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주역의 구성원리

오토산 2011. 12. 8. 17:48

 

 

◆ 주역의 구성 원리

 

   1. 주역의 구성 원리

 

  주역은 64개의 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역>과 괘(卦, 8괘 및 64괘)의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주역을 점술서로 보는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단순히 64개의 章이 아니라 64卦에 해당하며, 64라는 숫자는 8괘를 두 번씩 사용하여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의 최대값이기도 하다.  양과 음의 두 가지 기호인 효(爻, ㅡ과 --)를 세 개씩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의 세제곱인 8이고, 여기서 8의 제곱인 64라는 것이다.  매우 산술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이지만 매우 의심쩍은 주장이다.

 

  <주역>을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두 권의 책으로 나누어 보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는 30장까지를 상경(上經)으로,  그 이하를 하경(下經)으로 구분한다.  

 

  64개의 장마다 건(乾), 곤(坤), 둔(屯), 몽(夢) 등의 제목이 붙어 있다.  이를 64가지 괘의 명칭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64개의 장은 대개 7행의 본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행을 흔히 괘사(卦辭)라 하고,  나머지 6행을 여섯 개의 효(爻)에 대한 개별적인 설명이라고 이해하여 효사(爻辭)라 한다.

 

  본문 외에 소위 십익(十翼)이란 것이 붙어 있다.  십익은 본문 7행에 대한 일종의 각주이자 풀이에 해당하며,  단전(彖傳) 상. 하, 상전(象傳) 상. 하,  계사전(繫辭傳) 상. 하,  문언전(文言傳) 상. 하,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의 열 가지가 이에 해당한다.  본문의 주석에 해당하는 이 십익이 본문보다 양도 훨씬 많고 복잡하다.

 

  십익은 일반적으로 공자가 지었다고 전하지만,  전국시대에 이르러 그 대부분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십익에는 공자 이후 시대인 전국시대 후기나 전한시대와 연관된 내용들이 많고,  다른 중국 문헌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기에 걸쳐 여러 사람들이 끼워 넣었거나 순서를 바꾼 흔적이 곳곳에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주역>은 이 십익 가운데 문언전, 단전, 상전 중 각 괘에 해당하는 내용이 본문과 함께 실려 있고,  나머지 부분은 별도로 독립되어 있다.  이것은 漢나라 때 체계화된 후 굳어진 것이다.

 

 

   2. 주역의 체계와 변모의 과정

 

  1) 본문

  괘상이나 십익은 본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반면에 본문의 내용을 왜곡하고 나아가 주역의 진면모를 오히려 가리는 측면도 있다.  처음의 <주역>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를 담은 교양서이자 인간의 처세를 가르친 책이었다.

중국 고대의 선비와 학자들은 이 <주역>을 근본 삼아 공부했고,  그 공부를 통해 교양을 쌓고 인격을 수양했다. 

 

  <주역>의 본문은 많은 부분이 다스리는 자, 즉 치자(治者)의 도리와 통치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는 막 통치 행위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고대의 사회상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발전 단계상 혼란스럽던 사회에 질서가 생기고,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구분이 생겼지만, 통치 행위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도덕적인 지침이나 가르침은 아직 없었던 시기에 최초의 <주역>이 있었던 것이다.

 

  2) 괘상의 삽입 

  지금의 <주역>은 64卦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卦에는 두 개의 8卦 즉 여섯 개의 爻로 이루어진 卦象이 그려져 있다.  8괘란

양효(ㅡ)와 음효(--) 두 가지를 세 번 사용하여 만들어진 여덟 개의 괘를 말하는데,  건(乾), 태(兌), 리(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 곤(坤)이 그것이다.  각각 자연과 숫자(순서대로 1~8)를 상징한다.  전통적으로 중국 전설 속의 제왕 복희씨가 황하에 나타난 용마의 등에 그려져 있었다는 무늬를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또 여기서 발전하여 64괘가 만들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주역>이 탄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 나중에 <주역>의 본문에 이 8괘의 괘상을 추가하여 덧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괘상이 있고 본문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본문이 있고 누군가 나중에 괘상을 덧붙였다는 생각이 다음의 이유로 그렇게 생각는다.

 

  첫째,  8괘와 산술에서 쓰는 1에서 8까지의 숫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건(乾)은 1,  태(兌)는 2,  리(離)는 3,  진(震) 4,  손(巽)은 5,  감(坎)은 6,  간(艮)은 7,  곤(坤)은 8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주역>의 어디에도 이를 확인할 수 없다.  8괘와 숫자를 연결시켜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이득은 이렇게 함으로써 占을 칠 수 있다는 것인데,  <주역>은 단순히 점을 치기 위한 교재가 결코 아닌 것이다.

 

  둘째,  본문과 괘의 명칭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  64괘 중 위와 아래의 두 괘가 서로 같은 괘를 순수괘(純粹卦)라 한다.  예를 들면 위의 괘도 건, 아래의 괘도 건인 경우(乾,  )인데,  만약 8괘가 먼저 있었고 거기에 본문을 붙인 것이라면,  순수괘의 명칭과 본문의 내용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건위천(乾爲天),  태위택(兌爲澤),  이위화(離爲火),  진위뢰(震爲雷),  손위풍(巽爲風),  감위수(坎爲水),  간위산(艮爲山),  곤위지(坤爲地) 등 괘의 명칭과 본문의 내용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셋째, 괘상과 본문의 내용 또한 일치하지 않는게 대부분이다.  만약 괘상이 먼져 만들어졌다면 본문은 그것을 풀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괘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얘기일 수 있고,  괘상에 대한 설명은 교양서로서의 <주역>과 부합되지 않으며 <주역>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괘상과 본문의 내용이 서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주역>에 괘산이 붙은 것은 어떤 선인이 <주역>의 본문을 공부하면서 8괘를 붙여 나름의 지혜를 얻고자 새로운 시도를 했고,  후에 이것이 굳어져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그런데 이 8괘의 삽입은 <주역>의 변화과정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8괘와 그에 따른 괘산이 붙어 <주역>의 본문이 자연과 숫자로 상징되기 시작하면서 <주역>이 점서로 변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면 발전이고 일면은 퇴보라 할 수 있다.

 

  8괘와 거기에 기초한 괘상이 출현하기 전까지,  <주역>을 공부하는 목적은 인격수양과 우주만물의 변화 원리를 깨닫는 데 있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공부가 무르익어 易의 道를 깨달으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 수 있고, 세상만물이 변화하는 흐름에 자기를 합일시킴으로써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지혜 또한 얻을 수 있는바, 그 교재가 바로 <주역>이었던 것이다.

 

  또한 <주역>공부를 통해 변화의 원리를 읽게 되면 자신과 사람들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편적이고 전체적인 지혜에서 나오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방향을 짚는다거나 무조건적으로 시간을 암시하는 점술이 아니었다.

 

  그러나 본문에 8괘를 붙인 이후에는 숫자의 개념이 도입되고,  숫자를 뽑기 위해 산통을 사용하게 되면서 <주역>은 점점 占치는 책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오랜 공부를 통해 터득할 수 있는 지혜보다는 당장의 점으로 얻을 수 있는 방책이 손쉽고 편했던 것이다.

 

  3). 십익의 삽입

  <주역>에 붙어 있는 단전(彖傳), 상전(象傳) 등의 십익은 일반적으로 공자가 지었다고 하여 공자십익(孔子十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주역>을 한 번이라도 정독해 본 사람이라면 십익을 공자가 붙였다는 말이 누구나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십익을 한 사람이 붙였다고 하기에는 문장의 분위기가 제각각이고 또 유교의 일반적인 가르침과 배치되는 부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시대상으로도 공자 이후로 추정되는 사상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리고 십익 또한 대부분 8괘를 결부시켜 주석한 것으로 보아,  <주역>의 본문에 8괘를 기본으로 하는 괘상이 붙은 이후에 십익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십익은 '열 가지 날개'라는 말처럼 <주역>이라는 고전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측면이 적지 않지만,  더러는 왜곡되고 굴절되어 본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기도 한다. 

  

  3. 주역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주역>은 세상 만물의 변화 원리를 밝힌 책이다.  멈춘 것 같으면서도 변화하고 혼돈 속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일정한 원리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세상이고 우리네 인생이다.

 

  <주역>은 이처럼 인간사에 얽힌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밝히고 그 원리를 천명함으로써 세상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인생을 좀더 성공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친 철학서이자 처세서다.

 

  따라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곁에 두고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소소하게 이성(異性)을 사랑하는 방법과 태도에서부터,  큰 뜻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이 일을 벌일 시간과 공간을 결정할 때,  전쟁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때,  <주역>은 가장 적절한 교과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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