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호계서원 향사

오토산 2022. 4. 5. 10:17

어제(2022/04/03) 금년도 춘계향사가 봉행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이는 안동시가 행정을 세밀하게 추진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원래 서원이라는 것은

사설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국가가 서원을 건립하는 사례가 없었음에도
안동시가 국고를 동원하여 서원건립에 나서서 건물을 지어놓고는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다.

 

양호회가 무엇이고 운영위원회가 무엇인가?

 법적인 실체가무엇이며 수권이 되었나?
나는 처음부터 서원건립을 반대해왔던 사람이다.

 

수십년을 객지에서 살기는 했지만
내 고향이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서원건립의 초기 단계부터 사림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반대했던 것이다.

 

국립서원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고
또한 호계서원에 배향된 선현들에 대해서는 이미 각 문중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서깊은 서원들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국고를 끌어들여 서원을 짓는 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 뿐더러 더군다나 기어히 짓겠다면
세 서원은 문을 닫고 소유재산을 전부 처분해서

나라에 바치라는 말을 했는데도 그들은 듣지 않았다.

 

자기 희생 없이 몽땅 나라에 기대서, 덩그런 서원 지어놓고

조상 자랑하고 양반행세 좀 낫게 해보자는 속셈으로 출발한 서원건립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신문화가 무엇을 말하는가?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겠느나, 

나는 그 바탕이 선비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선비정신을 외면하고, 

속된 말로 나랏돈 땡겨서 행세 좀 해보겠다는 이런 속물근성으로 출발한 서원이다.
오늘 이 시대에 과연 서원의 역할이 있어서 국민의 피땀이 얽힌 예산을 동원해

서원을 짓고 향사를 이중 삼중 지내야 하나?

 

옛날 퇴계선생 서애선생 학봉선생, 이런 어른들이

오늘의 이러한 행태를 보고 뭐라 하겠는가?
복설고유를 하던 날 도지사의 일성이 무엇이었나?
좋은 서원을 지어놨으니 앞으로 뭘 잘해보자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

오직 영남유림의 통합이었다.

 

누가 그렇게 꼬드긴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을 들으면 영남유림은 사백년 동안 싸움박질만 하고 있었던 걸로 오해할 지경이었다.
사실이지 오직 서원을 건립해야할 명분이 없었으면 그런 말을 했겠나?

진성이씨 상계문중이

선정의 위패를 묘우에서 내린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는 고금이 다를 바 없는데, 

세상에 어느 누구도 후손보다 조상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없다.
오죽 난감했으며 서원에서 모셔진 자기네 조상의 위패를 도로 모셔 갔겠나?

 

대산선생을 추배한 것만 해도 그렇다.
대산선생의 학문이나 남기신 업적이야 세상이 모두 알고 있는 바이지만,

 그래도 서원에 모시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제현들을 다 제치고

대산선생만을 굳이 추향해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사림의 깊은 고민과 통찰이 있었어야 함에도, 

형식적인 절차만을 거친 채 결정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위패봉안 과정에서 이견이 드러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열향으로 결정되게 되니,
진성이씨문중이 불편해 하지 않을 수 없고,
더군다나 말썽많은 서원에 조상이 모셔져 있어

죄송하기 그지없던 차에 그렇게 되니,

 숙의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퇴계선생을 모신 서원에

퇴계선생 위패가 없으면 서원은 문을 닫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향사를 보면

제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티고 않아서 흠향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나?
선현을 욕보이고 조상을 욕보이는 불륜도 분수가 있지 이게 뭔 꼴인가?
안동시는 그러면, 과연 퇴계선생이 모셔지지 않았어도

호계서원 복설에 나섰을 것인가?

예안향교 측의 반대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옛날 도산서원은 예안현에 있었기 때문에 안동유림은

안동부에도 퇴계를 모신 서원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서원이 건립되었다.
거기에다, 도산서원에 서애 학봉 양선생을 배향하는 노력을 했으나
정치적인 문제로 다툼이 있은 후에 월천선생을 모시기로 결정되게 됨에 따라

호계서원에 양선생을 배향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호계서원은 과거의 행정구역으로 보면 안동부에 있었던 서원이다.

 

그러던 서원을 느닷없이 예안현에 세웠는데

하필 예안향교의 뒷산에 자리하게 되니 예안향교에 난리가 난 것이다.
서원이 한국국학진흥원의 경내에 자리잡게 된 것도 그 의도가 불순할 뿐더러,
옛날 공청은 사사집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출입하는 혼령을 모신 곳이기 때문에

특별히 꺼려하는 시설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디를 가봐도 서원은

자손들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면 촌락과는 떨어진 거의 외딴 위치에 소재하고있다.
거기에다 호계서원은 예안향교의 정수리에 올라앉아 있는 형국이니

향교와 유림이 좋아하겠나?

 

남설과 첩설은

옛날부터 금해왔던 바인데 이는 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개인이 돈을 벌어서 자기 신명에 서원을 세웠다면

이는 욕을 먹을지언정 개인문제라고나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국고로 지었으니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호계서원에 대해서 모든 이야기를 다하자면 끝이 없다.

 

나는 유림을 향해, 

그리고 특별히 호계서원을 주도하고 있는 종손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썩어빠진 양반을 추구하며 유림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예산을 유치할 능력이 있으면 안동의 미래를 위해 투자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며
봉사하고 헌신할 생각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썩어빠진 유림, 꼰대 유림이라는 비판을 벗어나, 

다시 한번 혁신하는 유림으로 개혁적인 유림으로 거듭 나기를 촉구했다.

 

어디를 가도 무슨 종손이다, 

누구 종손이다 하면서 상석에 앉히고 소개하는데, 

그 값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계선생을 나랏돈 잘 땡긴다고 우리가 존경하는 게 아니잖는가?

 

안동시도 그렇다.
서원의 역사적인 유래를 잘 살펴서, 

안동의 서원이 세상의 웃음거리로 되지 않게 해야 한다.
호계서원은 나랏돈으로 건립했으니 소유권이 정부에 있다.
유림의 의견을 널리 수렴하여 하루빨리 운영규정을 만들어, 

저런 엉터리 향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

 

선현을 능욕하고 조상을 욕보이는, 

그리고 안동유림을 부끄럽게 만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위에 드린 말씀이 저의 의견입니다.
시장님께서 살펴보시고 잘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삼산인 류태규

<카톡에서 받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