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47)
남만왕 맹획(孟獲) 세 번 잡았다 놓아 준 사연 <상편>
촉의 장수 마대가 사구를 도강해 양도(糧道)를 점령하여 보급로가 끊기고
식량과 마초(馬草:말먹이)가 모두 탈취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맹획에게 보고되자,
맹획은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뭐 ?
그 놈들이 우리 군량을 모조리 약탈해 가고 있다고 ? ...
도대체 너희놈들은 뭘하고 있었기에 그놈들을 막지도 못했느냐 !
여봐라 ! 망아장을 빨리 불러올려라 !"
맹획은 크게 당황하며 분노하였다.
망아장이 장창을 들고 급히 나타났다.
"대왕 !
무슨일이옵니까 ?"
"그대는 삼천 군사를 이끌고 사구로 달려가,
적장 마대의 머리를 베어 오라 !"
망아장은 맹획의 명을 받자,
군사를 이끌고 사구로 급히 달려갔다.
그리하여 마대와 망아장은 단병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망아장 따위는 마대의 적수는 아니었다.
그는 십여 합을 싸우다가 마대가 내리치는 장도(長刀)에 어이없이 목이 달아나 버렸다.
장수를 잃은 만병들은 기겁을 하며 본진으로 돌아왔다.
"망아장은 어찌 되었느냐 ?"
맹획이 군사들에게 물었다.
"망아장 장군은 적장 마대의 칼에 전사하셨습니다.
천하의 맹장이신 장군께서 어째서
그렇게나 맥없이 돌아가시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놈들아 !
너희들이 얼이 빠져서 잘못 본게로다.
망아장이 그렇게 될 리가 있겠냐 ?"
맹획은 망아자의 전사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밤이 되자 만졸(蠻卒)들이 망아장의 머리를 주워다가
맹획에게 바치는 것이 아닌가 ?
망아장의 수급을 본 순간,
맹획의 분노심과 적개심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치치 포포..
치치 포포 ,
꽤~액 !....~~~"
"누가 가서
마대의 목을 잘라 올 사람은 없는가 ?"
맹획이 분노에 넘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자,
장군 동도나가 겸연스럽게 나선다.
"소장이 나가서
대왕의 분노를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동도나는 지난 번 전투에서
촉군에 사로잡혔다가 돌아온 바가 있었으나 ,
만왕 맹획이 그 책임을 묻지 아니하고
용서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의 차원에서 자원했던 것이었다.
"그래 !
그대가 가서 내 원한을 기어코 풀고 오라 !"
동도나는 군사 오천을 소집하여 사구로 떠났다.
맹획은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번에는 장군 아회남을 불러 이렇게 명했다.
"공명이 사구로 건너올지 모르니
그대는 군사를 거느리고 사구의 강변을 지키라 !"
지금까지는 싸우지 않으려 하였던 맹획은 이제는 수비에 급급한 형편이 되었다.
동도나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대는 군사를 거느리고 마중을 나왔다.
그리하여 동도나가 보이기 시작하자 그를 향해 소리쳤다.
"이 의리도 모르는 놈아 !
일찍이 우리 손에 붙잡혔던 것을
장군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승상께서 살려 보내 주었거늘,
너는 그 은혜도 모르고 다시 싸우려고 온단 말이냐 ?
너도 사람이라면 그럴 수가 있느냐 ?
하늘이 부끄럽지도 않느냐 ?"
동도나는 워낙 심성이 솔직한 장수인지라,
그 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수그려졌다.
그리하여 동도나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귀로에 오르고 말았다.
더구나 동도나의 휘하 만졸들도 촉군에게 포로로 붙잡혔다가 살아온 자가 많았기에
동도나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고하는 병사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본진으로 돌아와 맹획에게 이렇게 고하였다.
"마대는 당대의 명장이어서
소장은 상대가 안 되더이다."
"뭐라구 ?
너 이놈 ! 내가 모를 줄 아느냐 ?
너는 제갈양의 은혜를 잊지 못하여 나를 배반한 것이지 ?
여봐라 !
저놈을 당장 끌어내 참수하라 !"
맹획이 하늘이 얕다고 펄펄뛰었다.
그 말을 듣고 모든 장수들이 깜짝 놀란다.
"대왕 !
동도나 장군으로 말하면 우리들의 상장군이시온데,
설사 일시의 과오가 있었다 하기로
그동안의 전공을 생각해 어찌 참형을 내릴 수가 있습니까 ?
국사가 어려운 이때,
공신을 참하는 것은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 뿐이오니
대왕께서는 특별히 관대한 은총을 베푸시기 바랍니다."
모든 장수들이 이렇게 말하니,
맹획은 중론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대들이 그렇게나 간곡히 말을 하니,
내 목숨만은 살려주리라.
그 대신 동도나에게 태형 백 장을 내린다."
참형 대신에 볼기 백 대를 때리라는 명령이었다.
동도나는 형리에게 끌려나와 볼기 백 대를 얻어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무참한 형벌을 받은 동도나의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는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서 심복 부하들이 위문을 오자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만국에 태어났지만
중국 사람들이 공연히 우리를 침범해 온 일은 없었다.
이번 일만 하여도 맹획이 어줍게도 위국(魏國)과 결탁하여
촉국의 국경을 침범하지 않았던들 공명이 여기까지 원정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만나본 바로는 제갈공명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훌륭한 어른이시다.
그 분이 가진 천하를 섭렵하는 경륜은 우리가 감히 뛰어넘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하지만 만왕 맹획은 그런 것도 모르고 백성둘과 군사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우리들은 별도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어떻겠나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적극적으로 장군님과 뜻을 함께 하오리다 !"
동도나는 심복 부하들의 반응에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이 기회에 우리들이 힘을 합쳐서 맹획을 죽이고
공명에게 투항하여 만국 백성들의 안위를 꾀하는 것이 어떻겠나 ?"
동도나의 심복 대부분도
그와 함께 공명에게 사로 잡혔다가 풀려난 사람들이라,
그들은 즉석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상장군께서 결심하신다면
저희들은 장군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그 소리에 동도나는 크게 기뻐하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
동도나는 상처가 치유되자, 심복 부하들과 함께
깊은 밤에 맹획의 침소를 습격하였다.
그리하여 잠을 자고 있던 맹획을 깨워 일으켜 결박을 지웠다.
"동도나 이놈 !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 !"
맹획은 결박이 지워진 채로 동도나에게 호통을 질렀다.
그러나 동도나는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너나 나나 공명에게 붙잡혔다가
생명을 구원받기는 피차 일반 <쎔쎔>인데,
너는 내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태형을 내린다는 말이냐 !
너 같이 배은망덕한 놈은 하늘의 응징을 받아야 하는 법이다 !"
동도나는 그렇게 비웃으며,
맹획을 결박지운 채로 배에 태워가지고 공명을 찾아갔다.
공명은 동도나를 반갑게 맞았다.
그리하여 그와 부하들의 공을 높이 치하하며 상금과 비단을 내린 뒤에,
맹획을 자기에게 맡기고 일단 그의 진지에 돌아가 있으라고 일렀다.
그리고 나서 맹획을 따로 만나, 소리내어 웃으며 물었다.
"네, 지난 날 다시 잡혀 오면 심복하겠다고 말했으니,
이제는 진실로 항복하겠느냐 ?"
맹획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아 노 ! (Ah N0 !
<- 맹획은 또 붙잡히자 저도 모르게 영어를 씨부렸다)
나는 너희 손에 붙잡힌 것이 아니고,
내 수하의 배반으로 잡혔으니 내 어찌 마음으로 항복할 수가 있겠는가 ?"
그 소리를 듣고 공명이 껄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하 !
그러면 내가 너를 다시 놓아주면 어쩌겠느냐 ?"
"나를 다시 놓아 준다면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오리라 !"
"그러면 다시 한번 놓아 주리라.
그러나 다시 잡혀와서 그때에도 항복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용서해 주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아라 !"
공명은 맹획의 결박을 풀어주게 하고
술과 고기를 푸짐하게 먹인 뒤에 다시 놓아 주었다.
맹획은 본영으로 돌아오자,
동도나와 아회남에게 원한을 풀고자 그들에게 심복 부하를 보냈다.
"동도나와 아회남에게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비밀에 붙이고
본영이 항복을 하고 뒤이어 공명이 오셨으니 빨리 오라고 알려라 !"
맹획의 심복은 그들을 찾아가 그 말을 전하였다.
동도나와 아회남은 그것이 속임수인 줄도 모르고
기쁜 마음으로 공명을 찾아보기 위해 급히 달려왔다.
그리하여 본영의 영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미리 대기하고 있던 도부수(刀符手)들이 두 사람의 목을 베어버렸다.
맹획은 그렇게 두 장수를 무참히 죽이고 나서 공명을 쳐부수기 위해 다시 대군을 일으켰다.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도를 끊고 있는 마대부터 쳐부셔야 했다.
맹획은 몸소 대군을 이끌고 사구로 향했다.
그러나 사구에 도착해 보니
마대의 군사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군량을 약탈해 가던 촉병은 어디로 갔느냐 ?"
사구 인근에 살고있는 백성들에게 물으니,
"그들은 그저께 밤에 갑자기 철수해 버렸습니다."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차 !
한걸음 늦었구나 !"
맹획이 못내 애석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때마침 남방에 가 있던 아우 맹우(孟優)가
형이 곤경에 처했다는 소리를 듣고,
군사 이만을 거느리고 달려왔다.
맹획과 맹우 두 형제는 진중에서 반갑게 만났다.
그리하여 형제간이 공명을 쳐부술 계책을 논의한 결과,
맹우가 남만 지방 특유의 상아(象牙), 진주(眞珠),서각(犀角: 코불소의 뿔) 등의
진귀한 보물을 배에 싣고 공명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기계(欺計)를 써서 공명을 습격하여 죽이려는 계책을 세운 것이었다.
맹우는 진귀한 명품을 가지고
수하의 건장한 군사 백여 명을 거느리고 촉진으로 향했다.
그들이 탄 배는 흰색 깃발을 띄우고 촉진에 이르러
북을 치고 호각을 불어대니 촉진에서 장수 하나가 말을 타고 달려오며 큰소리로 외친다.
"게 섯거라 !
너희들은 누구며 왜 왔느냐 ?"
마상의 장수는 맹획이 죽이지 못해 애석해 하던 마대였다.
"나는 남만왕 맹획의 아우 맹우란 사람이오."
맹우가 뱃전에서 대답한다.
"그대는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가 ?"
"형을 대신해 항복을 하려고
승상께 바치는 예물을 가지고 오는 길이오."
"내가 승상께 여쭙고 올 테니,
상륙하지 말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라 !"
마대는 본진으로 달려와 공명에게 그 사실을 고하였다.
이때 공명은 마속(馬謖),여개(呂凱), 장완(張琓), 비위(費褘) 등,
모사들과 환담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공명은 마대의 보고를 받자 마속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유상은 저들이 왜 왔는지
그 뜻을 알 수 있겠는가 ?"
"대략 짐잠은 되옵니다만,
말로써 대답하지 않고, 글로 써 보이겠습니다."
마속은 종이에 글자 몇 자를 적어서 공명에게 보여준다.
공명이 그 글을 보고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
"옳커니 !
자네의 생각이 나와 꼭 같군 !
이제 맹획을 세 번째 사로잡을 기회가 된 것 같군 ."
공명은 그 자리에서 조운, 위연, 왕평, 관색, 마충 등 장수들을 불러들여,
제각기 귓속말로 임무를 하달한다.
그런 뒤에
"이제 장군들은
내가 이른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오 !"하고,
당부를 하며 각자 임지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맹우를 불러들여 물었다.
"맹획 대왕이 무슨 이유로
갑자기 항복을 한다는 것이오 ?"
맹우가 머리를 수그리며 대답한다.
"가형은 남만을 지배하는 대왕으로써
어디까지나 승상께 대항할 뜻을 품고 있었습니다.
허나 여러 장수들과 포로로 붙잡혔다가 풀려난 만졸들의 한결같은 말은,
승상의 활명지은(活命之恩)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항복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청이 연이어 이르자
대왕께서는 새로 깨닳은 바가 있어
우선 약간의 남만 특산품을 저를 통해 보내시면서
항복의 뜻을 보내시게 된 것입니다."
"맹획 대왕은 지금 어디에 있는고 ?"
"대왕께서는 은갱산 궁전으로 일단 돌아가셨는데,
머지않아 천자께 바칠 많은 진귀한 보물을 가지고
이곳에 오실 것이옵니다."
"그대는 부하를 몇 사람이나
데리고 왔는고 ?"
"보물을 나를 군사 백여 명만 데리고 왔습니다."
"그들을 모두 이 자리에 들어오게 하시오."
공명이 그들을 불러들여 보니, 모두가 키가 크고 힘이 강해 보이는 군사들이었다.
공명은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놓고 술과 고기를 푸짐하게 대접하고
악대를 불러 음악을 연주하게 하면서 어디서 불러왔는지 ?
미녀로 구성된 이십여 명의 춤꾼들을 데려다가 춤 판을 벌여 주었는데,
남만의 젊은 장정들은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넋이 모두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어쨌든 공명은 보물을 가지고 온 그들의 기분을 최고로 맞춰주었다.
"♪~♩~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 노 ~ ♬ ~...얼싸 좋타 ,얼씨구~ 좋아~ ♩~♪ ~
벌, 나비는 이리 저리 ~펄 펄 ~...♬ ~..."
"...."
맹우와 그의 부하들은 향기로운 술과 가슴을 후벼파는 음악과
나비같이 나풀대는 미녀들의 춤에 그만얼이 빠져버렸다.
그리하여 서로 잔을 부딪치며 외쳤다.
"Bravo !"
"찰랑 찰랑 ~ ~ !..."
"꿍따리샤바라 ~
차차차 ! ~~"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남만왕 맹획은 아우 맹우를 공명의 본진에 거짓 항복사절로 보내 놓고,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밀림을 통하여 촉진 본영을 기습하기 위해
유황(硫黃)과 기름, 화약 등을 가지고 접근해 왔다.
공명의 본진에 화공법(火攻法)으로서 공격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맹획은 촉진 본영이 바라다 보이는 지점까지 접근하였다.
"공명의 본진이 눈 앞에 있다.
우리들의 승리는 필연적이다 ! "
맹획은 승리를 손에 넣은 듯이 자신만만한 소리를 외쳐댔다.
그리고 일거에 총 공격을 명하였다.
"전원 총공격 개시 !"
34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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