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쥐뿔도 모르면서

오토산 2012. 7. 8. 19:32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체 하기는......

    쥐에 뿔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물론 없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뿔이 없는 쥐를 보고 "쥐뿔도 없다",
    "쥐뿔도 모른다"고 할까요?

    쥐뿔에 대한 옛날 이야기입니다
    옛날 어떤 마을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한가할 때면 윗방에서 새끼를 꼬았는데,그 때 생쥐 한 마리가 앞에서 알짱거렸다.

    그는 조그만 쥐가 귀엽기도 해서 자기가 먹던 밥이나 군것질감을 주었다.
    그 때마다 그 남자는 무엇인가 먹거리를 조금씩 주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가 이웃마을에 외출을 했다가 들어오니
    자기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안방에 앉아 있지 않은가?

    그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네 이 놈, 너는 누군데 내 방에 와 있는 것이냐?"

    그러자 그 남자도 같이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너야 말로 웬 놈이냐?"

    집안 식구가 모두 나왔으나 도대체 누가 진짜 주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식은 물론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인까지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둘은 똑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식구가 모인 상태에서 집안 사정에 대해 질문을 하고,
    대답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을 진짜 주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부인 이름, 아버지 제사 날, 아들 생일 등등…

    둘 다 막힘이 없이 대답을 했다.
    그러자 부인이 부엌의 그릇 수를 물어 보았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옛날의 남편들은 부엌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부엌 살림살이는 물론 그릇이 몇 개인지 어찌 알겠는가?
    진짜 주인은 대답하지 못했으나, 가짜는 그릇과 수저의 수까지 정확하게 맞추었다.

    결국 진짜 주인은 식구들에게 모질게 두들겨 맞고 쫓겨나고
    가짜가 그 집의 주인이 되었다.







    신세를 한탄하며 이곳 저곳을 떠돌았다.
    그러다가 어느 절에 들러서, 노승에게 자신의 처량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노승은 여차 조차 사연을 들은 뒤에 이렇게 말했다.
    "그 가짜는 당신이 먹거리를 준 생쥐라오.
    그 놈은 당신 집에서 살면서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했고,
    부엌에서 밥을 훔쳐 먹다 보니 부엌 살림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오."

    그는 노발대발하며 당장 돌아가서 그 생쥐를 때려 죽이겠다고 했다.
    노승은 조용히 타일렀다.
    "어림 없는 말이오.
    그 놈은 당신의 손때가 묻은 밥을 얻어먹으면서 당신의 정기를 모두 섭취해서
    영물이 되었소. 그렇게 쉽게 죽일 수는 없을 거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기 내가 기른 고양이를 줄 테니 데리고 가서 여차 조차 하시오."

    그는 노승에게 얻은 고양이를 보따리에 감추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 갔다.

    대청에는 가짜 주인이 자신의 부인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소리를 질렀다.

    "저 놈이 그렇게 혼나고도 또 왔단 말이냐?"

    그러자 아들을 비롯한 식구들이 모두 나왔다.

    그 때 그는 보따리를 풀어헤치며 고양이를 내놓고 이렇게 대꾸했다.

    "오냐, 이 놈아. 이것이나 본 뒤에 떠들어라."

    가짜 주인은 고양이를 보자 혼비백산하여 피하려 했지만 고양이가 더 빨랐다.
    비호같이 덤벼들어 목을 물자 가짜 주인은 다시 생쥐로 변해서 찍찍거렸다.







    "이래도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느냐?"

    그가 지금까지의 사연을 털어 놓자,
    아내와 가족들은 백배 사죄하면서 잘못을 빌었다.
    그 날 밤 술상을 들고 남편에게 온 아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남편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여보, 당신은 나와 그만큼 살았으면서 내 뿔과 쥐뿔도 구별 못한단 말이오?"

    아내는 더욱 고개를 들지 못했고, 남편은 너그럽게 용서를 해주고 잘 살았다고 한다.

    위 이야기에서 뿔은 남자의 성기를 가리킨답니다.
    여기에서 "쥐뿔도 모른다."라는 말이 생겼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속담이라도 남자의 성기를 입에 담기는 남사스러운 일.
    그래서 외형상 성기와 유사한 뿔로 바뀌어서 "쥐뿔도 모른다."란 속담이 된 것이랍니다.

    이 속담의 의미는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의 몸에 대해서도 모르는 주제에 뭐가 잘 났다고 아는 척 하느냐?
    즉, 당연히 알아야 할 것도 모르는 주제에 공연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라는
    뜻이라네요.







    이 유래담(由來談)은 여러 지방에서 비슷한 형태로 전해지는데,
    지방에 따라 쥐가 개로 바뀌기도 해서 "개뿔도 모른다." 라는 말을 쓰기도 한답니다.

    또, 쥐에게 먹거리를 준 사람이 남편이 아니라 아내로 전해지는 지방도 있다네요



'인문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주(酒)자와 술주(酎)자를 아십니까?  (0) 2012.08.17
부뚜막에 오줌누고 장가가기  (0) 2012.08.08
얼굴의 우리말  (0) 2012.07.02
김삿갓과 함께하는 해학세계  (0) 2012.06.28
차례상과 조율이시  (0) 201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