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를 찾아서

옥당억매

오토산 2013. 4. 12. 05:19

 

 

 

 

 

 

 

 

 

옥당억매(玉堂憶梅)

  

 

이황(李滉)

  

 

        一 樹 庭 梅 雪 滿 枝(일수정매설만지) 마당의 한 그루 매화에 가지마다 눈이 쌓이니

        風 塵 湖 海 夢 差 池(풍진호해몽차지) 티끌 같은 속된 세상 꿈마저 어지럽네.

        玉 堂 坐 對 春 宵 月(옥당좌대춘소월) 옥당에 앉아 봄밤의 달을 마주하니

        鴻 雁 聲 中 有 所 思(홍안성중유소사) 기러기 울음소리에 내 마음도 달리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이맘때가 되면 남쪽으로부터 매화소식이 들린다. 구중궁궐 홍문관의 앞뜰에 있는

        매화나무에도 가지마다 은색 눈이 쌓였다. 백설을 헤집고 곧 매화가 피어오를 것이다.

        이 시는 그 광경을 보면서 42세 된 퇴계가 홍문관(옥당이라고도 함) 부교리로 재임 할 때

        지은 시다. 그는 유독 매화를 아낀 시인이자 학자였고 정치가였다.

        ‘梅寒不賣香’(매한불매향) ‘매화는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생각을

        좌우명처럼 여기면서 올곧게 살았다.

        고결한 매화의 속성처럼 함부로 지조를 팔지 않으려는 선비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학문을 좋아했던 퇴계는 매화나무를 보면서 명리를 다투는 벼슬살이가 싫어진다.

        어지러운 궁중의 정치에 흥미를 잃어간다. 어디선가 들리는 기러기 울음소리에 마음이

        고향으로 향한다. 안동 고향에 내려가 학문에 정진하면서 조용히 후학들을 기르고 싶어진다.

        그런 심사를 이 시에 담아내고 있다.

 

 

        유언으로 "매화에 물을 주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매화를 아꼈던 퇴계는

       72제 107수에 이르는 매화시를 지었고, 그 가운데 62제 91수를 가려서 친필로

       직접 쓴 《매화시첩》을 묶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문학사상 최초의 단일 소재의

       자작시로 된 시집이다.

       현재 도산서원 장판각(藏板閣)에 《매화시첩(梅花詩帖)》목판 원판이 있다.

       제작 시기는 42세 때인 중종 37년(1542)에서 시작해 70세로 타계한 해까지 망라되어 있다.

      《매화시첩》의 앞부분에 오늘 소개하는 이 「옥당억매(玉堂憶梅)」 시가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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