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치열한 두뇌 싸움 (상편)

오토산 2022. 4. 1. 08:27

삼국지(三國志) .. (375)
치열한 두뇌 싸움 (상편)

한편,

먼 발치에서 위군의 진영을 관찰하던 제갈양은,

"조진이 물러나고 사마의가 새로운 대도독으로 부임해 왔다더니

예전과 같은 진영인데도 다른 모습이 보이는군."하고,

사뭇 달라 보이는 위군의 진지를 평가하였다.
그러자 곁에서 수행하던 장군 위연(魏延)이,

"진창이 우리 수중에 있어 군량 보급로가 확보 되었는데

사마의가 온 들 무슨 걱정이십니까."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대답하였다.

"그리 생각해서는 안되네.
사마의는 병법에 능통하고 책략도 많아 나조차 상대하기 어려운 자일세."

 

"승상,

잘은 모르겠으나 사마의가 그렇게 책략이 많은 것 같지는 않더군요.
지난번에도 승상이 펼친 공성계에 놀라 군사를 후퇴시킨 자가 아닙니까?"

 

위연은 지난날 공명이 이천 명의 군사로

사마의가 이끌던 십오만 대군을 거문고 하나로 물리친

서성(西城)에서의 대치 상황을 되새기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사마의의 능력을 간과하고 있는 위연이 안타까운 공명이,

 

"사마의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능한 자라네. 천하제일의 수성대장(守城大將)이지.
헌데 우리는 위군의 견고한 수비를 가장 싫어하니 시간이 우리에게 불리하고
적에게는 유리하네.
사마의는 우리가 그들의 성지(城地)를 하나씩 공격하길 바라네,
그럼, 우리는 오십 년이 걸려도 낙양을 함락하지는 못할 것이야...
사마의의 장점은 견고한 수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우둔해 보이나 최고의 지략이지."

이같은 말을 나누며

건너다 보는 위군의 진영은 빈틈이 없어 보인다.
위연이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승상.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시렵니까?"

 

"사마의를 제거하지 못하면 중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니

그를 싸우러 나오도록 불러내야 할 것이야.
이보게 강유?
농서 각 성의 수비 상황은 어떠한가?"
공명은 자신을 측근에서 수행중인 강유에게 눈을 돌리며 물었다,

"살펴 본 바로는 농서의 열다섯 개의 성지중

무도(武都)와 음평(陰平)의 수비가 가장 허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음... 그런가?
그렇다면 위연, 음평과 무도를 취할 수가 있겠나?"
공명은 이번에는 위연쪽으로 돌아서면서 물었다.

"승상,

성지 두 곳 쯤, 뭐가 어렵겠습니까!"
대답하는 위연은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좋아!
허나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네.
먼저 적을 포위만 하고 그들의 원군이 도착하길 기다려야 할 것이야.
그래서 사마의가 나타난다면 그때 총 공격을 퍼붓도록 하지."
  
한편,

새로 대도독으로 부임하자 탈영자가 생기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차상위 지휘자를 참형에 처하는 군령을 발표함으로써

엄정한 군기를 확립하고,
곳간에 쟁여있던 술과 고기를 풀어

휘하의 병사들을 이틀간 배불리 먹고 취하도록 화전양면(和戰兩面)작전을 구사했던

사마의는 부임 사흘째 되는날 휘하의 장수들을 자신의 군막으로 불러들였다.

이렇게 장수들이 모인 곳에서 방금 무도에서

급히 달려온 장수의 보고를 받은 사마의가 다짐을 받듯 재차 묻는다.

 

"정확히 보고 온 것이냐?
적군이 삼천 뿐이라고?"

"소장이 확실하게 봤습니다.
보기에도 확실히 적어보여 삼천이 안 될 것입니다."

 

"성 주변은 오십 리에 달하는데

주변을 모두 돌아봤더냐?"

 

"주위의 산과 계곡을 모두 수색해 보았지만

촉군의 추가적인 매복은 전혀 없었습니다."
장수는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였다.

 

"음... 알았다.

가 봐라."

장수들과 함께 보고를 받은 사마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장군들 중에 누가 본 도독의 체면을 살려,

무도를 공격하려는 촉군을 멸할 것인가?"하고,

물으니,

거침없이 한 장수가 자원하며 나선다.

"소장이 가겠습니다!"

 

"좋아. 손례(孫禮).
역시 분위 장군답군!
장군에게 삼천을 줄테니 무도로 가라,
촉군을 물리치면 상을 내릴 것이고
패하면 나를 다시 볼 생각을 말라!"

 

"알겠습니다!"
손례는 이렇게 대답을 한 뒤, 출전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사마의는 다시 명을 내린다.

 

"장군 곽회만 남고

모두 물러가라."

사마의의 명에 따라 장수들이 모두 퇴장하는 가운데

곽회와 더불어 노장군 장합(張郃)이 나가지 아니하고 군막 안에 남았다.
홀로 남은 곽회에게 다가간 사마의가 나직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몸은 좀 어떤가?"

 

사마의가 이렇게 물은 이유는

사흘 전 자신이 부임해 오던 날 군기 확립을 위해 부도독 곽회에게

그 책임을 물어 곤장 삼십대를 치게 하였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봐 준 덕분에 다친 곳은 없습니다."

 

곽회가 이렇게 대답하자,

사마의는 부탁조로,

 

"곽회,

자네가 해 줄 일이 있네."하고,

운을 떼니 곽회가 즉각 응답한다.

"무슨 일이든 말씀하십시오."

 

"음,

이 일은 반드시 비밀에 붙여야 돼. 관(棺)을 삼천 개 준비해 주게.
이번에 출정한 손례는 돌아오지 못하네.
나는 그들의 시신을 산에 두고 싶지 않아."

 

"왜 그렇습니까?"

 

"무도성은 아군 진영에 날개에 해당하는데

촉군 삼천으로 어찌 공격을 하겠나.
제갈양이 날 유인하려고 매복을 해놨을 것이야."

"그럼 손례가 매복에 걸려 못 올 것을 알면서

어째서 출병시키신 겁니까?"

 

이번에는 조조의 시절부터

삼대(三代)에 이르는 백전 노장군 장합이 사마의에게 물었다.

 

"안 보낼 수가 없었소이다.
무도성을 돕지 않아 성이 함락된다면

이후로 우리 각 성들은 촉군에 포위가 되어도 지원군이 오지 않을 것이라 여길 것이고,

그러면 나머지 성들도 자멸하고 주변의 수십 개의 성들도 줄줄이 함락되어서

결국에는 아군 본영도 버티기 어렵게 될 것이오.
손례는 용장이오.
무도성에 원군을 보낸다고 하자 기꺼이 자원했지.
면전에선 말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런 용장을 잃는다고 생각하니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소. 흐흐흑!"

 

사마의는 말미에 고개를 돌려 흐느꼈다.
이에 곽회가 거리낌 없이 자원한다.

"대도독! 제게 군사 삼천을 주시면
즉시 손 장군을 도와 구해오도록 하겠습니다."

 

"곽회,

사지(死地)로 뛰어들겠다는 건가?"

 

"관이 삼천 개 더 늘어날 뿐입니다.
장수로 살아온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정말 고맙네,

안심하고 가게.
그대로 죽게 놔두진 않겠네."

 

사마의는 곽회의 손을 부여잡고

고마움과 함께 자신의 의지를 표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

 

곽회가 대답과 동시에 출전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줄곧 두 사람을 지켜 보던 장합이 사마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대도독,

소장이 이들을 돕게 해주십시오."

 

"아니오.
이번에는 노장군이 후배들에게 양보하시오."하고,

허락하지 않았다.

손례는 삼천의 군사를 이끌고

무도성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촉군 진지로 향하였다.
그리하여 무도성 십 리밖에 이르니 탐마가 전방의 상황을 보고한다.

 

"장군,

촉군이 지금 무도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알겠다.

상황을 계속 보고하도록 하라!"

 

"옛!"

탐마병을 돌려 보내고

손례는 뒤로 돌아 병사들을 향하여 명한다.

 

"형제들이여!
우리의 위세를 떨칠 기회가 왔다.
나를 따르라!"

 

"와아!"

 

손례를 선두로 삼천 군사가 그 뒤를 따라 달려갔다.
이렇게 손례가 이끄는 위군이 출발을 하자,

곧이어 맞은 편에서 촉군이 달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손례가 군사를 멈추고 적장을 살펴 보니,
그는 위연이었다.

"적장은 들어라,

나는 대장군 위연이다.

승상의 명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는 내 적수가 안되니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위연,

나는 대장군만 상대한다."
호통치는 위연에 대응하는 손례였다.

그러면서 위연을 향해 한마디 더 했다.

"목을 내놔라."

 

손례의 건방진 소리에 위연의 부하가 치밀었다.
그리하여 양쪽 산등성이에 매복해 있던 궁수에게 가차없는 사격 명령을 내렸다.

 

"쏴라!"

화살은 계곡 속의 위군에게 빗발치 듯 쏟아졌다.
선두에 나섰던 위군 병사들이 무더기로 고꾸라졌다.
이렇게 한바탕 화살이 쏟아진 뒤에 위연이 명한다.

 

"공격하라!"

"와~아!"

 

매복해 있던 촉군의 불시의 공격을 받아 기선을 제압 당한 위군에게

촉군 기마병을 필두로 보병이 들이닥쳤다.

"창, 창! 탕, 탕!"

 

창과 창이 부딪히고 칼과 칼이 불꽃을 튀기고,

막고 던지는 방패가 서로 엉키는 격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미 위군은 기선을 제압 당하지 않았던가?
손례가 병사들을 힘겹게 독려하는 가운데 갑자기 위군 등 뒤에서 원군이 나타났다.
장군 곽회가 몰고 온 삼천 군사였다.

"대도독께서 원군을 보내셨다!"
곽회의 군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손례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 원군이 왔구나.
허나 적장만은 놓치지 말라!"
위연이 창을 비껴들고 적진 한가운데로 돌진하였다.

376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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