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38)
유비의 사후(死後)에 벌어지는 형세
촉제 유비(蜀帝 劉備)의 죽음은 만천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동오의 손권은 장강에 투신하여 숨진 누이동생 손상향의 무덤 앞에서
그녀가 감로사에서 불었던 옥피리를 불며 누이동생의 원혼을 위로하고 있었다.
이때 손권의 명을 받고,
백제성을 다녀 온 제갈근이 다가와 무덤에 절을 한 뒤에 입을 열었다.
"주공,
다녀왔습니다."
손권이 불던 피리를 멈추고 묻는다.
"오, 자유 ?
유비에게 제안한 동맹 복원은 어찌되었소 ?"
"주공의 예측대로 오촉은 재 결맹을 맺었으며,
아우 공명이 감사 인사와 함께 주공의 현명함을 극찬했습니다."
"음 !...
자유가 백제성에 다녀오는 동안 누이가 세상을 떳소."
손권은 제갈근을 유비에게 보내어 요청했던
손유동맹 복원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는 보고를 받자,
화제를 돌리며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누이는 유비가 이릉에서 대패하자
식음을 전폐하고 우울해하더니 결국 세상을 떠났소.
생전에 옥피리를 즐겨 불었으니 한 곡 불어주며 원혼을 위로하였소."
"영매께서는
언제 별세 하셨는지요 ? "
"사월 스무닷새요."
"아,
그럼 유비의 뒤를 따라 떠난 셈이군요."
"응 ?"
손권이 유비의 사망 소식을 듣자 깜짝 놀란다.
"유비가 죽어 ?"
"그렇습니다.
신이 백제성을 떠날 때,
전해들은 바로는 유비의 병이 중해 별세했으며
그때가 사월스무 나흘입니다."
"아 !...."
손권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는 것 같은 충격에 할 말을 잃고,
촛점 잃은 눈으로 사방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리고 누이동생의 무덤을 다시 한번 바라보면서,
"누이, 들었느냐 ?
네 부군을 따라 간 것이냐 ? ...
아 ! 외롭지는 않겠구나.
유비를 구천에서 다시 만나거라,
그리하여 이승에서 못다한 정을 나누거라,
으 흐흐흐흑 !..."
손권은 이렇게 누이를 위로한 뒤에
현실적인 문제로 입을 연다.
"자유,
한시름 덜었구려.
이제까지 오,촉,위의 삼국 천하였으나
촉의 유비가 죽어버렸으니 이제 천하에는 나만 남게 되었소.
흐흐흐흐.. 허허허 !..."
손권은 조금 전 슬픈 흐느낌을 털어버리고
통쾌한 듯 허탈한 듯 웃음을 웃어보였다.
"주공,
이젠 천지 만물이 주공의 손에..."
"음 !..."
손권이 손을 들어,
제갈근의 말을 막으며,
"내가 기쁜 것은 아우들의 죽음으로 유비가 과인을 미워했으나
이제 촉의 대권이 그대의 아우 제갈공명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고,
또, 제갈양은 손유 동맹으로 위에 대항하는 것을 찬성하니
북벌에만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니오 ?"
"영명하십니다."
유비의 죽음은 위황제 조비(魏皇帝 曺丕)에게도 희소식으로 전해졌다.
그리하여 조비는 행차 행렬을 사마의의 집으로 돌리게 하였다.
조비가 사마의의 집안으로 들어서자
뒤늦게 황제 조비가 도착한 소식을 전해들은 사마의가
황급히 달려나와 무릅을 꿇고 절한다.
"폐하
, 영접이 늦었습니다.
용서하소서."
"중달,
그만 일어나시오."
"망극하옵니다."
사마의(司馬懿 : 字, 중달)가 일어나자,
조비가 다가서며 말한다.
"짐이 기분이 좋아,
경 생각이 나서 온 것이오.
또, 희소식도 전해줄 겸 !..."
"희소식이란 무엇인지요 ?"
"유비가 백제성에서 병사해
짐이 우환거리를 덜었소."
"아 !...
정말 대단한 희소식이군요.
경하드리옵니다."
자리를 내실로 옮긴 조비가
입을 열어 말한다.
"유비가 죽어 촉중 민심이 불안할 것이오.
후계자인 유선은 열일곱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에 불과해 우려할 것 없고,
더구나 이릉 전투 이후, 촉은 군사력은 물론 국력까지 쇠했소.
중달 ?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않소,
촉을 격파하는 데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
"폐하께서 거병을 하시겠다면
바로 지금이 기회입니다.
솔직히 방금 폐하께 유비 부음 소식을 듣고,
신이 폐하께드릴 용병술을 구상 했습니다."
"으, 응 ?..
허허허허 !...
과연 경은 천하의 기재요 !
어디, 경의 파촉지계(破蜀之計)를 들어봅시다."
조비는 크게 기뻐하면서 사마의의 대답을 재촉하였다.
"유비가 죽고난 뒤,
촉의 대권은 제갈양 손에 들어갈 겁니다.
그는 용병에 능하고 재능도 유비를 훨씬 능가합니다.
때문에 촉을 치기 위해서는
오로(五路) 대군을 일으켜 제갈양의 전,후방을 모두 막아야
성공할 수가 있습니다."
"오로 대군이라니 ?"
"우리 군사만 쳐들어가면 승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섯 갈래로 대군을 일으켜 사면팔방으로 협공하면
제 아무리 제갈양이라도 정신이 뽑혀서 도저히 막아내지 못할 겁니다."
"다섯 갈래의 대군이라니,
구체적으로 말해 보시오."
조비가 조바심을 일으키며 사마의 앞으로 몸을 숙였다.
그러자 사마의가 거침없이 오로군 동원계략을 상세히 아뢴다.
"요동 선비국(遼東 鮮卑國)에 사신을 보내,
국왕 가비능(國王 軻比能)에게 많은 금백(金帛: 금과 비단)을 주어 인심을 산 뒤
그의 군사 십만으로 서평관(西平關)을 치게 하는 것이
제 일로(一路) 입니다.
다음은 남만(南蠻)의 만왕 맹획(猛獲)을 설득하여
만병 십만을 일으켜 익주(益州), 영창(永昌)으로 쳐들어가게 하는 것이
제 이로(二路) 입니다.
다음은 강동의 손권과 강화를 맺어
그로 하여금 십만 군으로 양천(兩川), 부성으로 쳐들어가게 하는 것이
제 삼로(三路)이옵니다.
다음은 맹달(孟達)에게 사람을 보내
상용(上庸)에서 한중(漢中)으로 쳐들어가게 하는 것이
제 사로(四路)이고,
그런 연후에 우리쪽에서 십만 군을 출동시켜
양평관(陽平關)으로 쳐들어가 서천(西川)을 취하게 하는 것이
그 오로(五路) 입니다.
이렇게 오로의 오십만 대군이 사면에서 동시에 쳐들어가면
제 아무리 천하의 제갈양이라 하여도 무슨 재주로 막아내겠습니까 ?"
사마의가 이렇게 일목요언하게 열변을 토해내니,
조비가 무릅을 치며,
"묘책이오 !
바로 그거야 ! "하고,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면서,
"그러면 우리쪽에서는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사마의가 대뜸 일어나 조비의 앞에 부복한다.
"폐하 !
신이 지용을 겸비했다고는 못하나
폐하를 위해 직접 전쟁터로 나아가 공을 세우고 싶습니다 !"하고,
결연한 어조로 아뢰는 것이 아닌가 ?
조비는 생각했다.
부왕 조조가 승하하기 전에 사마의에 대한 당부를,
(사마의는 천하의 기재이니,
너는 그의 도움 없이는 제갈양의 적수가 못 된다.
다만 명심해라. 영~원히 경계해야 한다...)
조비는 불현듯 부왕의 당부가 떠올랐다.
그리하여,
"으,하하하 !..."하고,
웃으며 사마의에게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경 ! 중달 ?
경은 짐의 특급 모사요 !
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못 보내겠소.
직접 전쟁터로 나아가 위험을 자초하다니,
경은 그냥 짐을 도와 책략이나 세우는 것이 밖에서 싸우는 것 보다 낫소.
일이 잘 되면 경은 촉중 정벌의 일등 공신이오 !
허니,
이번에는 대장군 조진(大將軍 曺眞)을
대도독으로 삼아 보내도록 하겠소."
"알겠사옵니다."
사마의가 조비의 명을 받고 이를 수락한다.
그러자 조비가 곁에 있던 사마의의 아들을 보고,
"공자는 지금 직위가 뭔가 ?"하고,
물었다.
사마소가 황급히 조비의 앞으로 달려나와 꿇어 엎디어 아뢴다.
"아뢰옵니다.
현재 낙양 주부이옵니다."
"음, 그래 ?
그러면 자네를 낙양 중랑장에 봉 할 테니,
오늘부터 자네 부친과 함께 군정에 참여하라."
조비가 즉석에서 사마소의 직위를 대폭 승급시키니
사마의 부자는 황제 조비에게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그리하여 사자(使者)들은
조비의 친서를 받들고 사방으로 말을 달려 떠났고
대도독으로 임명된 조진(曺眞)은 십만 군을
기병(騎兵), 보병(步兵), 궁수(弓手), 병참(兵站) 등으로 분류하고
양평관으로 정도의 길에 올랐다.
그 무렵,
조조 생전에 명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장요(張遙)와 서황(徐晃), 조인(曺仁) 같은 장수는
이미 열후(列侯)에 봉하여져 기주(冀州), 청주(靑州), 서주(徐州), 합비 같은
요해처의 수령이 되어 있었으므로 이번 싸움에는 부르지 않고,
조비는 오로지 젊은 장수들을 등용하였다.
말하자면 조조 시대에는 말단 문관에 불과했던 사마의가
조비의 시대를 맞아 전면에 등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영준(英俊)들을 등용함으로써
사실상의 세대교체를 이루었던 것이었다.
33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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