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46)
성공한 조조의 오소 공격.
실패한 원소의 조조 공격.
조조의 오천 기병은 심야에 관도 진영을 출발하여
어둠이 밝아오는 사경이 되어 오소에 도착하였다.
오소는 술을 좋아하는 수비대장(守備大將) 순우경(淳于瓊)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는 이날 밤도 그 지방에 있는 미녀들을 불러다 놓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질탕 놀다가 젊은 미녀를 불러들여 삼경이 지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하여 거사를 치르고 비몽사몽 잠에 빠져 들었는데
밖에서 천지가 진동하는 함성이 들려오기에 황망히 일어나 문을 열고 내다보니,
어느새 사면은 불바다가 되고, 북소리와 징소리가 함성과 함께
천지를 뒤흔드는 것이 아닌가.
"앗 !
적의 야습이다 !"
갑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하고 뛰쳐나온 순우경은
급히 방어전을 시도해 보았으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잠들었던 군사들은 혹은 도망을 가고,
혹은 투항을 하고, 혹은 불에 타 죽기도 하고,
적이 쏜 화살에 꿰뚫려 비명을 지르며 거꾸러지는 것이었다.
더구나 오소를 지키는 원소군의 병사는 정예군이 아닌
급조된 팔천여 명의 보충병들로서 전투력이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장요와 허저가 이끄는 조조의 정예군을
당할 힘이 전혀 없었다.
순우경 또한
별볼일 없는 장요의 군사에게 사로잡혀 결박을 당하고 말았다.
손쉽게 오소를 점령한 조조는 순우경의 코를 베고 귀를 잘라
수레에 태워서 원소에게 보내버렸다.
원소의 노여움을 사게하여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속셈이었다.
"주공의 명이다 !
오소의 마차에 군량과 무기를 실어 관도 우리 진영으로 급히 옮기라 !"
장요와 허저는 군사들에게 군량 창고와 무기고에는
불을 지르지 못하도록 독려 하면서 원소군이 준비한 군량과 무기를
마음껏 약탈하여 관도 진영으로 속속 보내버렸다.
이때에, 원소는 잠을 자고 있다가 서북방 하늘에
화광이 충천했다는 보고를 받고 급히 일어났다.
"뭐야 ? 어디서 불이났어 ?"
"서북쪽 오소에서요 !"
"이런 낭패가 있나 !"
원소는 잠옷 바람으로 밖으로 달려나가며,
"맙소사 ! 이를 어째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서북쪽 하늘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서북쪽 하늘은 충천하는 화염으로
어둠속에 하늘 한쪽이 뻘겋게 달아 오른 것이 보였다.
"큰일이야 ! 큰일 !..."
원소는 팔을 크게 휘저으며 외쳤다.
그리고 이어서,
"조조란 놈이 ...
내 이놈은 기필코 용서치 않겠다 !
이놈이 야밤에 습격해 우리 군량 백만석을 날렸겠다 !
내 이놈은 조상의 무덤까지 파헤쳐 복수를 하리라 !"
장공자 원담이 말한다.
"조조가 오소에서 멀리 벗어나질 못했을 테니,
당장 군사를 이끌고 오소로 가겠습니다."
이공자 원희가 이어서,
"진영엔 사흘치 군량 뿐이니 오래는 못 버팁니다.
그러니 오소로 전군을 출동하여 조조와 결판을 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원소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며,
"뭘 그러나 ?
그깟 군량 좀 가지고, 이렇게 수선을 떨다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
몰려든 장공자 원담과 이공자 원희를 비롯해
측근 장수들은 원소의 태도에 영문을 몰라하였다.
원소가 이어서 말한다.
"우리 군사가 사십만이나 되는 데 조조가 감히 날 어쩌겠어 ! "
그러자 원담이 되묻는다.
"어찌 맞서는 것이 좋을 지 알려주십시오."
원소가 여유를 갖고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생각들 해 보거라.
오소의 군사들이 순식간에 당했다면,
조조의 정예군 모두가 출병했다는 건데.."
이쯤에서 원소가 말을 멈추자 장공자 원담이 금방 눈치를 채고,
"그렇다면 조조의 진영이 비어있겠군요 ! "하고, 들뜬 소리로 반문하였다.
그러자 원소가 자신만만한 어조로 입을 연다.
"그렇다 ! 명하노라 !
오소는 포기하고 ! 속히 군사들을 모아 조조의 진영을 치기로 한다 !"
"네, 주공 !"
몰려온 원소의 수하 장수들은 일제히 복명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부대로 속속 돌아가서 군사들을 독려하여
원소의 뒤를 따라 조조의 진영을 급습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
원소는 조조의 군영 앞까지 저항없이 진격하였다.
그리하여 활짝 열린 조조의 군영 앞에서 안의 동정을 살펴보았다.
군영 안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평온한 상태로
몇몇 병사들만이 오가고 있었다.
원소가 칼을 뽑아 명령한다.
"돌격하라 !"
"우와 ~...."
원소군은 벼락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조조의 군영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러면서 활을 쏘아 닥치는 대로 조조군을 쏘아 갈겼다.
"으악 ! 원소군이다 ! 원소군 !"
조조의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황급하게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이랴 ! ..."
원소의 기병(騎兵)들이 선두에서 조조의 군영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이 군영 복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구덩이 속으로 빠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
"으악 ! ~..."
"아이쿠 ! ..."
졸지에 선두의 기병들이 땅속으로 사라지자
뒤따르던 원소가 화들짝 놀라며 말을 멈췄다.
그리고 소리쳤다.
"멈추어라 ! 멈추어라 ! ~..."
원소가 말을 멈추는 순간 조조 군영 망루에서 수 많은 궁수와 함께,
조인이 나타나며 파안 대소를 한다.
"하하하하 ! 원소 !
너는 매복에 걸려들었다 !
어서 죽음을 받거라 !
애들아, 쏴라 !"
수백 발의 화살이 원소를 향하여 쏟아졌다.
원소가 말을 돌리며 명한다.
"매복이다 ! 당장 관도로 철수하라 !"
"철수하라 !"
"철수 !..."
물밀 듯이 조조의 군영으로 달려들던 원소군은
조인의 부대가 쏘아 갈기는 빗발치는 화살에 관통되고 쓰러지고
서둘러 진영을 벗어나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원소가 관도 한쪽에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는 중에
관도 진영 쪽에서 한 병사가 말을 타고 오며 연실 소리를 지른다.
"주공 ! ...주공 !... 주공 !..."
"왜 그러느냐 ?"
원소가 말을 멈추며 물었다.
그러자 병사는,
"조조가 우리 진영을 습격했습니다."하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
"뭐라 ?"
원소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병사는 이어서 말한다.
"조조가 우리 진영을 점령하여 돌아갈 수 없습니다."
"조조 ! 천하의 죽일 놈 !"
원소는 발악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말 위에서 피를 토하며 굴러 떨어졌다.
"주공 !"
"아버님 !"
일시에 원소의 측근과 아들들이 말에서 뛰어내려 원소를 부축했다.
"당장 조조와 결판을 내시죠 !"
"지금 우리 군영으로 진격하시죠 !"
원담과 원희는 아버지 원소에게 명을 내려주기를 간청하였다.
그러나 원소는 정신을 차려 두 아들과 주변을 촛점 잃은 눈으로 한번 살펴보더니,
"아니다...철수하자.
기주로 돌아간다..."하고
힘 잃은 소리를 하였다.
147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