謙讓의 美德을 대대로 전하자- 춘추시대 范武子
속담에 '교만하면 손해를 보고 겸손하면 이익을 본다.'는 말이 있다.
겸허와 신중은 동양 정신의 전통 미덕이다. 그러므로 예전부터 부모
들은 자녀를 가르칠 때 이러한 미덕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춘추시대 진나라(晉國)에 범무자(范武子)라는 중군원수(中軍元帥)
가 있었다. 그는 일생 동안 겸허하고 신중하여 교만하거나 조급함이
없었다. 자기에게는 엄격하면서도 남에게는 관대하여 많은 사람들에
게 존경을 받으며 살았다. 또한 자신의 아들에게도 매우 엄격해서 겸
양교육을 매우 중요시 했다.
범무자가 나이 들어 퇴임하자 아들 범문자(范文子)가 뒤를 이어 관
직에 올랐다.
어느 날, 평소 같으면 이미 귀가했을 시간이었으나 범문자는 밤이
깊도록 여전히 관사에 있었다. 범무자는 '이렇게 늦은 밤에 조정에
무슨 일이 있길래 문자의 귀가가 늦어지는 걸까?' 하고 염려하며 아
들을 기다렸다. 아들은 자정이 훨씬 넘은 아주 늦은 시간에 귀가했는
데 범문자는 몹시 기쁜 표정이었다.
아버지는 급히 물었다.
"조정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왜 이렇게 귀가가 늦었느냐?"
"별일 아니옵니다. 진나라에서 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그가 좀 복잡
하고 어려운 몇 가지의 문제를 저에게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조정의
대소관리들 중 아무도 그 해답을 얻지 못하였는데 제가 한꺼번에 세
문제를 답하였지요. 답이 모두 정확하게 맞아 진나라 손님은 매우 만
족해했습니다.
범무자가 아들이 말하는 모양을 가만히 지켜보니 그 태도나 어조가
득의양양한 것이 안하무인격이었다. 마치 자신만이 제일이고 남들은
모두 자신만 못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범무자는 겸양의 태도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아들의 모슴을 보
고 매우 화가 나서 엄하게 타이르며 말했다.
"그 관리들이 모두 답을 몰랐다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은 네가 장자
(長子)이자 상사임을 감안하여 겸손하게 너에게 먼저 말할 기회를 준
것이다. 헌데, 너 같은 소인배는 겸양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이 조
정에서 세 번씩이나 앞다투어 발언을 했다니... 예절이 무엇인지도 모
르고, 교만이 극에 달했는데도 부끄러움을 모르는구나!"
말을 하다 화가 난 아버지는 지팡이를 들어 아들을 한 대 후려쳤다.
범문자는 아버지의 훈시를 듣고 크게 뉘우 쳤다.
얼마 후, 그는 중군원수를 도와 선봉에서 제나라를 공격하여 크게
승리했다. 그들이 개선하여 돌아올 때 진나라의 신하와 백성 들이 모
두 거리로 나와 그들을 환영했다. 아들이 출전하여 대승을 거두었는
데 아버니 된 사람이 어찌 기쁘지 않았겠는가! 범무자는 쇠약한 몸을
이끌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가족들과 함께 아들을 마중하러 거리에 나
왔다.
그런데 군대의 대열 앞에 선 장수들의 대오가 다 지나도록 아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범무자는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설마... 설마 내 아들이....' 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아들이 나타나
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마침내 아버지의 눈에 대오의 맨 뒤에서
걸어들어 오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걱정으로 가득 찼던 아버지의
마음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들아, 내가 얼마나 걱정하면서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는지 아느
냐? 너는 이번 싸움의 선봉장이 아니었더냐. 어찌하여 맨 뒷줄에 서
있었느냐?"
"이번에는 중군원수가 병사들을 잘 이끌어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만약 제가 대오의 맨 앞줄에 서서 들어왔다면 진나라의 신하와 백성
들의 시선이 저에게 집중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부원수인데 그렇게
되면 제가 원수님의 영광을 빼앗는 것이 아니겠습니가?"
범무자는 듣고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정말 잘했다. 내 아들이 겸양을 아는구나! 이제 내가 마음이 놓인
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은 범문자는 자신의 겸양에 늘 주의를 하게 되
었고, 동시에 그의 아들 범선자(范宣子)에게도 겸양을 가르쳤다.
한번은 진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했다. 당시 범문자는 중군부수(중
軍副帥)의 자리에 있었고 아들 범선자는 나이가 아직 어렸으나 부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
어느 날 새벽, 초나라가 갑자기 기습공격을 가하여 진나라 군사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진나라 장수들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부딛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 협상회의를 열었다.
이때 범선자가 뛰어나와 장수들이 토론하는 것도 무시한 채 시끄럽
게 떠들어 댔다.
"제가 보기에 아궁이와 우물을 다 메우고 진영에서 포진하고 있다가
초나라 군사들과 끝까지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범문자는 아들의 방자함을 보고 매우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질책하며
쫓아냈다.
"네가 무얼 안다고 그러느냐. 어서 썩 물러나지 못하겠느냐!"
며칠 후 범문자는 아들을 매우 엄격하게 훈계하여 반드시 겸양과 신
중함을 갖추도록 가르쳤다. 범선자는 조부와 부친의 겸양과 신중함의
훌륭한 인격을 계승하는 한편 겸허한 자세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학문과 문예에서 빠른 진보를 보였다.
후에 그는 진나라 군대에 재직했고, 중군지좌(中軍之佐)로 시작하여
보나라 평공(平公) 때에는 대신이 되었다. 그는 병사를 일으켜 귀족
족당을 멸했고 과거의 '열병전례(閱兵典禮)' 선포 법령을 형서로 제
정하는 등 진나라 발전에 많은 공로르 세웠다. 사후에 진나라는 그가
제정한 형서를 철판으로 주조하여 공포하고 실시했다.
법무자는 법문자에게 겸허와 신중함을 기르쳤고, 범문자는 자신의
아들 범선자에게 겸허와 신중을 가르쳐 미덕이 자손 대대로 전해지게
되었다. 이렇게 가정마다 좋은 가풍을 다음 세대에 교육한다면 이러한
미덕은 한 나라의 풍습과 가치관이 될 것이다. 사실상 범무자가 계승
시킨 겸양과 신중함의 미덕은 중국 가정교육의 우수한 전통이며 어느
가정에서나 계승해서 발양할 가치가 충분하다.
-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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