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김삿갓

김삿갓의 대필 诗

오토산 2022. 1. 18. 05:20

김삿갓 12 -
[김삿갓의 대필 诗]

"과연 명승절지에 명승(名僧)이 계시군요.

불초 감히 고명하신 분과 겨룰수야 없습니다만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야 시주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글이라면 그 스님도 뒤지지 않으시는 분이나 가신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셔야 할겁니다.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스님은 누구든 찾아오는 손님은

글을 알든 모르든 글 실력을 시험해 보십니다.

그래서 상대는 안되지만 실력이 있다고 인정되면

쾌히 대접을 해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장으로 후려쳐 쫒아버립니다.
물론 시주께서는 좋은 상대가 되시겠습니다만."
김삿갓은 갈수록 흥미를 느꼈다.

"거참 재미있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만약 겨루기를 하여서 지는 편은 이를 뽑혀야 합니다.

아마 그 스님이 비장하고 있는 자루 속에는

뽑은 이가 한말은 넘을 것입니다."

"오 대단한 지고."

 

김삿갓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하지만 자신의 글이 짧아 설혹 이를 뽑히는 한이 있더라도 꼭 가보고 싶었다.

그날밤 김삿갓은 시승 생각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반을 얻어 먹고 곧장 입석봉을 향하여 발길을 옮겼다.

 

갈수록 산세는 더욱 험악해졌다.

고개는 가팔랐고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내리는 물소리는 웅장하기 조차 하였다.
삼십리 길이라고 하였지만 오시가 넘을 때까지 절반쯤이나 온듯 했다.

김삿갓은 배가 고팠다.

 

이른 아침부터 산길을 내처 걸었으니 배가 고플만도 헸다.

더구나 오시도 훨씬 지났지 않은가.

"물이라도 마시고 가야겠구나."

그는 조심조심 계곡쪽으로 내려갔다.

냇가로 내려가는 비탈은 가파르고 미끄럽기도 하거니와 돌멩이도 많았다.

간신히 냇가로 나오자 의외로 냇가는 넓었다.

 

더구나 그의 눈을 번쩍 뜨게 한 것은 냇가 벼랑위에 아담한 정자가 있었는데

갓을 쓴 선비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별세상에 들어온 느낌이어서 한동안 김삿갓은

아무런 생각없이 그 정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올커니,

시회를 열고 있나보구나."

 

김삿갓은 제 정신이 들자  두루마기 자락을 펄럭이며

정자쪽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을 급히 걸었다.

그리고 그는 다짜고짜 정자안으로 올라갔다.

"지나가는 과객입니다만

말석이라도 빌릴수 있을까요?"

화선지를 펼쳐놓고 시작(詩作)을 하고 있던 선비들은

웬놈이냐는 듯 김삿갓을 쏘아 보았다.

"당신 글줄이나 지을 줄 안다면 어디 끼어보구려.

하지만 글재주 없이 술 잔이나 얻어 먹으려 한다면 딴 데나 가보시오."

노골적으로 하대하는 말씨였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말에는 이미 이골이 난 김삿갓 아니던가.

"그저 책 몇권을 읽었습니다.

보아하니 공짜로 얻어 먹기는 틀린 것 같으니 가르침을 주십시오."

 "허허 , 무료하던 차에 심심치 않은 구경거리가  생겼군 그래."
좌중에 팔자 수염을 기른 사내가 마치 김삿갓을 장난감으로 생각했는지

이렇게 거들고 나섰다.

"불초가 여러분들의 무료함을 풀어주게 되었다니 천만다행 입니다.

자, 어디 받아 보겠습니다."

 

김삿갓은 모욕적인 말에도

낯색을 변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수작을 부렸다.

"운을 떼라는 말이군.

풍월구경을 하긴 한 모양인데,

누가 운을 한번 붙여보지."

팔자수염은 좌중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을 하였다.

"뭐 운이랄 것까지야 있겠소.

그저 생각나는대로 한번 읊어 보라고 하시오."
누군가 김삿갓을 얕잡아 보고 말을 하였다.

"보시다시피 불초는 워낙 불학무식한 놈이어서

막연히 글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글제라도 말씀하시면 억지로라도 뜯어맞춰 보겠습니다."

"그럼 금강산의 절경을 읊어보시오.
구경 좀 해봅시다."

"해보겠습니다만 불초가 글을 제대로 쓸줄 모릅니다.

하오니 어느 분께서 대필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내친김에 김삿갓은 바보 행세를 하였다.

"허허, 세상 살자니 별일을 다 보겠구먼.

그래 글씨도 쓸줄 모르면서 어떻게 시를 짓는단 말인가?

이거야 말로 기상천외한 일이로군.

좋소, 내가 대필을 할터이니어서 불러 보시오."

얼굴이 동그런 선비가

별꼴을 다 보았다는 듯 무릅까지 치면서 붓을 들었다.

"그럼 부르겠습니다.

소나무란 글자를 두자 쓰십시오."
김삿갓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소나무 송(松)자를 두자 쓰라는군.

松松이라 ..자 썼소."

"다음에는 잣나무란 글자를 두자 쓰시오."

"잣나무 백자로군.

栢栢이라.. 썼소."

"그러면 그 뒤로

바위라는 글자를 두자 적어주시오."

"바위 암 자로군..

岩岩이라 썼소."

"끝에다 돌다라는 글자를 붙여주시오."

"돌회라 .. 

廻라 썼소."

이쯤되자 좌중의 선비들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침들을 꼴깍꼴깍 삼키며 글이 이루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럼 이제는 행을 바꾸어

물이란 글자를 두자 쓰시오."

"물 수(水)자 두자라고?

水水 썼소."

"다음으론 산이란자를 두자 쓰시오."

"묏 산자라 ,

山山 썼소."

"그럼 곳곳이라는 글자를 두자써주시오."

"곳처라는 글자군,

处处라고 썼소."

"끝에다 왜 기이하다고 할때 쓰는자 있지요?

그자를 한자 써주시오."

"이상할 기자로군.

奇라 썼소."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끝났으니, 붙여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비들은 김삿갓이 부르는대로 옮겨적은

화선지의 조합된 글을 보고 깜짝놀랐다.

"세상에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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