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위기에 처한 주유

오토산 2021. 9. 26. 14:13

삼국지(三國志) (197)
위기에 처한 주유

주유가 은밀히 남군성 앞에 이르러 성문을 살펴보니,

듣던 바와 같이 조조의 군사들이 황급히 빠져 나가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주유가 이런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자,

초저녁 부터 계속하여 남군성 조조군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던

감녕이 주유에게 묻는다.

 

"놈들이 북쪽으로 향하는데, 뒤쫒을까요 ?"

 

"아니다."

 

"이러다가 모두 빠져나가겠습니다."

 

"상장군 조인을 보았느냐 ?"

 

"아뇨..."

 

"그럼, 조인이 나올 때 까지, 여기서 기다린다."

 

"....."

강동군은 주유의 명대로 조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반 시각, 드디어 상장군 조인이 호위병사와 함께

성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엇 ? 대도독,

저기 조인이 나왔습니다."

 

여몽이 성문 앞을 가르키며 주유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주유가 단박에 공격을 명한다.

 

"적장 조인이 성문을 나왔다.

저 놈을 잡아라 !"

 

"와아 ~ !..."

강동군이 물밀 듯이 조인이 나타난 성문 앞으로 진격해 나아갔다.
그러자 성문 앞을 나서던 조인은 적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

 

"모두, 맞서 싸우지 말고, 북쪽으로 피해가자 !

조홍 ! 뭐하냐 ? 어서 빨리 ! 이랴 !..."

조인은 이렇게 말한 뒤에

몸소 자기 자신부터 말을 달려 성문앞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를 따르던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며,

조인의 뒤를 급하게 따라 붙었다.
주유는 선두에 나서서 성문앞으로 말을 달려나갔다.

 

"감녕 ! 조인에 대한 절호의 복수 기회다.

조인을 쫒으라 !
여몽은 나와 함께 성안으로 진격하자 !"

 

"옛 !"

 

"옛 !"

조조군이 모두 떠난, 텅빈 성문 앞에 이르러서, 

주유는 잠시 전진하기를 주저하였다.

그러자 여몽이 척후병을 성안으로 들어 보내. 동정을 살펴보게 하였다. 

척후병은 말을 몰고 달려들어가 성안 곳곳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잠시후 돌아와서 보고한다.

 

"아뢰옵니다.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없습니다."

 

주유는 그 말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들어가자."하고,

명하였다.

 

"예 !"

주유를 선두로 강동군은 성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주변은 장수들이 말을 탄 채로 호위하였고,

그 뒤로는 군사들이 따라붙었다.

 

성안은 잠시 전 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것과는

너무도 다르게 적막하였다.
성 안 깊숙이 까지 들어오면서,

주유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고요속의 살기를 감지하였다.

그리하여 말을 멈추자, 여몽이 묻는다.

"대도독, 왜그러십니까 ?"

"너무 조용해, 아무래도 수상하다.."

 

여몽이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다시 한번 세심한 눈길로 돌아본다.

그러자 주유가,

 

"여몽 ,

지금 우리가 적의 매복에 걸린 것 같다.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돌아서 나가라. 천천히.."

여몽이 그 말을 듣고 창을 들어,

뒤따르던 군사들에게 소리없이 군호(軍號)를 해보이니,

군사들이 그 신호를 보고,

성문 밖으로 돌아서며 천천히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동요하지 말고 천천히 돌아서라."

 

주유의 당부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자신도 말머리를 들어온 길로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 때였다.

성루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조조군이

일시에 성 아래 강동군에게 불화살을 쏘아 갈기는 것이 아닌가 ?
성밖으로 돌아 나가던 동오군은 일시에
큰 혼란에 빠졌다.

 

그리하여 앞을 다투어

성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아우성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철수하라 !"

 

여몽의 긴급한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불화살에 맞고 쓰러지는 병사와 놀라 날뛰는 군마(軍馬)로 인해,

성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 조차 쉽지않은 상황이었다.
 
"대도독을 엄호하라 !"

 

여몽의 명에 따라 주유의 곁으로 방패를 손에 든 호위병들이 몰려들었지만,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순간,

한 대의 화살이 날아와 주유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꼿혀버렸다. 

"으윽 !"

 

주유는 비명을 지르며 말과 함께 땅바닥에 그대로 고꾸러졌다.

"대도독 !"

 

"대도독 !"

여몽과 호위 군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말에서 뛰어내려 주유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어서, 대도독을 보호하라 !
대도독을 보호하라 !"

 

여몽의 화급한 명이 연이어 떨어졌다.

순식간에 방패를 든 병사들에 의해 주유의 주변이 에워 싸였다.
여몽과 병사들이 주유를 부축해 성문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때, 성 안쪽 깊숙한 곳에서 적

장 우금을 선두로 일단의 철기병들이 공격해 나오기 시작하였다.
강동군은 주유를 철통같이 에워싸고 뒷걸음으로 성밖을 향하여 후퇴하였다.

"대도독을 보호하라 !"

 

이러한 와중 속에서도, 여몽의 독려는 계속 이어졌다.
승기(勝氣)는 조조군이 잡았다.

 

성 안에서의 불길이 치솟는 것을 신호로

성밖으로 거짓 쫒겨가던 조인과 조홍이 군사들을 독려하여

 뒤로 돌아서 반격을 가하는 바람에 강동군은 참패에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주유가 화살을 맞았다 !
주유를 잡아라 !"

 

우금의 명이 떨어지자,

북방의 조조군은 기세를 드높이며 철수하는 동오군을 무차별로 공격하였다.

 

"철수하라 !
대도독을 보호하라 !"

 

여몽은 목이 쉬도록 소리소리 지르며 주유를 부축하며 뒷걸음질 쳤고,

서성,정봉도 주유의 곁에 바짝 붙어서

주유를 향해 오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정신을 쏟고 있었다.

 

이렇게 뒷걸음으로 성문에 다달았을 때,

정보가 일단의 군사를 거느리고 성문 앞으로 달려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여몽이 정보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정보 장군 ! 대도독이 화살을 맞았소 !"
정보가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여기는 내게 맡기고 어서, 대도독을 모시고 나가시오 !"
정보의 외치는 소리를 듣자,

주유는 구세주를 만난 듯이,

"정보 장군 !"하고,

반가움과 절망속에 한줄기 희망을 본 사람의 외침을 토해 내었다.

 

"어서 대도독께 말을 드려라 !

그리고 우리는 성 안으로 공격해 들어간다 !"

 

정보가 급히 부하들을 독려하며 주유를 향하여

공격해 오던 우금과 맞써 싸우기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성문 안팎을 두고,

양군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이때 주유은 몸을 피해 후군 병영으로 무사히 물러나갈 수가 있었다.

주유는 정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군의(軍醫)로 부터 살촉을 뽑게 되었다.

 

"대도독, 참으십시오."

 

"으윽 !"
군의가 조심스럽게 주유의 왼쪽 갈빗대에 밖힌 화살을 뽑아내었다.

"어떤가 ?
살촉에 독이 있는가 ?"
정보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있습니다. 맹독입니다."

 

"그럼, 위험하다는 건가 ?"

 

"이런 종류의 독은 쉽게 아무는 것이 아니라,

백일 동안은 요양을 하고,
노(怒)하면 안 됩니다.

 

만약 노기(怒氣)가 충천하면 창독이 발작을 일으켜,

상처가 터지는 등의 큰 변고를 당하게 됩니다. "
군의는 이렇게 말하며 상처를 잘 닦아내고 금창고(金瘡膏)를 붙였다.
치료를 받으며 주유가 병상에서 정보를 부른다.

 

"정보장군."

"네, 말씀하십시오."

 

"오늘 아군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소 ?"

 

"많지 않았습니다."

 

"숨기지 말고, 솔직히 말하시오."

 

"으음.. 대략, 오천 정도입니다."

병상의 주유는 피해 상황을 알고 싶어 하였고,

대도독 주유의 치료 모습과 군의의 당부를 곁에서 직접 지켜본 정보는

주유를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아군의 피해 상황을 줄여 말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주유는 정보로 부터 오천의 병사가 피해를 당했다는 소리를 듣자,

인상이 일그러지며,

 

"으윽 !..."하고,

상처의 고통으로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대도독, 노하시면 안 됩니다.

상처가 또 터질 겁니다."

 

군의가 주유를 진정시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주유는,

 

"오천이 당하다니..."하고,

한탄의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정보가,

 

"일단 이번에는 철군을 하셨다가,

주공을 뵙고 다시 계획을 논의하시죠."하고,

말을 하니,
주유가 병석에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렇게 많은 병사들을 잃고, 남군을 얻지 못하면,

내 어찌 강동의 백성들을 볼 것이며,

어찌 주공을 뵐 수가 있겠소.

 

더구나 제갈양과 한 약조에서,

내가 한 달이내에 남군을 취하지 못하면, 그에게 넘기겠노라고 했는데,

이 역시 조롱거리가 아니겠소 ?"

 

자존심이 강한 주유는 상처를 치료받는 와중에서도

성격대로 모든 것을 염려하고 처리하려 하였다.

주유의 신병이 이 지경이라 ,

정보는 전군에 명하여, 영채를 굳게 지키도록 하고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금이 군사를 몰고와서 싸움을 청한다.
이틀, 사흘 연거푸 싸움을 청해 왔으나 정보는 일체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흘 째는 조인까지 영채 밖까지 접근해 와서,

 

"겁장이 주유야 !

네가 화살을 한 대 맞고 나더니 겁에 질려 꼼짝을 못하는가 보구나 !

이런 겁쟁이 같으니라고 !"하고, 말하자,

 

조조군 군사들이 그 말을 받아서, 한꺼번에 조롱해 대는 것이 아닌가 ?
주유는 병상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크게 노하였다.

 

"저런, 쳐 죽일 놈들 같으니라고 !
내 이놈들을 모조리 옥살박살 내주리라 !"
주유는 소리소리 질러대며,

 

"내 갑옷을 가져오고, 군마를 끌어오라.
내 나가서 저놈들을 모두 깨부수리라 !"

주유가 병석에서 일어나며 외치는 소리를 듣고,

정보가 간곡하게 만류한다.

 

"대도독 ! 불편한 몸으로 나가는 것은 너무도 무리요.

며칠만 더 참으시오."

 

"무슨 소리요 !

군인이 전장에 나온 이상 시체가 말가죽에 싸여서 돌아가게 되면
그 이상의 영광이 어디있겠소 !
여러말 말고 갑옷과 창검을 빨리 가져오시오 !"
주유는 이렇게 <발악발악> 소리를 지르며,

갑옷과 군마를 끌어내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198회에서~~~

 

삼국지(三國志) (198)
주유의 계략

주유는 마침내 상처입은 몸에 갑옷을 떨쳐 입고,

정보와 감녕, 서성 등 여러 장수들의 염려와 걱정을 묵살한 채로,

아픈 모습을 감추고, 수백 기의 군마를 거느린 후 적진을 마주보고 나갔다.
조인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주유를 보고 깜짝 놀라며, 군사들에게 명한다.

 

"주유가 아직 상처가 완치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독화살을 맞은 상처는 노기를 띠면 악화되는 법이니,

모든 군사는 주유에게 욕설을 퍼부어 노기를 돋구게 하여라."
그리고 조인 자신도 주유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조롱하였다. 

 

"겁장이 주유야,

 

그동안 어디에 숨어 꼼짝도 안 했느냐 !

남군성을 취하겠다고 미친 듯이 날뛰더니,

겨우 화살 한 대를 맞고, 쥐새끼 처럼 숨어든 단 말이냐 ?
지금이라도 네가 투항한다면 특별히 목숨만은 살려주마 !

 

그리고 승상 말씀이,

네가 투항하면 대교는 나의 첩(妾),

소교는 승상의 첩으로 삼자고 하셨다.

하하하핫 !...

 

그리고 너는 승상의 말지기로 삼을 것이니, 어떠냐 ?

그래도 죽는 것 보단 훨신 나을 것이다 !

우하하하하 ! .."
주유가 조인의 조롱하는 소리를 듣고,

 

"조인은 들어라 !

  나 주유가 돌아왔노라 !
누가 조인을 상대하겠나 ?"하고,

조인과 자신의 장수들에게 번갈아 말하였다.

그러자 반장(潘璋)이,

 

"소장이 나가리다 !"하고,

창을 꼬나 쥐고 말을 달려 나간다.

그러자 조조군에서는 우금이 대항하며 말을 달려 나갔다. 

"북을 울려라 !"
조인은 우금의 사기 충천을 위해 전고(戰鼓)를 울리도록 명한 뒤에,

 

"들어라 병사들이여 !
다 같이 주유 놈에게 욕이나 실컷 해주자 !"하고, 말한다.

그러자 조조군에서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이 터져나왔다.

"주유 이놈아 !...***,十八*, #@%, &$@ ! ..."
"지랄 염병을 하고 있네 !...
용용 죽겠지, 약 올라 죽겠지 !.. "
"하하하하 !... 메~롱 !...

하여간,

중국놈들의 온갖 욕설이 조조군에서 무차별로 쏟아져 나왔다.

 

(뙈놈들이 욕은 엄청 잘한다)
(어린 시절에 친한 친구끼리의 욕은 대화의 연장이다.

그러나 군대 시절의 욕은 작전의 일환이다)

"건방진 놈들 ! "

주유가 적군들이 떠들어 대는 욕을 듣고,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칼을 뽑아 들다가,
피를 토하며 마상에서 굴러 떨어진다.

 

"대도독 !"

 

"대도독 !"

정보, 감녕, 등 주변에 있던 장수들이 말에서 뛰어내려 주유에게 몰려 들었다.
장수들에게 에워싸인 주유가 작은 소리로 말한다. 

 

"난 괜찮다.

적들이 내가 죽은 알도록 큰소리로 곡(哭)을 하여라.

조인을 속일 수 있도록, 어서 큰소리로 울어, 어서 !"

그러자 정보를 시작으로

주유에게 몰려든 장수들이 큰소리로 곡을 해댄다.

 

"아이고 ! 대도독 ! ..."

 

"대도독 ! 대도독 ! ...."

 

"엉~엉 !.. 대도독 !...

어찌 이렇게 !..."

적군의 진지에서 곡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조홍이 깜짝 놀라며,

조인에게 말한다. 

 

"상장군, 들어 보십시오.

동오의 장수들이 주유를 에워싸고 곡을 하는 것을 보니,
주유가 죽은 것 같습니다."

 

조인이 그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동오군 진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죽어 ? 아니,

사내놈이 욕 몇마디 처먹었다고 죽어 ? ...."

 

조인은 믿어 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동오군의 지금 모습은 황황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 아니던가 ?
그리하여 이를 악다물며,

 

"건방진 놈,

독화살을 맞고 싸우겠다고 나서더니, !..."
이렇듯 외친 조인이 칼을 뽑아들며 명한다.

"들어라 형제들이어 ! 
주유의 시신을 가져오면,

크게 상을 내린다 !  돌격 !"

 

"와아~ !..."

 

조조군이 일시에 동오군을 향하여 공격을 시작하였고,

동오군은 가까스로 주유를 구출해 가지고 영채로 돌아오기는 하였으나.

이날의 싸움에서도 크게 참패하였다.

 

그로 인해 동오의 군심(軍心)은 몹시 당황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장수들을 앞에 불러 놓고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오늘 마상에서 피를 토하며 말에서 떨어진 것은

적을 속이기 위한 계교에 불과하니,
지금부터 영채 곳곳에 조기(弔旗)를 내걸고 조상(弔喪)토록 하라. 
그러면 조인은 필연코 오늘밤 안으로 우리를 습격해 올 것이니,

우리는 사면에 군사를 매복해 두었다가 조인을 사로잡도록 하자 !"

좌중의 모든 장수들은

그 말을 듣고 주유의 묘계(妙計)에 오직 감탄해 마지않았다.
정보가 주유의 명령대로 장하의 군사들에게 상복을 입히고 곡을 하게 하니,

주유가 죽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군중을 비롯하여

적장인 조인의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한편,

주유가 남군성 공격에 나섰다가 독화살을 맞고

후군으로 물러나 칩거하고 있다는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던

유비의 진영에서는 주유가 다시 조인에 맞서려고 영채밖으로 나왔다가

피를 토하며 마상에서 굴러 땅으로 떨어진 뒤에,
이어서 죽어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유비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공명에게 말한다.

 

"주유가 죽어요 ?
불세출의 영웅이 그렇게 가다니...
믿을 수가 없소이다."
그러나 공명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공, 그건 틀림없는 위장전술 입니다."하고,

단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무슨 말씀이오 ?"

"주유가 정말로 죽었다면,

정보가 사람을 보내어 동맹군인 우리에게 협력을 요청하면서

조조군에 전멸당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인데,

아직까지 부고를 전하는 사람도 없고, 도와달라는 부탁도 없으니,

이건 주유가 연극을 한다는 겁니다.

 

주유는 남군성에서 조인의 계략에 속아서

이미 쓴 맛을 본 상태라 어떡하든지 조인을 자신의 진영으로 유인해서

자신이 당한 수모를 되갚으려 하는 거지요, 허허허허..."

 

"아 !... 그렇겠군.
그럼 우리는 어찌하면 좋겠소 ?"

 

유비는 공명의 예리한 상황판단을 듣고

감탄해 마지 않으며 향후 대책을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정색을 하며 아뢴다.

"주공, 조인은 주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밤 안으로 주유의 후군을 공격하려고 나설 것이니,

우리의 기병(騎兵)을 속히 남군성 동쪽으로 보내어,

조인이 성을 비우거든 그때 남군성을 취하도록 명하십시오."

유비는 그 말을 듣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기를 망설인다.
그러더니 한참 만에야,

 

"선생, 그건 도리가 아닌 것 같소.
한 달 동안이나  동오군이 남군성을 취하기 위해

혈전을 벌여 병력과 물자 손실이 많아왔는데,

우리가 주유를 치기 위해 성을 비운

조조군의 뒤를 쳐서 손쉽게 남군성을 손에 넣는다면,

그건  주유에 대한, 불의(不義)한 일이 되지 않겠소 ?"

"주유와 인의(仁義)를 논하시다뇨 ?
벌써 잊으셨습니까 ? 
주유가 지난번에 이곳에 와서, 이런 말을 했었지요.

 

<난세 속에 가장 귀한 것은 영토와 성지(城地)>라고, 

그리고 주공은 이전에 유표가 형주를 주겠다는 데도

받지 않으셨던 관계로 지금보다 빨리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번 기회는 놓쳐서는 안 됩니다. 숙고하십시오. "
공명은 이렇게 말하면서 유비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유비는 공명의 눈길을 피하면서,

장중을 서성이며 공명의 권고에 대답하지 아니한다.
공명의 권고는 평소 유비의 판단과 그에 따른

현실적인 운신의 폭과는 매우 다른 요구였다.
공명은 유비의 결정이 쉽지 않음을 간파하고,

망설이는 그를 향해,

"하 !...

 

물론,

주공의 입장에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일 인 줄 압니다.
허나, 형주의 관문인 남군성을

우리가 손쉽게 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다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겁니다.

 

또, 지난번 주유와의 약속에서도

<한 달 안에 남군성을 취하지 못하면 > 기회를 우리에게 넘긴다고,

주유 자신이 공언한 바가 있습니다. 그 한 달이 지금 막 지났습니다.

 

주공,
성지가 많아 우리의 세력이 커져야만 주유가 우리를 존중해 줍니다.
반대로 우리 세력이 지금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약해져만 간다면, 우릴 무시할 게 분명합니다. 
언젠가는 우릴 내치고 없애려 들 겁니다."하고,

말하며 유비의 결단을 촉구하였다.

유비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갖대 댄다.
(아이구 골머리야 !)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자 공명이 고개를 기울이며 묻는다.

"왜그러십니까 ?
어디, 불편하신가요 ?"

 

"그렇소,

바람이 차더니, 풍한(風寒)이 들었나 보오."

 

"의원을 부를까요 ?"

 

"아니오, 좀 쉬면 낫겟지요...

그리고 군사, 군정(軍政) 사항은 군사께서 알아서 처리해 주시오. "

 

유비는 대답하기 곤란한 내용을

공명에게 떠밀어 버리고 자리를 떠난다.

"알겠습니다, 그럼..."

 

공명은 자리를 떠나는 유비를 향해 예를 표해 보였다.
그리고 유비가 내실로 들어가 버리자,
밖에 있는 병사를 부른다.

 

"여봐라 !"

 

"예 !"

"조운(趙雲) 장군을 불러와라."

한편,

낮에 주유와 맞서며 승기를 잡기는 하였으나, 

끝장을  보지 못한 조인은 곧 군사를 거두어 물러섰다.
그는 수하 장수들을 모두 모아 놓고,

 

"오늘밤 적진을 습격하여 주유의 시체를 빼앗아

그의 수급을 베어 허창의 승상께 보내도록 하겠다."하고,

말하였다.

조인은 밤이 되자,

우금, 조홍, 조순 등의 장수들과 모든 병사를 거느리고 

심야에 적진을 기습하기위해 출동하였다. 
그리하여 밤이 깊어 적진에 접근해 보니,

 

주유 후군 영채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다가,

이를 지키는 군사도 극히 적고 경비도 허술해 보이는 것이었다.

"주유가 죽으니 병사들이 하나같이 투지를 상실했구먼,

방어가 이리도 허술하다니 !"
조인은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전군에 명을 내린다.

 

"형제들이어 ! 공격을 개시하라 !"

조조군은 조인의 명이 떨어지자,
일시에 함성을 지르며 주유의 후군 영채롤 쏟아져 들어갔다.

 

"와아 ! ~..."

 

"돌격 !...."

조인은 궁수들에게 먼저 화살을

주유의 영채 안으로 퍼붇게 한 뒤에 말을 몰아 질풍같이 쳐들어갔고,

그 뒤는 병사들이 노도와 같이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공격을 받아 줄 적의 대항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

 

"아무도 없습니다 !"

 

"진지가 텅 비었습니다 !"

"뭐라고 ? "

 

척후병의 보고를 받고,

조인이 깜짝 놀라자, 조홍이 바로 말한다.

 

"형님, 매복 같습니다 !"

그 순간, 

동서남북 어둠 속에서 주유의 대군이 별안간 함성을 울리며

벌떼처럼 휘몰아쳐 나온다.

 

동쪽에서는 한당의 군사가,
서쪽에서는 정보의 군사가,
남쪽에서는 감녕의 군사가,
북쪽에서는 여몽의 군사가 독안에 든 쥐를

 

몰 듯이 조조군을 사방에서 공격해 오니,

조인의 군사는 크게 패하여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조인이 서쪽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하자,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주유는 여몽이 뒤를 쫒으려고 하자,

그를 만류하며 말한다.

"그냥 두어라,

저런 멍청한 자가 조조곁에 있으면 장차 우리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남군과 형주다 ! 
조인이 성을 비우고 이곳에 왔을 것이니,
이제 우리는 남군을 쉽게 취할 수가 있다."

 

주유는 이렇게 장수들에게 말한 뒤에,
소리를 높여 말한다.

 

"명을 내린다 ! 

전군은 군마를 정비해,
즉각 남군을 공격한다 !"

 

"알겠습니다 !"

이리하여 주유는 그 즉시 주력군을 이끌고

남군성으로 질풍같이 달려갔다.
          
19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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