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78 -
['도루아미타불'의 본뜻]
그런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세상사람들은 그 경문을
"바라경"이라고 불러 오게 되었다고 일휴 스님이 말하자
좌중은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그리고 일휴 스님에게 다시 묻는다.
"하하하,
스님은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바라경을 지은 사람은 일휴 스님 자신이 아니오?"
그러자 일휴 스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나는 남녀 관계를 모르지는 않지만
"바라경"을 지은 사람이 나 자신은 아니야."
"그 말을 누가 믿겠어요?"
"바라경을 내가 지었다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일이지 왜 거짓말을 하겠나?
불경에 보면 남을 속이는 것도 죄악이라고 했거든."
이같은 일휴 스님의 태도로 보아
바라경의 작가가 일휴 스님 자신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나이가 70을 넘으면 감정을 초월한 탓인지
일휴 스님이 무슨 말을 해도 천박해 보이거나 야비해 보이지는 않았다.
"스님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염불만 외는 것 같은데,
도대체 나무아미타불 이라는 염불을 하루에 몇 번이나 외시오?"
"하루에 몇 번이나 외는지
헤아려 본 일은 없지만 염불은 많이 욀수록 좋은 것이야.
그래야만 극락에 갈 수 있거든.
자네들도 극락에 가고 싶거든 오늘부터 라도 염불 외는 습관을 길러요."
"도루아미타불이라는 염불도 있던데,
나무아미타불과 도루아미타불은 어떻게 틀리오?"
"예끼 이 사람!
또 무식한 소리를 하고 있네.
도루아미타불이 무슨 놈에 염불이란 말인가?"
"옛?
도루아미타불은 염불이 아니라는 말씀이오?"
김삿갓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자네들은 그 유래도 모르는가?
그렇다면 내가 설명해 줄 것이니 잘들 들어요."
일휴 스님은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를 말해 주려고,
큰 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김삿갓도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왔지만,
그 말의 유래를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김삿갓도 일휴 스님이 말하는
도루아미타불의 유래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일휴 스님이 말한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는 다음과 같았다.
옛날 어떤 소금 장수가
절에 소금을 한 바리 실어다가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 가려면 강을 하나 건너야 하는데
때가 마침 늦은 겨울이라 얼음이 녹기 시작하여
말을 끌고 강을 건너기가 매우 위험하였다.
"아침에 강을 건너오며 보니 얼음이 녹기 시작하던데
지금쯤 강을 건너려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소금 장수가 주지 스님에게 그렇게 물어 보자,
주지 스님이 웃으며 말하는데,
"강을 건너가면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라는 염불을 끊임 없이 외우면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을 것이오."
소금 장수는 불교 신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강을 무사히 건너 집으로 돌아 가려면
싫든 좋든 염불을 열심히 외는 수 밖에 없었다.
소금 장수는 얼음판을 건너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외었다.
그리고 염불을 열심히 왼 덕택에 강을 무사히 건너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강을 무사히 건너오고 생각해 보니,
마음에도 없는 염불을 열심히 왼 일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길헐..!
나무아미타불이 뭔 개수작이야."
이렇듯 한 마디 씨부리고 난 뒤,
문득 강 건너를 쳐다보니
아뿔싸!
소금을 싣고 갔던 말이 강 건너편에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소금 장수는 행여 "얼음판이 꺼질까" 하는데만 정신이 팔려,
말을 그냥 내버려 두고 혼자만 건너온 것이었다.
"에구 에구 쯔쯧...!"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소금 장수는 말을 가지러 강을 다시 건너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소금장수는 위험한 강을 다시 건너며
이번에는, 염불을 시작하는 첫 구절이 생각나지 않자,
"도루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도루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 된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휴 스님은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를 거기까지 말해 주고 나서,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은 그때 생겨난 말이야,
위험할 때는 부처님을 의지했다가도,
위험에서 벗어난 뒤에는 부처님의 고마움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게 인간이거든.
이처럼 교만한 것이 인간이니까,
자네들은 그런 점을 잘 깨달아서 평소에도 염불을 열심히 외도록 하라구!"하고
제법 스님다운 설교를 들려 주었다.
그러자 누군가 웃으며,
"위험에 부딪치면 그때 가서
소금 장수처럼 도루아미타불이라고 외치면 될 게 아니오!" 하고
말하자
일휴 스님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도루아미타불은 염불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염불은 반드시 나무아미타불이 라고 해야 하는 것이야!"
김삿갓이 천동 마을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많은 친구들이 저녁마다 모임방에 몰려와 재미있는이야기로 밤을 지새다 보니
한 달 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낮의 시간만은 지극히 한가하였다.
따라서 별 일이 없을 때는 김삿갓은 늙은이들이 모이는
이풍헌 댁 사랑으로 찾아가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었다.
장기는 조그만 것을 주고 큰 것을 낚는 재미가 있어,
결국에는 마지막 끝내기에서 결과가 얻어지기 싶상이다.
그러나 바둑은 첫 점 부터 착점을 잘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인생을 사는 것도 장기판과 바둑판 같다고 생각한 김삿갓!.
인생의 결과는 한 판의 장기나 바둑처럼 짧지 않고,
다시 무를 수도 없다고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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