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帝王學談論 2014.7.24.木) (恒山硏究室 恒山 金 裕 赫)
主題 596호: 書道가 治道에 미치는 영향
명나라 시대 여곤(呂坤)이 쓴 신음어(呻吟語 廣喩篇)에서 보면 모필 글씨를 즐겨 쓰는 서도(書道)에 정진하면 3가지의 크나큰 법도(法道)를 터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자신의 몸을 가누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둘째는 인물을 등용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며,
셋째는 나라를 경영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했다.
조용히 음미해볼 수록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기에 감히 여기에 붓을 들었다.
돌이켜보면 조선왕조의 임금님들은 거의가 유필(遺筆)을 남겼다. 그것이 후세인들로 하여금 보훈(寶訓)의 글귀로 전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세종대왕께서 써서 남긴 것이 널리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윤리감각(倫理感覺)을 깨우쳐주고 있다.
가전충효 세수인경(家傳忠孝 世守仁敬)이 그것이다. 인간적 성실성을 사회적으로 표현하는 충효의 윤리는 모든 가문마다 기리 전하여 나라에 충성하고 어버이에 효도하는 기풍을 이어가며, 동시에 사랑하는 정신과 경건한 마음가짐을 후세에 기리 지켜가면서 실행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근년에 와서는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의 달필(達筆)로 남겨진 애국우민(愛國憂民)하는 내용의 휘호가 돋보이고,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의 새로운 정책추구 및 달성을 다짐하는 내용의 건필(健筆)휘호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박정희대통령의 휘호는 한국 근데화의 과정을 점철하는 내용으로 시의성(時宜性)을 담고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일반적인 경우 서도(書道)는 곧 모필 글씨 쓰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서도는 본질적으로 3단계의 과정을 근간으로 하며 아울러 그것을 체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1 단계는 마묵(磨墨)이다.
마묵은 먹을 간다는 뜻이다. 벼루에 깨끗한 물을 붓고 먹을 돌려가면서 문지른다는 것을 말한다. 붓은 황소의 힘으로 잡고 먹은 파리의 힘으로 갈라는 말이 있다. 먹을 힘주어 갈면 입자가 거칠어지고 글씨 쓰기에 좋지 않다. 그리고 먹이 부서지는 경우도 있다.
먹을 갈 때에는 바른 자새로 앉아서 갈고, 맑은 물이 먹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맑은 물과 먹물은 색갈이 바뀌어갈 뿐, 농도의 변하를 의식해서는 아니 된다. 여기에서 터득해야할 것은 고체(固體)의 먹이 물과 함께 묵집(墨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인간 자신이 연마과정을 통하여 승화되어가는 과정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 승화과정의 첫째 요목은 먹이 자체의 희생을 통하여 묵즙화(墨汁化)하는 과정이다. 먹은 바르게 갈리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몸을 살피는 성신(省身)이라 한다. 성신은 곧 수신지도(修身之道)를 말한다. 그리고 먹이 갈리는 것을 일컬어 사사로운 이욕을 버리고 자기승화를 위해 극기(克己)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먹을 간다는 것은 성신극기의 도(省身克己之道)를 터득하는 것이라고 한다(磨墨, 得 省身克己之道).
제2 단계는 고필(膏筆)이다.
고필이란 붓을 만든다는 뜻이다. 서도하는 이는 모필(毛筆)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모필은 짐승의 털을 골라서 가다듬고 그것을 길이 별로 나누어서 벌꿀에서 나오는 밀(蠟)로써 평면으로 부착한 다음 둥굴게 말아서 건조하면 그것이 모필의 완성이다.
고필과정에서는 다음의 기법이 필수적이다.
첫째는 호(毫)의 선택이다. 호는 추호(秋毫)가 가장 좋다. 호(毫)라는 것은 털이라는 뜻도 되지만, 털 끝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털은 직모(直毛)이어야 하고 직모는 워삼각주(圓三角柱)로 되어있다. 그 털의 첨다(尖端)은 시력으로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미세하다. 그것이 모필의 생명이다. 호는 가을 짐승의 털을 제1로 꼽는다. 흔히들 말하기를, “나는 추호의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라고 할 때 그 추호라는 것은 “가을 짐승 털끝만큼의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 유래가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둘째는 호의 정렬이다. 짐승 털을 채취해서 보면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 그것을 구별해서 호의 끝이 일직선이 되도록 정리한다. 대소의 차이는 있지만 세필(細筆)의 경우만 해도 수십 수백 개의 호가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모든 붓이 원삼각주의 모양을 띠는 까닭은 호(毫) 하나하나가 원삼각주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밀(蠟)로서 호근(毫根) 쪽을 고착시켜서 둥굴게 말면 된다. 그런 다음에 그 부피에 맞는 대나무 구멍에 삽입해서 밀착시키면 붓은 완성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터득해야할 것은 모호(毛毫) 하나하나를 가려서 정돈하는 것은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용인(用人)의 기법을 의미하며, 붓의 대소 규모를 정하는 것은 일을 처리하는 처사(處事)의 기법을 터득하는 것이라 하여 이를 용인처사지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라 한다 (膏筆, 得 用人處事之法).
제3 다계는 사자(寫字)다.
사자(寫字)는 글씨를 쓴다는 뜻이다. 즉 운필과 휘호를 말한다. 붓을 잡으면 먼저 먹물을 축인다. 다음에는 넓은 화선지의 백지장을 대하게 된다. 그 때 머리속에서는 최소한 3가지의 생각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넓은 지면을 어떠한 내용의 글로 채울 것인가 하는 공간배분의 조화미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는 글자의 크기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휘호의 기체(氣體)를 생각해야 한다.
셋째는 서법(書法)을 선택하는 운필의 기상(氣像)을 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휘호는 내용과 기체와 기상을 배합하여 그 넓은 지면을 가장 적의하게 관리한다는 안목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서 글씨의 배열과 공간의 배정이 서로 조화미를 이루게 한다는 점에서 이를 경세재물(經世宰物)이라 한다(寫字, 得 經世宰物之法).
사람이 학문을 시작할 때부터 필수적으로 체득해야한다는 육예(六藝: 禮樂射御書數) 중에서 서(書)가 이에 해당한다. 육예는 반복실험을 통해서 익혀야하고, 간단없는 단련을 통해서 체득해야하는 실행요목들이다.
특히 사(射)는 궁시(弓矢) 다루는 법도 중요하지만 적중력(的中力)을 기르는 것은 사(射)의 진수를 터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서(書)는 사법(射法) 못지않게 선문구(選文句)의 의미를 내화(內化)하고 필력을 향상시켜 가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휘호는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반복하여 이른바 서아일체(書我一體)의 경지를 이루어야 한다. 모필 글씨는 붓 하나 가지고 큰 글씨도 쓰고 작은 글씨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서양 사람들의 강필(鋼筆)과 다르다. 서도는 모필의 생태와 같이 신축성이 풍부한 포용력의 원리를 통하여 심신단련을 하는 한편, 성신극기(省身克己)의 수신지도와 용인처사(用人處事)의 능력 개발 및 경세재물(經世宰物)의 치도(治道)를 동시에 터득하고 체득하는 묘리(妙理)를 제공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인격완성의 요체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논할 때에도 섬(書)는 반드시 포함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서도의 생활화는 그만큼 비중을 둘 이유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201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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