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304)
태동하는 위왕조(魏王祖) 건립
위왕 조비(魏王 曺丕)는 조식의 문제를 매듭지어 놓은 뒤,
사마의에게 보고를 받는다.
"전하,
손권에게 보낼 답례품 목록을 가져왔습니다."
사마의가 내민 목록은 지난번 위왕 즉위식에
강동의 손권이 보내온 즉위식 경축 공물에 대한 답례 물목이었다.
조비의 위왕 즉위식에는
각 지역의 태수(太守)와 성주(城主) 등이 신왕 즉위식 경축 공물을 보내왔다.
그리하여 답례품을 골고루 보내었으나,
강동의 손권에게는 아직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답례품 물목을 살펴본 조비가,
"중달(仲達 : 사마의의 字),
손권은 경축 공물을 후하게 보내왔소.
그 귀한 야명주(夜明珠 : 어두운 데서 빛을 내는 구슬)까지 보내오지 않았소 ?
그에 비하면 우리의 답례품이 변변치 않구려."하고,
말한다.
그러자 사마의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신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
사마의는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닫았다.
그러자 조비가 물목표에서 눈을 떼고, 사미의를 쳐다보며,
"말해 보시오."하고,
대답을 채촉했다.
사마의는 재촉을 받고서야 말한다.
"손권이 꿈에서도 바라는 것을 준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요 ."
"꿈에서도 바라는 것 ? ...
그게 뭐란 말이오 ?"
조비는 이렇게 묻고,
다시 물목표에 눈이 갔다.
그러나 질문을 받은 사마의의 대답은 즉각 나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조비가 다시 물으려고 고개를 돌리자
사마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왕(吳王) 입니다."
"오왕 ? "
조비가 사마의의 놀라운 대답을 듣고,
그를 향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
그러자 사마의는,
"전하께서는 위왕이시고,
유비는 한중왕(漢中王)이라 자칭하고 있으니, 손권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
그러니 답례품을 보내면서 손권을 오왕(吳王)에 봉하신다면
우리와 기꺼이 협력하여 유비를 상대할 명분이 생길 것입니다."
"아 !... 선생,
왕위 책봉은 오직 천자께서만 하시는거요."
"신이 그걸 모르겠습니까 ?"
"응 ?"
조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마의를 쏘아본다.
그러면서 물었다.
"황제를 폐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우라는 뜻이오?"
"한실은 사백 년을 이어왔습니다.
이제 그 명을 다해 유명무실하고 천하인이 모두 절망한 상태이니,
하늘의 뜻에 따라 민심을 추스려야 합니다."
"음 !...
중달,
선생이 볼 때,
내 지략과 명망은 부왕(父王 : 조조를 가리킴)에 비해서 어떻소 ?"
사마의가 조비의 질문을 받자,
자리에 꿇어 앉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뛰어난 군주이기는 하나,
선왕께는 못미칩니다."하고,
솔직히 답변하였다.
그러자 조비는 당연한 대답을 들었다는 듯,
자리에 앉으며 다시 묻는다.
"음 !...
정치력과 공작은 어찌 평가하오 ?"
"선왕께서는 창업 군주로 고난을 거치며
위대한 공적을 쌓아 역사에 길이 남을 만 하나,
전하께서는 그에 못미칩니다."
그 말을 듣자 조비가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묻는다.
"그것 보시오.
부왕께서도 못 하신 일을 내가 어찌 하겠소 ?"
그러나 사마의는 이렇게 새왕조 건립을 주장한다.
"선왕께서도 못하신 일이기 때문에
전하께서는 제위에 오르셔야 하는 겁니다."
"어째서 ?..."
"선왕께선 황제를 못 한게 아니라, 안 하신 겁니다.
선왕의 지혜와 재능의 위엄이면 진작에 황제가 되셨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선왕께서는 알고 계셨죠.
모든 권력을 손에 쥔 이상,
황제를 잘 키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용하는 게 낫다는 걸 말입니다.
그러나 전하의 상황은 정반대 입니다.
왕 위에 갖 올라, 민심이 불안한 데다가
조인, 서황, 장요같은 노장들과 정욱, 가후, 왕랑 같은
노신들은 선왕께서 발탁하신 인재들이란 것이지요.
전하께서는 그런 신하들을 발탁한 적이 있다거나 그런 은덕을 쌓은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전하가 제위에 오르고 왕조를 바꿔야만, 자신의 신하들을 발탁할 수 있고,
자신의 세력을 키워, 은덕을 쌓을 수가 있지요.
신이 단정컨데 그런 마음을 가진 신하들은 전하보다 더 제위에 오르시길 바랍니다."
조비가 사마의의 말을 들으며,
골똘히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음 !...
선생 말을 들으니, 내가 크게 깨닫는 바가 있구려.
선생 ! 이보시오 중달 !"하고,
사마의를 격의 없는 어조로 불렀다.
그러나 사마의는 조비를 외면한 상태 그대로 있었다.
사마의가 조비를 비로서 마주 보는 계기가 된 것은 조비의 이 말 때문이었다.
"착수 하시오 !"
"조서가 내려오면 어찌 답하실 겁니까 ?"
사마의는 조비의 결심 어린 명을 얻어 내자, 다시 물었다.
당시의 군주의 덕(德)으로는 사양(辭樣)의 덕(德)을
외부에 표방(標榜)하는 것이 순리였기 때문이다.
바라는 것을 얻었다고 덥석 받아 쥐는 것은
시중의 소인배들이나 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모르지 않는 조비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야 물론 사양해야지,
한번, 두번, 세 번 !"
그 말을 듣고 사마의가 조비를 마주보고 돌아선다,
그리고 그 앞에 넙죽 엎드려 절하면서,
"영명하십니다."하고,
대답하였다.
30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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