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77)
치열한 두뇌 싸움의 승자
위군 대도독 사마의(魏軍 大都督 司馬懿)로부터 이만 정병을 지원받은 장합(張郃)은
대릉(戴凌)을 부장(副將)으로 삼아 공명의 기산(祁山) 본영을 급습하기 위해
그날 밤으로 군사를 이끌고 떠났다.
공명이 무도(武都)와 음평(陰平)으로 출정하여 자리를 비운 틈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밤길을 행군하면서 이야기해봤자 별로 의미도 없을 다음과 같은 말을 주고 받았다.
"공명과 중달의 재주를 견주면
과연 누가 나을까?"
"글쎄 말입니다.
그야말로 막상막하(莫上莫下)와 난형난제(難兄難弟)겠지만,
그래도 공명의 지략이 좀더 낫지 않을까요?"
대릉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자,
장합이,
"지난날부터 공명의 지략이 널리 알려져 있었지.
허나 내가 보기에 이번 만큼은 중달이 앞서는 것 같군.
촉군이 본영을 비운 틈에 우리가 본영을 덮치면
공명은 꼼짝 없이 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야."
장합은 사마의의 기막힌 작전에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 말하였다.
야음(夜陰)을 틈탄 위군의 행군은 새벽에 이르러서야
촉군의 기산 본영에 다다랐다.
촉군의 영채를 목전에 두고 장합이 병사들을 멈추게 하였다.
그리고 진영 안을 주시하였다.
촉군 본영은 삼엄한 경계병도 보이지 아니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리하여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판단한 장합이 창을 들어 군령을 하달한다.
"전원 공격 개시!"
"와아! 와아!"
위군이 함성을 지르며 노도와 같이 촉군 본영으로 밀려 들어갔다.
이렇게 한참을 달려 들어갔는데도 소란 속에서 촉군의 응전이 전혀 없고
막사는 텅텅 비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아차 싶은 장합이 즉시 말을 돌리며 외쳤다.
"함정이다! 철수!
함정이다! 철수하라!"
이같은 장합의 명이 떨어지는 순간,
촉군이 막사 뒤를 비롯한 어둡고 으슥한 곳에서 쏟아져 나와
본영 한가운데로 들어온 위군을 양쪽에서 포위하고 공격을 개시하는 것이 아닌가?
막다른 골목에서 적을 만났다고 판단한 장합은
몰려드는 촉군과 싸우면서 병사들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촉군 본영은 어두웠고, 위군에게 그곳의 지형지물은
낯선데다가 촉군 군사들의 숫자는 위군을 능가하였다.
게다가 촉군에서는 노련한 대장군 위연(大將軍 魏延)을 위시하여
젊고 혈기에 넘치는 청년장수 관평(關平: 관우의 아들)과 장포(張苞: 장비의 아들)가
그들의 부친이 남긴 청룡언월도와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위군과 대적하니
용감무쌍한 장합의 군사들이라도 견뎌 낼 재간이 없었다.
"후퇴! 후퇴!"
위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쫒겨갔다.
그러나 촉군의 기세는 맹렬하여 도망치는 위군의 뒤를 계속해 엄습하는 것이었다.
어느덧 날이 밝아 왔다.
장합이 군사들을 계속 전진하게 하여 협곡 안으로 후퇴시키고 있었는데,
건너편 만산(滿山)에서 이들을 지켜 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제갈양이었다.
위촉 간 대전은 날이 밝아서도 계속되었다.
장포가 장합을 발견하고 소리친다.
"촉장 장포다.
너희는 포위 되었다.
당장 말에서 내려 투항하거라!"
그러자 장합이 돌아서며 콧방귀를 뀐다.
"아하하하하! 들어라!
네 할애비 장합도 몰라보느냐?
네 아비 장비도 내 손에 당했다!"
장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아니하고 장합을 향해 돌진했다.
창! 창! 슈웅! 슈웅!
장합과 장포의 창과 창이 부딪치며 일진일퇴가 벌어졌다.
이런 격전은 멀리 만산 산등성이에서 내려다 보고 있던 공명의 눈에 띄였다.
"저기 장포와 싸우고 있는 위군 장수는 누구던가?"
"장합입니다."
공명을 곁에서 호위하고 있는 강유가 대답한다.
"이십 년 전 조조의 대장군이었던 자가
아직까지 용맹함이 그대로구나."
공명은 많은 나이에도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였다.
장합의 창을 막고있던 장포의 장팔사모의 자루가 순간 미끄러지면서
장합의 창 끝이 장포의 배를 찔렀다.
"어엇!"
장포가 말에서 떨어졌다.
"앗!"
놀라기는 주변에서 위군과 싸우던 관평도 다름 없었다.
관평은 즉시 말에서 내려 넘어진 장포의 앞으로 달려갔다.
"장 장군을 구하라!"
관흥의 외침을 듣고 촉군 병사들이 장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내 장포를 구해가지고 후방으로 피신하였다.
그틈에 장합이 간신히 한숨을 돌리려나 싶었는데,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위군을 향해 달려오는 한 떼의 군사가 있었으니,
그는 촉장 왕평(王平)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왕평의 반대편에서는 마충(馬忠)이 달려나왔다.
"장군,
적의 숫자가 자꾸 불어나고 있습니다.
어서 전면 퇴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장 대릉이 긴박한 상황을 장합에게 말했다.
"철수한다, 철수!"
장합은 촉군이 몰려오는 길 반대편으로
남은 병사를 이끌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공명이 강유에게 말한다.
"장합이 도주하고 있는 검각관(劍閣關) 협곡에 이천 궁노수가 매복해 있으니
자네가 지금 달려가 그들을 지휘하여 장합을 반드시 잡도록 하라.
명심해. 절대 살려 보내서는 안된다."
"예!"
촉군에 쫒겨 달아나던 장합이 협곡 안으로 들어서며
뒤쫓는 촉군이 없자 말을 멈추고,
"여기가 어디기에 이토록 음산하냐?"하고,
말이 떨어지자마자 촉군의 궁노수가 협곡 양쪽 산등성이에서
활을 겨눈 채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촉장 강유(姜維)가 나타나며
손을 들어 장합을 꾸짖는다.
"장합!
노령임을 감안하여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투항하겠느냐?"
강유의 이런 외침에 자존심이 무참하게 짓밟힌 장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자신의 창을 들어 산등성이에 있는 강유에게 사정없이 날려 보냈다.
"에잇!"
이것을 기점으로 강유의 공격령이 떨어진다.
"쏴라!"
"슝! 피융!"
협곡 양쪽에 매복해 있던 이천 궁노수가
아래쪽 위군을 향하여 빗발치는 화살을 날려보냈다.
"으윽! "
빗발치는 화살을 막아 줄 것이 하나 없는 가운데
장합에게 집중된 촉의 화살은 그의 갑옷을 뚫고 들어가 가슴에 박혔다.
이렇게 조위(曺魏) 삼대에 걸친 노장 장합은
그를 따라 출전한 병사들과 함께 그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 인물평 <장합(張郃)>
조조의 명장으로 자는 준예(儁乂)이다.
본시 한복(韓馥)휘하에 있었으나 그가 죽은 뒤에
원소에게 투항하여 그의 공손찬 격멸에 공을 세웠다.
관도대전(官渡大戰)당시 원소와 의견이 맞지않아 조조에게 투항한 뒤부터
전쟁이 벌어지는 곳마다 참가하여 잇달아 승리를 거두었다.
215년, 한중의 장로를 몰아낼 때 선봉장을 지냈으며,
하후연(夏侯淵)과 함께 한중을 지켰으나
217년 유비, 법정에 패하여 한중을 잃었다.
231년 촉의 대군을 맞아 사마의가 대도독으로 부임한 뒤
전략에 대해 그와 의견충돌이 잦아 풍파가 있었으나
이곳에서는 사후에도 대접받는 노장군으로 그려졌다.
37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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