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500겁(생)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인연은 매우 소중합니다.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서 큰 인연을 성취한다면
그보다 더 귀한 인연이 없을 것입니다.
범망경에서는 선근 인연을 심은 사람끼리 만남을
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1천겁은 한 나라에 태어난다.
* 2천겁은 하루동안 길을 동행한다.
* 3천겁은 하룻밤을 한 집에서 잔다.
* 4천겁은 한 민족으로 태어난다.
* 5천겁은 한 동네에 태어난다.
* 6천겁은 하룻밤을 같이 잔다.
* 7천겁은 부부가 된다.
* 8천겁은 부모와 자식이 된다.
* 9천겁은 형제 자매가 된다.
* 1만겁은 스승과 제자가 된다.
시간으로 말해서 귀한 인연을 일기일회(一期一回)라고 한다.
다시 정리한다면.
1. 옷깃 한번 스친 인연
5백겁(생) 인연.
그냥 스치는 게 아니라는 뜻이며,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적어도 옷깃 스치는 인연을 귀하게 여긴다.
그렇다고 그 인연에 매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며.
2. 부부 인연
7천겁(생) 인연.
이혼하면 남남으로 갈리기 때문에 자식 인연보다 적은 것입니다.
자식이 혹이라기도 하고 장애라기도 한다지만
지금 세태의 밥먹듯 하는 이혼을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3. 부모 자식 인연
8천겁(생) 인연입니다.
4. 형제자매 인연
9천겁(생) 인연.
한 태 안에서 태어나는 인연이 크다는 것이지요.
성태를 장양하면 모두가 한태에서 왔기에 사생일가겠지요.
5. 스승 제자 인연
1만겁(생) 인연.
세상에서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육신은 부모가 낳아 주지만 마음이 새로 눈을 뜨게 하는 데에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우기 성현들께서 불연이 혈연 보다 소중하고,
스승은 정신, 영혼의 부모다 라고 하셨으니...
사진 / Blue Gull / 지리산 삼성궁
임태경 / 옷깃
잠시 스쳐간 옷깃의 인연으로
나는 오랫동안 비틀거리는가
저 바람은 한숨 되고
햇살엔 눈 시리죠
이 세상 모든 움직임이
그댄 떠났다고 하네요
그대 안의 내 모습
재가 되어 날려도
고운 손등 위에
눈물 묻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이란 건
우리가 했지만
인연을 주는 건
하늘의 일인가 봐요
내 신앙 같고
내겐 형벌 같았던
그대의 옷깃
끝내 나 놓칩니다
이 생 다 지나고
다음 생에 또 만나기를,
사랑 그것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편히 돌아서길
마음도 남길 것 없죠
눈물은 거둬요
그댈 위해서 나를 버리길.
함께 있어도
멀어져 지내도
눈물로 살텐데
같이 울면 안되나요
내겐 신앙 같고
형벌 같았던
그대의 옷깃
이제 나 보냅니다
이 생 다 지나고
다음 생에 또 만나기를.
사랑 그것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편히 돌아서길
마음도 남길 것 없죠
그대 눈에 눈물 닿일 테니
그댈 위해서 나를 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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