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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만들어 주는 막걸리 맛의 변화
음식은 TV 프로그램에서 언제나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기 콘텐츠 중 하나이다,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이라 불리며 유명 연예인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부터, 지방의 역사 깊은 향토 음식에 대한 소개, 그리고 이른 바 양심적인 식당을 소개 직접 담당 PD가 맛을 보며 언급해가는 다큐멘터리 형식까지, 기존에 접하기 어려운 내용조차도 먹거리와 연결되어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되어 왔다. 약간의 비용을 더 내더라도 조금 더 좋은 것을 찾는 소비자 트랜드의 변화에서 오는 것인데, 이러한 방송들은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차별화된 음식과 맛집에 대하여 각각의 기준을 세워가며 시청자의 공감을 사려고 하고 있다. 막걸리의 맛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단순히 우리 쌀이면 막걸리가 무조건 내 입맛에 맞을 것인가? 오늘은 원재료 외에도 막걸리 맛의 기준이 되는 발효숙성의 시간이 만들어 내는 막걸리 맛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흔히들 해외 유명 와인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묻는 것이 있다. 바로 빈티지. 해당 와인의 포도가 수확된 시기를 뜻하는데, 수확된 포도의 상태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지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그렇다면 막걸리는 어떻게 되는가? 막걸리에는 일반적으로 제조 일자가 표기되어 있다. 이 제조 일자가 막걸리를 고르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이다. 막걸리 역시 우유처럼 가장 최근의 날짜를 찾아 소매점에서 가장 뒤쪽에 있는 막걸리를 고르면 되는 가란 것이다? 정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이유는 막걸리는 날에 따라 맛이 바뀌기에 단순히 제조 일자가 빠르다고 자신의 입맛과 꼭 맞는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로 출하된 막걸리는 탄산도 적고 맛도 밍밍한 경우가 있다. 바로 양조장 자체에서 막걸리를 출하해도 마트, 맛집을 통해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기에, 소비자에게 도착할 즈음에 최적의 막걸리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발효 상태를 조절해서 내놓기 때문이다. 가장 맛있는 상태의 막걸리가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는 여름에는 제조일로부터 2~3일 후, 겨울에는 5~6일 후가 좋다는 의견이 많다. 여름과 겨울이 다른 이유는, 날씨에 따라 발효속도가 달라서이다.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효모로 인한 발효가 빨리 진행이 되고, 추운 겨울에는 발효가 늦어서다. 탄산 역시 움직이는 살아 있는 술 막걸리 그전과 후의 막걸리 맛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출하한 직후의 막걸리 맛을 본다면 이제 막 발효가 시작된 만큼 탄산이 적고 새콤한 맛 역시 적은, 이른바 맛 자체가 심심한 상황이다. 반대로 시간이 너무 지나면 막걸리 안의 효모는 막걸리 안의 당분을 다 먹어 (효모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 발효를 하며 탄산을 배출한다.) 막걸리의 단맛이 적어지고, 당분을 다 먹은 효모는 알코올발효를 하지 않아 탄산 역시 적어지며, 공기 중의 초산이 들어가서 막걸리를 더욱 새콤한 맛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막걸리가 더욱 새콤한 맛이 되면 식초가 된다. 동시에 막걸리는 효모가 먹을 당분이 남아있는 한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 도수 역시 높아진다.
↑▲(안에 원은 가장 일반적인 막걸리 맛의 시기)↑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숙성된 막걸리를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고, 담백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숙성 시간이 짧은 막걸리가 나을 것이다. 탄산이 없고 비교적 단맛이 적은 드라이한 막걸리를 선호하는 사람은 숙성시간이 긴 이른바 완전 발효(당분이 효모가 다 먹어 사라진 상태)가 된 막걸리가 좋을 것이고, 힘 있는 탄산을 즐겨 하는 사람은 출하 후 2~3일 후가 나을 수 있다. 집안의 냉장고에서 저온숙성시키면 된다. 다만, 집안의 음식과는 가급적 같이 저장하지 않는 것이 좋다. 냉장고는 여러 음식이 같이 있으면 이러한 냄새가 막걸리에 배게 하는 경우가 있다. 막걸리에는 효모가 숨을 쉬고 탄산이 배출되는 무수하게 작은 구멍이 뚜껑 내에 있어 음식냄새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에 신 김치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다. 햇김치와 묵은지가 다른 맛을 내는 것처럼 밀폐된 용기 뚜껑, 살균 처리한 캔 막걸리, 그리고 최대한 맛에 변화가 없게끔, 냉장유통 기술 등이 끊임없이 발달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에는 일부러 양조장에서 이제 갓 나온 막걸리가 최적의 상태로 나오게끔 진행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내용이 모두가 적용될 수는 없고, 유통기한을 잘 보며 즐기는 것 역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생막걸리는 효모로 인해 끊임없이 그 맛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고, 그 맛에 따라 사람에 따른 사람의 호불호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숙성한 묵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제 막 담은 햇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이렇게 발효식품은 만들어지는 세월을 잘 보고 구입하며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글,사진 제공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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