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사마의와 손권이 떠나고 그 후(403 - 2 )

오토산 2022. 5. 5. 07:56

(40삼국지(三國志) .. 3 - 2 )

사마의와 손권이 떠나고 그 후


사마의와 손권이 떠나고 그 후 이상한 일을 겪었던 그날 밤,
제갈각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이고 있는데,

난데없이 안채 쪽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난다.
무슨 일이 생겼나싶어 서둘러 달려가보니,

안채의 대들보가 두 동강으로 부러져 내려 앉아 있다.
제갈각은 불안한 마음을 겨우 달래며 다시 침실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디에선가 음산한 바람이 크게 일더니

어둠 속에서 사람의 무리가 요란하게 나타난다.
그 무리를 살펴보니 낮에 제갈각의 명에 의해 죽었던 상복 입은 자와 문지기들이었다.
각기 자기의 머리를 들고 와서는 목숨을 되돌려 놓으라고 아우성을 친다.
제갈각은 그대로 기절했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다음 날 아침,

제갈각은 지난 밤의 일이 꿈이었다고 애써 생각하고 있었다.
세수를 하려고 대야에 받은 물을 얼굴에 끼얹는데 피비린내가 훅 끼쳐온다.

 

기분이 상한 제갈각은

세숫물을 준비했던 시비를 불러다 꾸짖고 새 물을 받아오게 했다.

하지만 새 세숫물에서도 피비린내는 여전히 진동했다.
몇 번을 물을 다시 떠오라하였지만 마찬가지였다.

 

제갈각이 찝찝한 마음으로

어제부터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고 있는데 문득 궁중에서 전갈이 왔다.
황제가 궁중 연회를 마련하였으니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다.
황제가 친히 부르는 것이니 제갈각은 오래간만에 집을 나설 채비를 하였다.

 

막 부중을 나서서 궁궐로 가는 수레에 오르려는데

문득 누런 개가 한 마리 나타나서는 제갈각의 옷자락을 덥썩 물고

마치 사람이 우는 것 마냥 끙끙대는 소리를 낸다.
제갈각은 호통을 친다.

 

"웬 개가 나타나서 사람을 희롱하는 것이냐!

여봐라, 이 짐승을 내쫓아라!"

 

개를 물리치고 수레에 올라 궁중으로 향하는데

얼마 가지 못해서 수레가 멈췄다.

수레가 가는 길 바닥에서 갑자기 흰 기운이 솟구쳤기 때문이었다.
흰 기운은 마치 한 필의 비단폭이 하늘에 펼쳐지듯 하늘로 뻗어 올라간다.
그 모습을 보고 제갈각의 뒤를 따라오던 심복장수 장약이

제갈각의 수레 앞으로 와서 가만히 아뢴다.

 

"주공,

아무래도 오늘 궁중에서 있다는 잔치가 수상쩍습니다.
불길한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으니

주공께서는 섣불리 입궁하지 마십시오."

 

제갈각이 장약의 말에 동의하여 수레를 돌려 다시 집으로 향했다.
수레를 돌려 아직 열 걸음도 채 가지 않았는데

손준과 등윤이 말을 타고 달려와서 제갈각에게 묻는다.

 

"태부 어른,

왜 돌아가십니까?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갑자기 복통이 와서 황제를 뵙기가 어렵게 되었네."

 

제갈각은 남에게 불안한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궁색한 변명을 한다.
등윤이 제갈각에게 말한다.

 

"태부께서 회군하신 이래로

아직 회포를 풀지 못하여 폐하께서 특별히 마련하신 자리입니다.
게다가 폐하께서 그 자리를 빌어 국가 대사를 의논하고자 하신다니

몸이 다소 불편 하시더라도 태부께서는 참석하시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중요한 자리라는 등윤의 말에 제갈각은

더이상 뿌리치기가 어려워서 궁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황제를 알현하고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손량이 궁녀에게 명하여 제갈각의 술잔을 채웠다.

 

제갈각은 술잔에 담긴 술이 영 의심스러워서 병을 핑계로 술을 사양했다.
그러자 손량이 제갈각에게 말한다.

 

"그러면 태부께서 부중에서 늘 드시는

약주(藥酒)를 가져다 드시면 어떻겠습니까?"

 

"그것이 좋겠소."

 

제갈각은 종자를 시켜 집에서 가져온 약주를 안심하고 마시기 시작했다.
술이 몇 순 배 돌았는데 오주 손량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선다.

 

"짐이 잊고 있던 일이 방금 생각났소.
짐이 자리를 뜨더라도 경들은 잔치를 마저 즐기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시오."

 

잔치에 모인 신하들이 모두 일어나서
그 자리에서 황제에게 머리를 숙인다. 
손준은 황제의 뒤를 따라나가 배웅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온 손준의 차림새가 이상하다.
좀 전까지 입고 있던 관복은 오간데 없고 간편한 옷에 갑옷 차림이다.
손에는 서슬퍼런 날을 자랑하는 칼이 들려있다.

 

제갈각은 술잔을 들어 입에 대려는데,
그 순간 손준과 눈이 마주친다.
손준은 제갈각을 향해 눈을 부릅 뜨며, 

 

"역적을 주살하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시다!"하고

, 외친다.

 

제갈각은 너무 놀라

들고 있던 술잔을 급하게 내던지고 칼을 뽑아 들려고 한다.
하지만 칼자루를 움켜 쥔 손이 미처 허리춤에서 뻗어나가기도 전에

손준의 칼날에 제갈각의 머리가 댕강 잘리고 만다.
제갈각의 심복 장약이 얼른 칼을 뽑아서 손준에게 달려든다.
손준은 재빨리 피했지만 장약의 칼 끝에 왼쪽 손가락을 다쳤다.
손준은 부상에도 아랑곳 않고 몸을 휙 돌려서 장약의 오른팔을 공략한다.

장약의 오른팔이 단칼에 달아나고 만다.

 

그때 휘장 뒤에 숨어 있던 복병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장약을 패대기 치고 난도질을 해댄다.
장약의 시체는 가족이 와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손준이 무사들에게 명을 내린다.

 

"제갈각의 가솔을 모두 잡아 들여라!
그리고 제갈각과 장약의 시체를 성 밖에 내다 버려라!"

 

제갈각과 장약의 시신은

거적에 둘둘 말린 채로 천민들이나 묻히는 남문 밖
석자강(石子岡) 공동묘지 구덩이에 내던져졌다.

한편

제갈각의 아내는 집에서 남편의 소식은 까맣게 모른 채

까닭 없이 자신의 마음이 산란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여종 하나가 방 안으로 뛰쳐들어왔다.
여종의 몸에서 피비린내가 강하게 풍겼다.

제갈각의 아내는 미간을 찌푸리며 여종에게,

 

"피비린내가 왜 이리 진동하는 것이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여종은 흰 자위가 다 드러나도록 눈을 부릅 뜨고

이를 갈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더니

돌연 몸을 솟구쳐서 대들보에 머리를 찍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제갈각이다!

간적(奸賊) 손준에게 모살 당했다!"

 

집안 사람들 모두가 놀라 떨며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기이한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군사가

제갈각의 부중으로 몰려들었다.

 

저택을 에워싸고 제갈각의 일족을 모두 끌고 나가 사정없이 목을 베었다.
이때가 오 건흥 2년(253), 10월의 일이었다.

오주 손량은 손준을 승상 및 대장군으로 삼고

부춘후(富春侯)에 봉하여 군사를 총독할 권한을 주었다.
손권에게 오나라의 모든 병권이 주어진 것이었다.

 404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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