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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 (374)
다시 등장하는 사마의
위군 대도독 조진(魏軍 大都督 曺眞)의 아들 조상(曺相)이
상소문을 가지고 낙양의 천자 조예(曺叡)를 배알하였다.
넓디 넓은 장락궁(長樂宮) 단상 위에서
위주(魏主) 조예가 단하의 꿇어 앉은 조상을 향하여 엄히 꾸짖었다.
"패전만 거듭한 네 아비는 어찌 아니 온 것이냐!
가문에 먹칠을 하고 다니는구나.
네 아비 때문에 나라가 곤경에 처했는데,
무슨 낯으로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
뻔뻔하기 짝이 없구나!"
위주 조예는 팔을 휘저어 가면서
패전을 거듭하는 조진을 향해 노여움을 드러내 보였다.
"폐하!
아버님께선 패전후
여러 차례 자결을 시도했으나 장군들의 만류로 포기한 겁니다.
장군들은 아버님이 지금 자결한다면 병사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큰 혼란이 생길 것이니, 먼저 제갈양을 물리친 후 상황이 정리되면
그때 다시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극구 만류하였습니다.
하여,
그 말도 일리가 있어서 아버님께서는
나중에 폐하께 사죄를 드리고 자결하겠다 하셨습니다.
흐흐흑..."
조상은 초라한 몰골로 이렇게 아뢰면서 연신 눈물을 짜는 것이었다.
이것을 인간적인 눈빛으로 딱하게 바라보던 조예가 입을 열어 말한다.
"비장하구나.
그런데 왜 직접 오지를 않고 너를 보낸 것이냐?"
"직접 오려 하였으나 촉군이 언제 공격해 올 지 모르는데
후임도 없이 병영을 비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아버님께서 폐하께 청하길 자신을 파직하고
사마의를 후임 대도독으로 등용하시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의 곁에서 돕겠다 하셨습니다.
하오니 명을 내려 주시옵소서.
으윽!"
조상은 이렇게 아뢰면서 말미에 고개를 꺾고
그대로 푹 고꾸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조예는 흠칫 놀랐고,
곧이어 시종 둘이 달려나와 쓰러진 조상을 일으켜 부축하였다.
"폐하,
조장군이 팔이 부러졌습니다."
조상의 상태를 살펴 본 시종이 황제에게 현상을 고하였다.
조상이 몸을 가누는 동안 황제는 그가 가져온 상소문을
다시 한번 펼쳐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예외 없이 겨우 꿇어 엎드린 조상을 향해
측은지심이 발동한 명을 내린다.
"조상은 들으라."
"예."
"너는 부상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싸웠으니 죄를 묻진 않겠다.
그러나 네 아비에겐 감옥을 비워두었으니
속히 낙양으로 돌아오라고 하여라."
"허나 아버님께선 감옥에는 못 가실 겁니다."
"어째서 그렇단 말이냐?"
"제가 떠나올 때
아버님께선 중병에 걸리셔서 피를 토하셨습니다.
하오니 어쩌면 지금 눈을 감으셨을 지도 모르옵니다.
흑...흑흑...!"
조상의 흐느낌이 고조되자
조정을 주름잡는 조씨(曺氏) 집안의 대소 신료들이
하나 둘 진언(進言)을 위해 단하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각자 천자를 향해,
"폐하!
조진을 살려주십시오!"
"그의 아들 조상이 갸륵하오니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하고,
제각기 아뢰니 천자로서도 집안 가족들의 진언을 무시할 수 만은 없었다.
그리하여,
"이보시오.
화흠."하고,
호명하니,
이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만 보던 화흠이,
"예,
폐하!"하고,
대답하며 중앙으로 나아가 읍하였다.
화흠을 향해 조예의 명이 떨어졌다.
"지금 당장 사마의를 불러 오도록 하시오."
위주 조예에 의해 대도독에 임명된 사마의는
즉시로 아들 사마소와 함께 낙양을 출발하여 위군 본영에 도착하였다.
전임 대도독 조진을 요양차 옹양으로 떠나 보낸 위군 장수들이
도열하여 신임 대도독 사마의를 맞이하였다.
사마의는 대도독 군막에 발을 들이자 마자
장군 곽회(郭淮)를 호명하였다.
"곽회!"
"예."
"자네가 부도독이지?"
" 예. "
"조진이 옹양에서 요양하고 있으니
본 도독 부임 전까지 책임자는 자네겠군.
맞나?"
" 예. "
"헌데,
여기 오는 길에 탈영병을 아홉이나 잡았네.
그래서 그 자들을 심문해 보니 우리 위군은 군심이 어지러워
탈영병이 속출하고 있다던데 도데체 군기를 어찌 잡은 것인가?"
사마의의 힐난에 곽회가 쩔쩔맨다.
"아뢰옵니다.
실은 저도 그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탈영이 너무 많아 소장도 속수무책인 실정입니다."
"단속이 안 되면 처형을 해야지.
안 그런가?"
"그때 마다 처형을 해버리면
앞으로 전쟁에선 누가 싸우겠습니까?"
곽회의 이 말에 사마의는 곧바로 대답하지 아니하고
군막안에 장수들을 한바퀴 돌아본다.
그리고 이어서,
"탈영병이 싸우나?
탈영병 하나가 군영 전체를 망치는데...!"하고,
말한 뒤에 대도독의 자리에 좌정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밖에 있는 호위병을 부른다.
"여봐라!"
"예!"
호위병 둘이 쏜살 같이 달려 들어오며 대답하였다.
그러자 사마의의 명이 곧바로 떨어진다.
"곽회를 끌고가 공개 처형하라."
"네...엣? "
이 소리를 듣고 놀란 사람은 당사자인 곽회 뿐만이 아니었다.
군막안에 있던 장수들도 일제히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구동성으로,
"대도독!
군심의 이반(離反)은 전임 대도독 조진 장군의 탓입니다!"
"대도독!
곽장군이 소홀한 점은 있으나
조 장군이 이임한 뒤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만일 그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적의 공격으로 패퇴를 면치 못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군의 해이한 기강을 곽장군에게만 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
"대도독!
저희들이 목숨을 걸겠습니다.
탈영병이 또 나오면 저희도 함께 처벌하십시오."
이렇듯 곽회를 구하기 위한 장수들의 탄원이 연속해 이어지자
사마의는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처벌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새로 부임해 온 군영의 군기를 반드시 세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사마의는 준엄한 명을 내린다.
"들어라!
군기가 없으면 자멸하는 법!
오늘부터 탈영자는 참한다.
병사가 탈영히면 오장(伍長)을 참하고,
오장이 탈영하면 십장(什長)을 참하며,
십장이 탈영하면 교위(校尉)를 참하며,
교위가 탈영하면 장군(將軍)을 참하며,
장군이 탈영하면 나 사마의가 스스로 목을 베 조정에 사죄하겠다."하고,
말하니,
장중의 장수들이 일제히 한소리로 복명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참수를 명했던 곽회를 내려다 보다가
호위 군사에게 명한다.
"군기를 세우지 못한 죄로 곤장 삼십 대를 쳐라!"하고,
명하니,
호위 병사는 즉시,
"예! "하고,
대답하며 곽회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곽회가 처벌을 받기 위해 밖으로 끌려 나가자
사마의는 장중의 장수들을 향하여,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라.
작전회의를 하겠다."하고,
입을 여니 곽회의 용서를 탄원하기 위해
부복했던 장수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열이 정돈되자,
"장군들은 들어라.
본 도독의 첫번째 군령은 내 앞에 있는 탁자의 교환이다.
당장 구리로 된 탁자로 교환하거라."
"알겠습니다!"
사마의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나무 탁자를 바꾸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리하여 전임 대도독 조진이 사용하던 나무탁자는 당장 들려 나갔다.
탁자가 들려 나가자 사마의는 군령을 다시 하달한다.
"본 도독의 두번째 군령은
외곽 경계만을 교대 시키면서 전 군의 이틀간 휴식이다.
영내의 술과 고기를 모조리 끄집어 내어 병사들이 배불리 먹고 취하게 하라."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장수들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듣고 일제히 좋아하며 대답하였다.
그러나 사마의를 수행하여 함께 임지로 온 아들 사마소는,
"대도독,
장수조차 모두 취했다가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쩝니까?"하고, 걱
정을 아뢰었다.
그러나 사마의는,
"괜찮다,
내 사령기를 외곽 경계 초소 언덕 위에 꽂아라.
촉군이 보고서는 겁을 집어먹고 삼십 리는 후퇴할 것이다."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소리를 내뱉으니
사마소를 비롯한 장중의 장수 모두가 신임 대도독의 말 뜻을 단박에 알아 차리고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웃으며 복명하였다.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37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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