니다만..."

"어쨌든 그놈을 당장 잡아오너라 !"
이유의 말대로 십여 명의 병사들을 보내 보니,

과연 조조는 사처에 있지 않았다.

 

"집에서는 언제 나갔다고 하더냐 ?"

"얼마 전에 준마를 타고 동문(東門)으로 나갔다고 하옵니다.

수문장이 어디를가느냐고 물으며 통과패(通過牌)를 보여 달라고 하니,

승상의 급한 명령을 받고 나가는 길이라고 하면서

<지체되면 네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합니다."
동탁은 그 소리를 듣고 더욱 분노하였다.

 

"내가 저를 그토록 아껴 주었건만,

그놈이 나를 배반하다니, 이런 나쁜놈이 있단 말이냐 !

이유 ! 너는 그놈의 화상을 그려서 전국에 배부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놈을 잡아들여라 !"

"넷 !

곧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조조를 잡아 오는 자에게는

만호후(萬戶侯)의 벼슬과 상금 천 냥을 준다는 것도 공포하여라 !"

 

"곧 분부대로 전국에 수배령을 내리겠습니다."

이유가 밖으로 달려나오려 하자,

동탁이 분에 넘쳐 다시 부른다.

 

"이유 ! 암만해도 이번 일에는 반드시 공모자가 있을 것이 분명하니,

그런 놈들도 조사해서 모두 극형에 처하라 !"

"물론 그래야 합니다."

 

"조조를 붙잡는데 정신이 팔려서

공모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일이 없도록 하란 말이다."

 

"네 !

조조란 놈과 공모자들을 기어이 체포하도록

긴급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유는 즉시 밖으로 달려나가 조조의 인상을 화공을 불러 그리게하고,

군사들을 동원하여 몽타주와 현상금 내용을  전국적으로 배부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조조는 전국적인 지명수배범이 되었으니 장차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오직 하늘만이 알고 계실 것이다.

3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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