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율곡과 두아들~~~

오토산 2013. 4. 2. 04:21

 

 

율곡 선생 다들 아시죠? 이조 최고의 천재라고까지 언급되었던 율곡 선생이랍니다.

 

 율곡 선생은 아쉽게도 자식이 없다고 합니다. 대가 끊겼다는 거죠. 유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대를 잇는 것이고, 대를 잇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게 참 특이하죠. (사실 이것은 유교의 특성이 아닌 한민족의 특성이랍니다.)

 대가 끊긴다는 것은 과거 수십 대를 내려와 발전해 온 과정이 열매도 맺지 못한 채 모두 소멸되는 것으로 여겨 가장 큰 불효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옛날 왕은 역모를 꾀한 이들에게는 아예 가문의 씨를 말리는 형벌인 대를 끊는 것을 가장 큰 벌로써 주었던 것입니다.

 율곡 선생이 아들이 없다가 늦게 아들을 둘을 얻었죠. 율곡 선생이 끔찍히도 사랑하였고, 그부 인도 대단히 사랑하였으며 율곡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 참으로 영민하고 효자로 형제들은 컸습니다.

 그런데 두 아들이 각각 15세와 17세가 되던 해 갑자기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 노마님이 방에 찾아가 보니 둘 다 나란히 숨이 멎은 채로 죽어 있는 게 아닙니까.

 율곡의 부인은 애지중지 하던 두 아들이 갑자기 사망하여 너무나 비통한 나머지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눕게 되었지요.

 헌데 율곡 선생은 당일만 슬퍼하다가 그 다음날 부터는 자식의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장소에 나와 보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식이 거의 장성하였고 율곡의 나이가 많은지라 다시 자식을 낳기도 어려운 정황이라 대가 끊기는 것은 명약관화한 처지인데도 슬퍼하는 기색도 없는지라 율곡의 부인은 화가 많이 났습니다.

 두 아들의 장례식 이후 며칠간 앓다가 율곡의 부인은 율곡을 찾아가서 따졌습니다. "아니!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두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갔는데 당신은 어찌 자식의 묘에도 가보지 않고 장례에도 나와 보질 않는 것이오!" 하고 따졌습니다.

 말없이 율곡은 부인에게 "오늘 밤에 나와 같이 갈 데가 있소." 라고 말하는 것이었죠.

 그 날 밤 율곡은 부인을 데리고 자식 둘이 묻힌 산소라 가서는 율곡의 부인에게 "자! 자정이 되면 이 곳에 숨어서 저기를 쳐다 보시오." 하면서 자식들이 묻힌 산소를 가리켰다고 합니다.

 자정이 되자 율곡이 잠시 부인의 영안을 틔워주자 율곡의 부인은 그 산소에서 두 영혼이 나와서 대화하는 것을 보고 듣고야 상황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영혼 A : 후후 ~ 율곡 선생이 분하고 원통해서 잠을 못 잘거야. 
 

 영혼 B : 그럼, 그럼 율곡 선생이 우리 전생에 우릴 죽였잖아. 비록 도둑질 하다가 실수로 사람을 죽인거지만 죽을만큼의 죄는 아닌데 말야 ~

 영혼 A : 율곡의 아들로 다시 환생해서 태어나 대를 끊어 놓았으니 우리 복수는 성공한 거야~

 이 대화가 자신의 아들이었던 두 영혼들이 하는 대화였답니다.

 

 율곡의 두 아들은 율곡 선생이 어떤 고을의 현감으로 있을 때 두명의 도둑을 잡아서 사형에 처했는데 그 원한으로 율곡 선생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 일정한 나이가 되자 스스로 죽어서 원한을 갚고자 했던 것이죠.

 道가 높아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던 율곡 선생조차도 죄와 원한의 고리는 어쩔수 없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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