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24)
전면에 나선 백면서생 육손(白面書生 陸遜)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건업에서 부터 한당과 주태의 후방에서 이들의 뒤를 따르던 손권은
부직 협곡 전투에서 선봉에 나선 한당과 주태가 촉군에게 칠만에 이르는 병사를 잃고,
노장군 정보마저 분전 중에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리하여 손권이 중관(衆官)들을 불러 모아,
"이 일을 장차 어찌했으면 좋겠소 ?
기탄없이 말을 하시오 !"하고,
말하니, 감택이 아뢴다.
"큰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고,
큰일을 그릇 칠 수도 있는 것도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 강동을 떠받칠 만한 인재는 전임 대도독 육손(大都督 陸遜) 뿐입니다.
속히 그를 불러 국사를 논하심이 좋을까 하옵니다."
"육손 ?
그는 이번 출병을 극심하게 반대하며
미친 소리를 지껄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았소 ?"
손권은 십만 정병의 출정에 앞서
육손이 포구에서 지껄인 소리를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다.
그러자 장소(張昭)가 즉석에서 반대한다.
"육손은 이번 일로 보아서도, 경망하여 추천할 인물이 못 되옵니다.
그런 인물을 섣불리 등용하시면 오히려 후환이 두렵습니다."
이번에는 보즐이 맞장구를 친다.
"육손은 백면서생(白面書生)으로 고을 하나를 다스릴 인물밖에 못 됩니다.
그런 사람에게 이처럼 어려운 전쟁을 맡긴다는 것은 당치도 않습니다."
이렇듯 중관들이 한결같이 반대하니,
육손을 천거하였던 감택이 대로(大怒)하며 큰소리로 외친다.
"만약 육손을 쓰지 않는다면
우리 강동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오.
국가의 존망이 위급한 이 판국에 어찌하여
그대들은 공(公)을 위해 사(私)를 버리지 못하오 !"
손권은 그 말을 듣고 일대 결단을 내리듯이 얼굴을 힘있게 들며,
"내 육손을 직접 만나 보고 결정할 것이니
제경(諸卿)들은 다시 말이 없도록 하시오 !"하고,
말하니 더 이상 말을 하며 나서는 자가 없었다.
손권은 군막에 임시로 설치된 자신의 내실로 육손을 불러 오도록 명하였다.
건업에서부터 불려온 육손이 손권의 앞에 이르자,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아니 하였다.
손권이 입을 열어 말한다.
"육손,
아군이 부직 협곡에서 촉군에 대패하여 십만 정예병 가운데 칠만을 잃었네,
상장군 정보와 감녕, 전 장군 반장과 오충까지 전사했지..
지금, 유비군이 이릉으로 향하고 있네,
그 곳은 중원의 마지막 방패막이지.
이릉을 잃으면 촉군은 곧바로 형주를 취할 것이야.
형주를 잃으면...
동오는 끝장일세 !..."
손권은 이렇게 말한 뒤에 목함의 뚜껑을 열어 보인다.
그곳에는 병권을 좌지우지 할 수있는 병부(兵符)가 들어 있었다.
육손이 이것을 보고 묻는다.
"그건 병부가 아닙니까 ?"
육손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서 손권이 육손을 마주보며,
"육손,
그대를 대도독에 봉하니 군을 통솔하여 유비를 막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육손이 무릅을 꿇으며 말한다.
"주공 !
여쭐 것이 있는데 솔직히 답해 주십시오."
"뭔가 ? "
"신을 가둬 둔 열 사흘 동안
전선의 전황을 기다리신게지요 ? ..
그러니 이번 전쟁에서 승리했으면
신을 부르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에 패했기 때문에
신을 대도독에 임명하시는 게 아닙니까 ?"
"대승을 거두었다면 자네를 부르지도 않았고,
군의 사기를 저하시킨 죄를 물었을 것이네 !
허나, 대패했으니 ...
자네가 선경지명이 있었지 ..
육손 ?
나도 한 가지 묻겠네.
자네를 출정시켜 달라는 뜻에서
그때 미친사람 처럼 큰 소리로 외쳐댄 것이었나 ?"
"용서해주십시오."
육손이 손권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손권이 육손에게 다가와 그의 팔을 붙잡으며 일으킨다.
그러면서,
"애석하게도 자네 말이 적중했네,
대군을 출병시킬 때 오히려 크게 당할 것이라고 외쳐댔는데,
결국은 자네 말이 맞았어 !...
이번에 우리 동오의 병사들을 절반이나 잃었네,
하 !...
감택이 나서서 수습할 사람은 자네 뿐이라고 했네,
목숨까지 내걸고 적극 천거했지..."
"그렇다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군요..."
"대부분이 그랬지..."
"여러 대신들이 절 인정하지 않는군요...
신은 일개 서생(書生)으로 경험도 많지 않고 능력도 부족합니다.
주공께선 그들의 말을 듣고 재고하셔야 합니다."
육손은 이렇게 한 발 빼는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손권이 육손의 앞을 지나쳐 가면서 등 뒤로 말을 한다.
"돌아가신 형님께서는 스무한 살 부터 강동을 이끄셨고,
나는 겨우 열 여덞 살에 대업을 이어 받았네.
주유도 이십 대에 공을 많이 세웠다.
육손 ?
강동은 젊은 인재가 많은 곳이야,
나는 자네의 재능을 보고 기용한 것이네,
지금부터 나는 자네와 생사를 같이하겠네 !"
손권의 말은 비장하기까지 들렸다.
그러나 백면서생 육손 (白面 書生 陸遜) 은
흥분한 손권에 비해, 차분한 어조로 대답한다.
"망극하옵니다."
다음날 오시(午時: 11 ~13시),
손권은 만조 백관들을 불러들인 자리에서 육손을 대도독에 봉함을 말한 뒤에,
한당과 주태를 호명하였다.
"한당, 주태 ?"
"예 !"
한당과 주태는 앞으로 나서 고개를 꺾고 읍하였다.
"내가 그대들에게 십만 정병을 맡겼건만,
어찌 경고망동하여 첫 전투에서 칠만 명이나 잃은건가 !"
손권은 탁자를 치며 노했다.
한당과 주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로 인해 아군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동오에 위기가 닥쳤으니 어찌할 작정인가 ? "
손권의 힐난이 이어졌다.
그러자 한당이 죄를 인정하며,
"그 죄를 면 할 길이 없으니
군법으로 다스려 주십시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손권이 곧바로 자신의 호위 병사를 부른다.
"여봐라."
"예 !"
호위 병사가 득달같이 달려오며 대답하였다.
"군법대로 다스릴 것이니
지금 즉시 시행하라."하고,
한당과 주태의 참살을 명하였다.
"주공 !
고정하십시오.
한당과 주태의 죄가 크오나 그동안 큰 공을 세운 장군들 이옵니다.
죽이는 것은 잠시 보류하시고,
공을 세워 속죄할 기회를 주심이 어떠하실지요 ?"
제갈근이 손권을 만류하고 나섰다.
그러나 손권의 명은 지엄했다.
"군법을 바로 세우려면 법대로 엄히 다스려야 하오 !
끌고가라 !"
"주공 !"
장소가 이렇게 손권을 불러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자 손권이 즉각 대답한다.
"뜻을 굳혔으니
아무말 마시오 !"
"멈춰라 !"
손권의 곁에 앉아있던 육손이
한당과 주태를 끌고 나가는 병사들을 향하여 소리쳤다.
그런 뒤에 자리에서 일어난 육손이 가운데로 나서며,
"주공 ! 주공께서는 오늘,
대도독이란 중책을 신에게 맡기셨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군부의 처벌은 대도독이 주관하게 되어있습니다."
"어쩔셈인가 ?"
"부직 전투에서 한 장군과 주 장군은 죄도 있고 공도 있습니다.
경솔하게 출격하여 매복에 당한 것은 잘못이나,
촉군의 오호장군 황충을 죽인 덕분에 이십 일간의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군을 추스릴 시간을 벌어줬습니다.
이 이십 일이 지금은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이나,
앞으로 오와 촉의 전쟁에서 승패의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신이 바라옵건데, 한 장군과 주 장군의 장군직은 거두시되,
계속 군에 있게 해주십시오. "
손권이 그 말을 듣고 한 발 빼는 소리를 한다.
"음 !...
그대가 대도독이니 그대 뜻대로 하게나 !..."
"은혜에 감사합니다 !"
한당과 주태가 손권을 향하여
무릅을 꿇은 채로 소리쳤다.
"내가 아니라
대도독에게 감사하게 !"
한당과 주태가 손권의 말을 듣자,
순간, 꿇어 앉은 채로 육손을 향하여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대도독께 감사드립니다 !"하고,
말하니 육손이 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들으시오.
주공의 칠만 정예병을 잃었으니, 앞으로 적군 칠만을 죽이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주공을 대신하여 그 죄를 물을 것이오."하고,
말하니,
"알겠습니다 !"하고,
한당과 주태가 육손의 명에 복명하였다.
손권이 그 자리를 빠져 나가기 위해 화제를 돌린다.
"아, 대도독,
군의 통솔권은 대도독에게 있네,
지금 어머니께서 병환이 나셨다고 하니,
나는 건업으로 돌아가겠네. 잘 부탁하네."하고,
말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이었다.
"살펴가십시오
주공 !"
손권은 육손을 대도독에 앉혀놓고 ,
이릉으로 전진하던 임시 군막에서 건업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32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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