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39)
위기 앞에 촉중(蜀中)
이무렵 촉국(蜀國)에서는
유비 사후에 장자(長子) 유선이 황위를 이어 받아 즉위하였고,
모든 정무는 승상인 제갈공명이 전담하면서 민심은 더욱 결속되었다.
멸망 위기에 처한 촉국이 기사회생(起死回生)하기 위해서는
오직 합심단결이 있을 뿐이기에 공명은 그 점에 특별히 힘을 써온 것이었다.
그런 중에서도 촉국에는 커다란 경사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제위에 오른 직후 후주 유선(後主 劉禪)이
이미 세상을 떠난 장비의 외딸을 황후(皇后)로 맞아들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 화촉의 성전이 이루어진 지 며칠이 지난 뒤,
위에 대군이 오로(五路)로 쳐들어 온다는 급보가 날아들었다.
이에 놀란 이엄이 천자 유선에게 상황을 고한다.
"폐하,
신이 어젯밤 변경으로부터 네 건의 급보를 받았사온데,
첫째, 선비의 가비능 십만 군사가 서평관을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둘째, 만왕 맹획이 십만 군을 이끌고 남부의 각 군을 공격했으며,
셋째, 조위에 투항했던 맹달이 돌연 우리 한중 땅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넷째, 위의 대장군 조진이 정병 십만으로 양평관을 압박중입니다."
보고를 받은 황제 유선이 깜짝 놀라며 묻는다.
"이 대인,
승상께 이 사실을 알려드렸소 ?"
"신이 동이 틀 무렵에 사람을 보내어
승상께 알려드렸습니다."
"어,엇 ?
그런데 승상은 왜 입조하지 않은거요 ?"
"승상은 왼 일 인지 몰라도
갑자기 병이 낳습니다."
"으, 응 ? ..."
유선은 승상 공명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불안감을 느끼며 대신들을 향해 물었다.
"여러 대신들은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 좀 해 보시오.
적을 물리칠 방법을요."
그러나 선듯 나서는 대신들은 없었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 마속이 아뢴다.
"폐하,
승상이 계시는 한,
적들을 물리 칠 것이니 너무 염려는 마십시오."
"그런데 승상은 입조를 안 했잖소 ?"
유선이 안타까운 소리를 내지르자,
마속이 유선을 달래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신이 추축컨데 병을 구실로 나오지 않은 것은
적을 격퇴할 대책을 마련중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아 ?...
그렇겠구려...
그러나 사태가 매우 급박하니,
승상께 다시 사람을 보내시오."
어린 황제가 불안스러워 하기에
이번에는 황문시랑 동윤(黃門侍郞 董輪)과 간이대부 두경(諫議大夫 杜瓊)이
자원하여 승상부로 달려갔다.
그러나 승상부의 문은 굳게 닫힌 채
수문장은 출입을 막는 것이 아닌가.
"우리 두 사람은 황명을 받들고 오는 길인데,
황명을 받든 우리가 승상부로 못 들어간다는 것이 무슨 소린가 ?"
두 사람은 수문장을 보고 큰소리로 호령하였다.
그러나 무슨 소리를 하던 간에 수문장은 막무가내다.
"승상께서는
수하를 막론하고 출입을 엄금하라는 분부를 하셨습니다.
꼭 하실 말씀이 계시거든 소인이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면 그대가 승상께 말씀을 여쭈오.
지금 조비가 대군을 일으켜 사로(四路)에서 우리를 침범해 오는 까닭으로
나라의 운명이 매우 위태롭게 되어서 폐하께서 매우 걱정하시며
승상께서 그에 대한 대비책을 급히 세워주시라는 신신당부가 있으셨소."
수문장이 그 말을 듣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좀체 나오지 않는다.
"공명이 이럴 수가 있나 ?
사십만 대군이 일시에 쳐들어온다는 바람에,
혹시 겁에 질려 실신이라도 한 것이 아닌가 ?"
"그러게 말이오.
민간에서는 벌서부터 그런 소문이 떠돌고 있다오.
제 아무리 제갈공명이기로
맨주먹으로 사십만 대군을 막아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소 ?
촉국의 운명은 이제 바람 앞에 등불이나 다름없는가 보오 ...."
두 중신이 문밖에서 공명의 회보를 기다리며
이런 비참한 공론을 하고 있을 때,
전갈을 가지고 들어갔던 수문장이 그제야 나와서 말한다.
"승상께서는 내일 아침 일찍 입조하셔서
제경들과 함께 사태를 논의할 터 인즉
그리 아시고 오늘은 그대로 돌아가시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조정으로 돌아와 황제에게 사실대로 품하였다.
그러자 황제 유선을 비롯한 모든 대신들은
승상이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신기한 대책을 알려 주려니 하고
초조한 중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중관들은 일찍부터 조정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어이된 일일까 ?
아침 일찍 입궐한다던 공명은
한낮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고 날이 저물어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중관들은 하루를 꼬박 기다림 속에서 보내다가 저물녘에 모두 집으로 돌아가며
공명에 대한 비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린 황제의 심려는 더욱 컸다.
그리하여 다음날 식전에 간의대부 두경을 불러 물었다.
"사태가 매우 위급한데 승상은 입조조차 아니하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
두경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으니,
폐하께서 친히 승상을 찾아 뵙고,
그 어른의 뜻을 물어 보시는 길밖에 없겠나이다."
후주 유선은 그 말을 옳게 여겨 친히 승상부로 찾아가게 되었다.
승상부의 관리들이 황제의 돌연한 방문에 모두가 놀랐다.
"승상은 지금 어디 계시냐 ?"
후주 유선을 모시고 온 어가(御駕) 대장이
수문장에게 물었다.
"승상께서는 지금 연못에 가셔서
물고기가 노니는 것을 구경하고 계시옵니다."
젊은 관리가 얼른 앞으로 나서며
황제를 안내하려 하였다.
"짐이 혼자 찾아갈 것이니
그대는 따라오지 말아라 !"
황제는 공명에게 자신이 이곳까지 왔다는 것을 알리지 못하게 하고
측근 시종만 거느린 채 발걸음을 연못가로 옮겼다.
승상부의 후원에는 수목이 우거진 넓은 연못이 있었다.
공명은 정자 근처의 난간에 홀로 서서,
물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정신없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물고기 구경에 얼마나 정신이 팔려 있는지,
황제가 등 뒤에 다가 왔는 데도 거들떠 볼 줄을 모르고 있었다.
"아부(亞父) !"
황제 유선이 공명을 불렀다.
그러자 공명이 돌아보며,
"아, 폐하,
오시는데 영접도 못했습니다."하고,
말하며 예를 표해 보인다.
"적들이 사로(四路)에서 쳐들어 오는데
아부께서는 병이 나셨다고 해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유선은 두 가지 걱정을 한꺼번에 말하면서
근심어린 얼굴을 해보였다.
"신도 그 일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선제께서 승하하실 때
부디 국사에 전념해 달라는 유조가 계셨는데
신이 어찌 그 일을 모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부께서
조의(朝議)에 오시지 않아, 매우 걱정이 되어 왔습니다."
"황공하옵니다.
신은 승상의 몸으로
아무 대책도 없이 조의에 참석하는 것은
오히려 참석을 아니함만 같지 못하기에,
그동안 대책을 궁리하느라고 혼자 부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무슨 대책이 서셨습니까 ?"
"며칠 동안 물고기가 노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다가
조금 전에야 겨우 대책이 떠올랐습니다.
말씀드릴 것이니 초당으로 가셔서 차 한잔 드시지요."
공명은 이렇게 말하면서
황제 유선을 초당으로 안내하였다.
340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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