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49)
위제 조비의 승하와 그의 후사
한편,
황초(黃初) 오년 팔월에 조비 스스로 대원수가 되어,
조진(曺眞)을 선봉장으로,
장요(張遙), 장합(張郃), 문빙(文聘), 서황(徐晃)의 장수로 그를 돕게 하고,
허저(許楮), 여건(呂虔) 등을 중군호위(中軍護衛)로 삼고,
조휴(曺休)를 후군으로 삼고,
유엽(劉曄), 장제(莊濟) 등을 참모로 삼아,
삼십만 대군을 일으켜 동오 정벌에 출정하였던 위제 조비(魏帝 曺丕)는
동오의 소년 장군 손소와 대도독 서성에게 참패를 당하여
돌아온 뒤에 지병이 도져 고생하고 있었다.
조비의 지병은 당시로는 특효약이 없었던 폐병(肺病)이었다.
조비는 연일 각혈(咯血)을 일으키다가 도저히 자신은 살아나기가 어려움을 깨닫고,
병석으로 사마의를 불렀다.
그리고 그를 향해 간곡한 어조로 말한다.
"이보시오 중달,
내가 열일곱 살부터 폐병을 앓았는데,
이렇다 할 차도가 없더니 등극한 후에 더 심해졌다오."
사마의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리하여 방안을 살펴보니
조비의 앞에는 그가 방금 토해 놓은 피가 담긴 동이가 있는 것이었다.
사마의가 동이에서 눈을 떼지 아니하고 대답한다.
"신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대 뿐만 아니라
선제(先帝: 조조를 가리킴)께서도 모르셨소."
사마의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의문의 눈길로 조비를 향하였다.
그러자 조비가 사마의를 쏘아보며 말한다.
"선제께서 내 병을 아셨다면
짐에게 보위를 물려주셨겠소?"
사마의가 차분한 어조로 대답한다.
"그럴 리가 없겠지요."
"중달!
이제 내 맘을 알겠소?
내가 왜 서둘러 오(吳)를 치려고 했는지 말이오."
"예...
폐하!
폐하께서는 살아 생전에 대업을 이루고 싶으셨던 것이군요. "
"아, 바로 그거요.
이보시오 중달,
짐이 그대 말을 들었더라면 패하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당신 말을 듣고, 그대로 있었다면
짐은 그저 나약한 군주로 남았을 것이오."
"그렇다면 오를 칠 때 어찌 신은 제외 시키셨습니까?
신은 폐하를 위해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싶었습니다."
"이제부터 쓸 것이오.
선제께서 바로 그대 만이 제갈양의 적수라고 하셨소.
중달? 내가 한 가지만 묻겠소...
그대가 병권을 장악하면 누가 당신을 제지하지?"
조비는 선제 조조가
사마의를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던 말을 되새기며 물었다.
사마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황제 조비가 무엇을 걱정하는 지 간파하였다.
그리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신은 평생 병권을 잡지 않겠습니다."
사마의는 머리조차 흔들어 보이며,
다짐의 표시로 조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조비가 밖을 향해 소리쳤다.
"여봐라!
화흠을 불러라!"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화흠이 달려 들어오자,
조비는 즉각,
"명을 전하라 !" 하고
외치었다.
그러자 화흠이 미리 작성된 조서를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한다.
"사마의는 이십오 년 동안 수고로움을 마다치 아니하고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충성을 다바쳐 성실히 일해왔다.
이에,
표기 대장군(驃騎大將軍)에 임명하니,
앞으로 대장군 조진(曺眞), 대사마(大司馬) 조휴(曺休)와 더불어
군을 다스려 위(魏)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힘쓰라."
조비의 조서의 내용은 방금 전,
사마의 자신이 병권접근을 사양한 것과는 정반대로 병권을 맡기는 칙명이 아니던가?
사마의가 조비를 향해 간절한 어조로 대답한다.
"망극하옵니다...."
그러자 조비가 사마의의 손을 붙잡으며 말한다.
"중달, 중달 !
조예를 맡길 테니 부탁하오! 엉?
잘 보좌해 주시오..."
조비는 사마의를 붙잡고 자신의 후사를 부탁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마의는 못 미더워 할 지도 모르는 조비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며 말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
"아...!"
조비는 사마의의 대답을 듣자 안심이 되는 듯 자리에 누웠고,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때는 그의 나이는 사십이었고,
재위(在位)한 지 칠 년이었다.
그러면 조비가 후계자로 지목한 조예(曺叡)는 어떤 사람인가?
조예는 무척 영리한 열다섯 살의 소년이었다.
그의 모친은 어려서부터 미인으로 이름난 진씨인데,
그녀는 일찍이 원소(袁紹)의 둘째 아들 원희(袁熙)의 아내로 있다가
조조가 업성(鄴城)을 깨뜨렸을 때 빼앗아 온 부인이었다.
그러나 오직 미모에만 현혹된 애정이 오래 지속될 리가 없었다.
위 황제 조비는 진씨가 나이를 먹자,
애정이 점차 식어서 후일에는
곽영(郭永)의 딸, 곽 귀비(貴妃)를 총애하게 되었다.
제왕의 총애가 두터우면 마음이 오만해지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곽 귀비는 황제의 사랑을 한몸에 받자,
마침내 진 황후(皇后)를 제거해 버리고 자기가 황후가 되려는 야심을 품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추종하는 조정의 신하 장도(張韜)와 모의하고
진 황후를 모함할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어느날 장도가 황제 앞에 나와서 이렇게 아뢰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어젯밤 궁중에서는 매우 불상(不祥)스러운 일이 있었사옵니다."
"무슨 일인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진 황후께서 궁중에 땅을 파고
오동나무로 만든 허수아비를 묻은 일이 있사옵니다."
"황후가 무슨 연유로
그런 요사스러운 짓을 하였던고?"
"신이 짐작컨데,
폐하께서 곽 귀비를 각별히 총애하시므로
부녀자의 투기심에서 그런 방위를 하지 않았는가 짐작되옵니다."
조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했다.
"일국의 국모가 궁중에서 어찌 그런 요사스러운 짓을 할 수가 있는가?
당장 땅을 파서 묻었다는 허수아비를 확인하고,
그게 사실이라면
진 황후를 당장 폐위(廢位)하고 사약(賜藥)을 내리도록 하라!"
이리하여 태자 조예의 생모 진 황후는
궁중에서 쫒겨나 죽음을 당하고,
곽 귀비가 황후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태자 조예는 머리가 총명한데다가,
활 잘쏘고 말 타기를 좋아하는 매우 쾌활한 소년이었다.
태자가 열다섯 살이던 이른 봄에,
조비는 아들을 데리고 군신(群臣)들과 함께 사냥을 나간 일이 있었다.
그리하여 몰이꾼들이 황제가 있는 곳으로 사냥감을 몰아 주는데,
커다란 사슴 한 마리가 새끼 세 마리와 함께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조비는 어미 사슴을 대번에 쏘아 거꾸러뜨렸다.
그러자 새끼 사슴들이 크게 놀라며
죽어 나자빠져버린 어미 곁에서 떠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아닌가?
"어서 쏴라,
어서!"
조비가 아들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예는 쏘지 않았다.
조비가 아들을 꾸짖는다.
"너는 어찌하여 사슴을 쏘지 않는 것이냐?"
그러자 예는 눈물을 지으며 대답한다.
"부왕께서 새끼가 달린 어미를 쏘신 것만도 측은한 일이온데,
어찌 그 새끼마저 쏠 수 있사오리까?"
조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활을 떨어뜨렸다.
(아아,
장차 이 아이는 인덕지군(仁德之君)이 될 수 있겠구나 !)
조비는 내심 감격해 하며,
그날 부터 아들 조예(曺叡)를 장차 자신의 후계자로 삼을 계획을 세웠다.
그야 어찌되었든 조비는 아들 조예를 후사로 정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하여 다음날 태자 예가 대위황제(大魏皇帝)로 등극하였다.
우선 선제(先帝) 조비를 문황제(文皇帝)라 시호(諡號)하고,
생모 진씨를 문소황후(文昭皇后)라 시호하고,
종요를 태부(太傅)로 삼고, 조진(曺眞)을 대장군으로,
조휴(曺休)를 대사마(大司馬)로, 화흠(華歆)을 태위(太尉)로,
왕랑(王朗)을 사도(司徒)로, 진군(陳群)을 사공(司空)으로 삼았으며,
선제의 유언에 따라 사마의(司馬懿)를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으로 삼는 동시에
대사령(大赦令)을 내렸다.
350회에서~~~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명의 출사표(出師表) (0) | 2022.03.04 |
---|---|
열리는 조예(曺叡) 의 시대 (0) | 2022.03.03 |
남만왕 맹획 세 번 잡았다가 놓아준 사연 <하편> (0) | 2022.03.01 |
남만왕 맹획(孟獲) 세 번 잡았다 놓아 준 사연 <상편> (0) | 2022.02.28 |
남만 대원정 (南蠻 大遠征)(하편) (0) | 2022.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