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306)
핍박받는 천자
그 길로 태묘로 향한 천자 유협은
수행하는 시종도 하나 없이 단신으로 허둥지둥 계단을 올랐다.
그리하여 선조들의 위패 앞에 주저 앉아 통한(痛恨)의 눈물을 흘렸다.
"선조 대왕님들 !
보셨습니까 !...
흐흐흑 !
간신과 역적들이 권좌를 빼앗으려 합니다.
흐 흐 흑 ! ...
이몸이 무능하여 이런 수치를 당합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죽어 마땅합니다 !....
흐 흐 흑 !..."
이렇게 황제 유협은
조상의 위패 앞에 엎드려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그때 등 뒤에서,
"황상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천자가 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보니,
그 곳에는 조조의 맏딸이자 자신의 부인인 조 황후(曺皇后)가
자신을 측은한 눈길로 지켜보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순간, 천자는 악에 바친 소리를 내질렀다.
"조상님들은 너희 조씨(曺氏)를 싫어 하신다 !
썩 꺼져라 !"
그러나 조 황후는 오히려 천자에게 다가선다.
그러면서,
"신 첩은 조씨이지만 지금은 유씨(劉氏) 집안 사람입니다.
황상께서 신첩을 황후로 세우셨습니다."하고,
말하면서 천자의 옆에 주저 앉았다.
그 순간,
"당장 꺼져버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
황제 유협은 조 황후를 그대로 밀쳐버렸다.
"어, 엇 !"
조 황후는 비명과 함께 뒤로 나뒹굴었다.
"어, 엇 ?"
천자 유협은 조 황후가 넋을 잃고 나뒹굴자,
순간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그리하여,
"황후, 황후 !
다치지 않았소 ?"하고,
조 황후의 안위를 걱정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조 황후는 오히려,
"황상 ?
황후라 하셨습니까 ?"하고,
고개를 기울이며 감격에 겨운 어조로 묻는 것이었다.
황제 유협은 조조와 함께 허창으로 오면서
조조의 강권으로 그의 맏 딸을 후궁(後宮) 귀비(貴妃)로 맞은 바가 있었다.
그러다가 당시의 국구(國舅 : 제왕의 장인) 동승(董承)의 조조 암살 미수사건을 계기로
동승을 비롯한 동귀비(董貴妃)를 무참히 목졸라 죽인 뒤, 그 자리에서 자기 딸을 불러 들여,
황후로 봉하도록 하였다.
(관련글 ,116편 동승 일족의 참살편 참조)
그런 뒤에 천자 유협은 조 황후를 <황후>라 부르지 않았었다.
그것은 조조에 대한 천자 유협의 유일한 반심(反心)의 표현이었다.
그러려니,
조 황후는 천자 유협과 함께 살면서도
제대로 된 격식(格式)의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
그런데,
지금 남편 유협이 자신을 <황후>로 불러주는 것이 아닌가 ?
"황상,
황후라 부르셨습니까 ?"
조 황후는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감격에 겨운 어조로
다시 한번 남편에게 물었다.
"황후 !
짐이 실수 했소.
심신이 혼란하여 황후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소.
괜찮으시오 ?"하고,
울먹이며 물었다.
그러자 조 황후는,
"모두 동생(조비를 지칭함) 때문입니다.
전 괜찮습니다.
이렇게 하시어 황상의 속이 풀리신다면
매일 맞아도 상관없습니다."
조 황후는
비로서 남편인 천자 유협에게 대접을 받는 것에 감격하며 말하였다.
두 양주(兩主)가 이렇게 소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태묘(太廟) 밖에서는
부산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장군 조홍(曺洪)과 조휴(曺休)가 다수의 측근 정예 병사들을 이끌고
무엄하게도 무장을 한 상태로 태묘에 들이닥쳤던 것이었다.
두 사람은 느닫없이 나타난 이들로 인하여 긴장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하여 조 황후가 두 사람을 알아보고, 그들을 향해 호통을 친다.
"조홍, 조휴 !
여긴 무슨 일이냐 !
이곳은 신성한 태묘이거늘 어찌 무장을 한 채로 들어온단 말이냐 !"
그러나 조휴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폐하, 황후 !
선양을 독촉하러 온겁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조 황후가 발끈 성을 낸다.
"너희 둘은 조씨 가문의 자손이자,
폐하의 신하가 아니더냐 ?
선양 ? ..무엄하구나 !
너희들이 관여할 수없는 일로써 허툰 짓을 한다면
오늘 내가 너희들을 죽여주리라 !"
"그래요 ?
나를 죽일 생각이라며 어디 검을 뽑아보시오 !"
조홍이 장도(長刀)를 들어 보이며 말하였다.
"조홍 !
무엄하다 ! "
황후가 소리쳤다.
그러자,
"흥 !"하고,
코웃음을 친 조홍이 돌아섰고,
이어서 조휴가 말한다.
"황후 !
이 일에는 관여치 마시오,
폐하 ! 가시죠.
만조 백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고,
황후를 외면하고 천자만을 닥달하는 것이었다.
기세 등등한 장군들 위용앞에 쩔쩔매는 천자 유협이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조 황후가 다시 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조흥, 조휴 !
선왕께서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고 이를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감히 네놈들이 위왕을 도와 역모를 꾀하다니,
하늘이 두렵지도 않느냐 !"
그러나 두 장수는
자신들의 사촌 누이인 조 황후의 노여움에는 대답치 아니하고,
"폐하 ! 어서 조정에 드시지요 !
아니면 저희들이 끌고 갈 겁니다 !"하고,
천자 유협만을 닥달하는 것이었다.
천자가 이들을 따라 나서려 하자,
황후가 그의 옷깃을 잡으며,
"폐하 !
저 놈들을 상대하지 마십시오.
폐하는 천자입니다.
저들이 감히 어쩌지 못합니다."하고
말했지만, 천자는 고개를 가로 젖는다.
"흥 !...
천자 ? ...
손바닥 위에 천자 !...
핍박이나 당하는데 어찌 하란 말인가 ?"
이같이 말한 천자 유협은
황후의 손을 뿌리치고 조흥, 조휴에 앞서, 태묘를 나왔다.
30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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