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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밤은 아름답고
비엔나의 와인과 소시지는
달콤, 시큼, 떨떠름, 구수하였다.
우리는 그동안 옛 공산치하에 있었던
동유럽 여러나라를 여행하였는데,
이제 오스트리아로 와서
비로소 칙칙한 분위기를 벗고 유럽을 즐기려하고
또 이곳 예술도 장난이 아니어서 모두들 비엔나 비엔나 하는데,
옛 합스부르그 왕가의 화려한 역사가 켜켜이 엮어진
바로 그 비엔나에 와서 우린 비엔나의 밤을 즐기고 있다.
빈 그린칭( Grinzing )에 있는
< 바흐 헹겔 (Bach Hengl) >이라는
꽤 유명한 와인 레스토랑인데,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다녀갔다는
유명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소문이 났는데
나도 이미 여러번 이 식당을 다녀간적이 있었던 고로
유명한 사람들 반열에 들었다 해야겠지?
분위기를 돋구느라고
카페 악사가 흥겨운 어코디언 음악을 연주하고
우린 입에는 잘 맞지 않는 시금털털한 와인을
그저 유명하다는 이유로 맛있는것 같이
이마를 찡그려가며 마시고 있는것이다.
호이어 ( Heuer )란 어원을 가진 < 호이리게 > 는
영어로 말하면 < This Year > 라는 뜻의
그해 담근 포도주술을 파는 음식점이라는 말이다.
직접 담근 햇 포도주를 판다는 의미의 Ausg ' Steckt 를
소나무에 거꾸로 걸어두는데
이는 소나무의 다른 의미 ' 기다린다' 란 뜻을 가지고
햇 술을 기다린다는 뜻의 팻말로 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왕이 직접 허가한 호이리게 식당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단다.
이 집엔 유명한 비엔나 소시지가 유명하고
스테이크와 감자가 곁들여져서 모두들 찾아오고
햇 포도주를 마시러 오는 호이리게 식당인데,
우리가 들린 이 집, 바흐 헹겔 (Bach Hengl) 도
1137 이라는 간판으로 봐서
아주 오래된 집인 모양이다.
지난번 들렸을 적엔 마당에 차려진
야외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며 즐겼는데
오늘은 실내에서 분위기 있게 마시면서
노래하고 왁자 하게 웃으며 노니었다.
우린 비엔나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시내 케른트러 번화가를 한가하게 걸으며
거리 악사의 어코디언 음악도 즐기고
먹음직한 비엔나 소시지를 사서 맛있게 먹는등
비엔나를 제대로 느끼게 되었는데,
옛 적에 이곳에 와서 이 거리를 왔을땐
아주 정감있는 거리 풍경이어서 보기도 좋고
거리 악사들도 아주 많아 볼거리도 많았는데
오늘은 너무 잘 정비를 하고 썰렁하기 까지 하여
영 기분이 나지 않았다.
더구나 바람이 휑~ 하고 불어대는데
거리 한가운데 휑덩그레 그랜드 피아노를 놓고
슬픈 표정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분이
한국의 유명 예술 고등학교를 나온 재원으로
이곳으로 유학을 와서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거리 연주를 하고 있다고 해서
나의 나그네 심정과 곁들어져서 아주 서글퍼 보였다.
이름 모를 꼬마 하나가 동전 한닢을 들고
연주하는데 가서 내어 미니까 엄마가 얼른 데려와
동전 바구니에 넣어주고 돌아선다.
우리는 서둘러 돌아서고
볼일도 볼겸 이곳의 아주 화려한
크리스탈 전문점에 들렸다.
마치 보석을 깍아 놓은 듯
정밀하고 예쁜 각가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비싼 값을 주고 살순 없고
나는 그저 디카에 열심히 담아
우리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었다.
비엔나의 밤은 아름답고 즐거웠으나
비엔나의 거리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바람만
휑 ~ 하니 불면서 나그네를 서글프게 한다.
나는 이 비엔나 거리에서
또 병이 도져 또다른 길을 묻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만 길을 헤메었으면 좋으련만.....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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