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황간 댁 사연

오토산 2022. 1. 25. 15:24

사랑방이야기(305)

황간 댁 사연


천석꾼 부자 최 참봉이 상처를 하고, 3년 동안을 홀아비로 지내다가 삼십대 초반의 여인에게 새장가를 들었다.최 부자네 안방을 차지한 황간 댁은 사슴 눈, 오똑한 코, 백옥 같은 피부에 앵두입술로 자색이 뛰어났다.
어디 그뿐인가 둥그런 턱 선과 넉넉한 인중, 넓은 이마, 누가 봐도 부귀영화를 타고난 여인이다.고을이 떠들썩하게 혼례를 올린 첫날밤에 변고가 났다.
참봉이 이승을 하직한 것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헛간의 담 모퉁이 하나 고치는 일도 구곡암자 영검도사에게 물어보고 처리하던 참봉이 아닌가?
그러나 혼인만은 그 여인에게 홀려 자기 마음대로 결정한 한 것이다.혼례식을 올리기 전에 여인의 관상을 본 영검도사가 참봉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 여자 배 위에서는 황소도 살아남기 힘드니 부디 혼약을 파기하시게.”
참봉은 영검도사의 권고를 무시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황간댁은 삼년상을 치를 동안, 소복을 입고 쥐 죽은 듯이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래도 자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어느 때 부턴가 바깥출입이 잦아졌다.
동기가 오리무중이라,“저렇게 후덕해 보이지만 서방 잡는 백여우여.”참봉만 복상사를 한 게 아니었다.
그녀가 시집 온 아래 마을에서도 첫날밤에 신랑이 급사를 했다는 소문이다.여인은 참봉이 남긴 대궐 같은 기와집에 하인을 거느리고 조용하게 지내며 과거를 잊어 갈 즈음,
이번에는 집안 대소사를 맡아보던 집사가 황간댁 안방에서 횡사를 했다.얼마 후에는, 비단장수 왕서방이 백주 대낮에 복상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겁이 나서인지 여인을 넘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여인은 집사도 하인도 없이 대궐 같은 넓은 집에서 외롭게 살았다.하루는 어디선가 흘러 온 집도 절도 없는 건달이 술에 취해 대문을 두드렸다.
허우대가 멀쩡한 사내가 아닌 밤중에 불쑥 찾아와 뜬금없이 부인의 한을 풀어드리려고 왔습니다.
받아주시오?
어라!
미친 녀석 아이가?제법 예를 갖추어 진지하게 말하자 황간댁은 눈을 흘기며 “제발 부탁이오니 돌아가 주세요.”건달은 막무가내였다.
또다시 자신의 배 위에서 비명횡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는 황간댁을 뒤에서 껴안았다.
한사코 치마끈을 풀지 않으려는 황간댁을 방바닥에 누이고 옷을 홀라당 벗겨버렸다.
그 뒤는 상상하시라.
물론 힘이 장사다.둘이서 꼭 껴안은 채 깜빡 눈을 붙이고 나니 동창이 밝았다.
황간댁은 몸이 나른해졌다.
그런데 건달은 죽지 않았다.
오랜만에 질펀하게 운우의 정을 치른 황간댁은 ‘우메! 좋은 거’하고 목을 껴안자 건달은 한 번 더 요절을 냈다.다음날부터 건달은 대궐 같은 집에 아예 눌러앉아 대주가 되었다.
황간댁도 건달을 하늘 같이 받들었다.
얼마 후에 황간댁은 입덧을 하였다.황간댁 사주팔자를 보았다.
배 위로 올라간 남자는 십중팔구 복상사(腹上死)한다.
그런데 하늘과 땅이 바뀐 복하(腹下)에는 아무리 병약한 남자라도 죽는 법이 없다.
그래서 건달은 한사코 황간댁을 배 위로 올라오라고 한 것이다.

註> 행복한 죽음천하의 잡놈 변강쇠는 말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죽음은 여인의 배(腹)위에서 절정을 느끼며 죽는 것이다.
이것이 상팔자다.희대의 난봉꾼 카사노바는, 섹스란 그 진정한 맛을 알고 즐겨야지, 분수를 모르고 나대면 말로는 비참하다다.
저승사자가 항상 베게 밑에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성관계를 하다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하면 이때를 주의하라.
간혹 복상사(腹上死)가 일어난다.미국에서는 달콤한 죽음 ‘sweet death’프랑스에서는 감사(甘死) ‘mort douce’영국에서는 말 타고 죽는다는 ‘saddle death’
이 대목이 좋다.일본에서는 우리와 같이 복상사(腹上死)중국에서는 색풍(色風), 성교 중에 급사하면 상마풍(上馬風), 성교가 끝나고 죽으면 하마풍(下馬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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