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원도 가을 나들이에
일행과는 다른 관심인지는 몰라도
내가 제일 궁금했던건
오대산 상원사의 동종이었다.
오래전 얘기가 되겠지만
80 년대 어느해
안동에 있는 대원사 주지 혜경스님을 모시고
폭설과 깡추위를 뚫고 상원사를 찾았고,
주지 스님의 꾸중을 듣는 가운데
상원사 동종을 직접 두드리고
그것을 녹음하느라 혼이 난적이 있었고,
몰래 비천상을 탁본하려다가
한지가 얼어붙어 제대로 탁을 하지 못하고
손만 얼어 붙어 혼이 난적이 있었던 적이 있고,
그렇게 미친 노력의 결과로
당시 < 안동의 문화유적 > 이라는
슬라이드로 앉아서 보는 문화유적 답사기행
30 분짜리 영상물을 만들었고,
그 시그널 뮤직으로 그때 녹음해온
상원사 동종의 아름다운 울림을
KBS 녹음실에 재녹음하여 담을수 있었다.
지금도 그 아름답기 짝이 없는
비천상은 가리개로 표구하여 만들어져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다.
그러한 인연도 있고 또
안동 대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책임맡고
한사코 크지않게 상원사 동종의 원본과 흡사하게
아니면 모각 종을 추진하도록 고집하다가
결국 힘에 겨워 지금과 같은 종이 되고 말았던 일도 있다.
어쨋던 그런저런 사연을 가진 내가
바로 그 상원사 동종을 만나기 위해
다시 찾은게 몇번 있었지만
이번엔 몇년이 흘러
마치 오랫동안 못본 옛 고향친구를 만나러 가듯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월 초 연휴로 인산인해인 산사 굽이진 길을
2 시간을 넘게 걸려 걸어 오르며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몇년전 한겨울 혹한에 이곳을 들렸다가
살창에 갇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동종을 본 기억이 새로운데
이번에 와서 보니 깨끗하게 종각이 새로 지어졌고,
누구나 손쉽게 가까이 다가가 사진도 찍고
때론 볼썽사납게 실제 손으로 그 비천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며
동,서,남,북을 이리돌고 저리돌면서
마음껏! 마음놓고 자세히 살펴볼수 있었다.
옛 산사의 고즈넉한 맛은 다 스러져 없어졌으나
마음에 드는건 딱 한가지
이 종각만은 아주 썩 마음에 들도록
새로 지어 놓았다.
문화재 반환운동을 한다면서
이 상원사 동종이 우선순위 1 번으로 꼽혀
한동안 안동의 문화패들의 타킷이 되기도 했는데
그 사연이 세조의 원찰에 전국 최고의 종을 공출할때
안동 남문루에 걸려 있던 이 종이 선택되어
강제로 옮겨질때 죽령재에서 꼼짝을 않고 움직이지 않아
그 종 꼭지하나를 떼어 제자리에 갖어다 놓으니
움직이더라는 설화를 근거하는데
마침 그 증거가 확실히 현존하니
오늘 다시 그것을 일행에게 보여주며
즐거운 추억에 젖어들수 있었다.
나의 마음을 멋있게 표현하는 행위미술인양
마당에는 절기에 맞지않는 등을 잔뜩달아놓아
수백개 등을 밝혀 내마음의 안타까움을 아름답게 수 놓아 주었다.
내가 여러번 찾아 들었던 상원사는 어디가고 없고
이곳으로 시집살이 왔던 동종 하나만이
옛 이야기를 머금고 다소곳이
오대산 산굽이를 내려다 보고 앉았다.
상원사를 오르면서 들렸던
오대산 월정사의 사찰은 옛모습을 잃은채
관광사찰로 오염되었고
전국 깊은 산사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어버린
원조 단기 출가학교라는 템플스테이 체험프로그램이
벌써 30 기를 넘어서고 있고
사찰 곁에 크게 편의시설을 신축하고 있어
이젠 옛 월정사를 생각하고는 이곳을 방문할 마음은 없어진다.
다만 내려오면서 길가에 싱싱하게
우리를 유혹하는 고냉지 채소가 매력적인데
그 윙크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 만난
코를 길게 달고 웃는 철없는 산골애가
그저 반갑고 옛 추억앨범을 펼쳐보는듯 우리를 반긴다.
배추몇단과 찰 옥수수를 사 갖고 돌아서는데
연휴 를 보내려는 젊은이들의 멋쟁이 외제 차들이
줄을 이어 오르고 있고
보이는건 펜션과 모텔 간판이
마치 우리를 환영하는 현수막인것 같이 줄을 이었다.
나는 옛 것, 옛 상원사 계곡길이 그리운데
산천도 사람도 옛것은 간곳없구나
이젠 이길도 즐겨 다시 찾지는 못하겠구나!
씁쓸한 내마음은
혹 늙어가는 나그네의
가을 타는 넋두리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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