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6장 송

오토산 2011. 12. 8. 18:35

 

 

제6장 송(訟) [ -- , 天水訟]  정치인이 되려면...

           정치인 알아야 할 정치판의 생리

 

 

           인민을 위하는 큰 정치를 베풀고자 한다면 민심을 제대로 읽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청탁이나 뇌물로 大事를 그르치지 말라.

           정치인의 실패는 낙선이나 하야(下野)가 아니라 민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민심을 잃으면 정치인의 생명은 끝난다.

 

 

          訟 有孚 窒惕 中 吉 終凶 利見大人 不利涉大川

            不永所事 小有言 終吉

            不克訟 歸而逋 其色人三百戶 无

            食舊德 貞厲 終吉 或從王事 无成

            不克訟 復卽命 渝 安貞 吉

            訟 元吉

            或錫之鞶帶 終朝三褫之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와 청렴이다.  그 밖의 중도를 지키면 길하다. 

            그러나 인간을 판결하고 다스리는 정치란 결국은 흉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심하여 덕 높은 대인들을 섬길 것이며,  인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모험을 해서는 안된다. 

            청탁을 멀리하면 작은 불평은 있으나 결국은 길하다.

            실패한 정치인은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  그래야 인민에게 재앙이 미치지 않는다.

            조상의 덕으로 지위를 얻은 정치인에게는 어려움이 그치지 않는다.

            비록 끝까지 유지하더라도 이루는 바가 없다.

            실패한 정치인이 윗사람의 면전에서 다시 명을 받고 읍 드린다.

            끝까지 순종하고 순리를 지키면 길하다.

            정치가는 근원적으로 타고나야 한다.

            때로 신망을 얻고 총애를 받더라도 정치판의 윗사람이란 하루아침에 세 번 마음이 바뀌는 법이다. 

 

 

    訟 有孚 窒惕 中 吉 終凶 利見大人 不利涉大川 (송 유부 질척 중 길 종흉 이견대인 불리섭대천) 

 

  이 구절은 '송 유뷰, 송 질척, 송 중 길, 송 종흉, 송 리견대인, 송 불리섭대천'으로 구분하여 해석해야 한다.  송(訟) 이하의 구절들이 모두 각각 정치의 속성, 혹은 정치인의 자질을 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첫머리의 유부(有孚)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정치인에게 신뢰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갈파하고 있다.  이 때의 믿음, 혹은 신뢰는 자기 스스로의 믿음과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의 나에 대한 신뢰를 포괄하는 것이라 하겠다.

 

  질척(窒惕)의 질(窒)은 사리사욕을 의미하며,  척(惕)은 이를 싫어한다는 말이니 합쳐서 사리사욕에 대한 배척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미덕 가운데 하나인 청렴을 강조한 것이다.

 

  중(中) 길(吉)은 중도(中道) 혹은 중용(中庸)의 의미이다.  정치와 송사(訟事)에 있어서 중도와 균형을 강조한 것이며,  이를 실천하면 길하다는 것이다.  

 

  종흉(終凶)은 정치라는 인간사회의 시스템이 지닌 한계를 지적한 말이다.  정치를 아무리 바르게 하고, 아무리 공정하게 송사를 살펴도, 인간사회의 시스템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요,  인위적인 정치와 송사로는 자연의 법칙을 따를 수 없다는 뜻이다.   

   본문을 직역하면 정치의 끝은 결국 凶하는 말이다.

 

  리견대인(利見大人)은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조언이 중요하며,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정치인에게 있어서 가장 크고 확실한 조언자는 백성들이다.  이들의 조언이 곧 민심이며, 이런 언로에 대한 열린자세를 강조한 말이라고 하겠다.  정치인은 이 언로를 통해서만 민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으며, 새로운 정책도 개발할 수 있다.

 

  불리섭대천(不利涉大川)은 직역하면,  큰 내를 함부로 건너면 이롭지 못하다는 말인다.  정치인의 경거망동,  특히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건 모험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설령 자신에게 큰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정치인이 모험을 좋아해서는 나라가 편안할 수 없다.  정치에서는 지나친 개혁이나 변화보다 안정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라고 하겠다.  때때로 우국충정에 불타는 정치인들이 기존의 모든 관행과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모험을마다하지 않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실제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不永所事 小有言 終吉 (불영소사 소유언 종길)

 

     불령소사(不永所事)의 소사(所事)는 요즘 말로 하면 청탁이나 뇌물이다.  불영(不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니,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를 말한 것이다.  정치에는 잡음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것이 소유언(小有言, 작은 불평들이 있다)이다.  불평이 없다고 해도 뇌물이나 젗탁을 물리치는 일은 그리 간단하고 쉬운일이 아니다.  하물며 불평과 비난을 무릎써야 하니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해야 마무리(終)가 吉하다. 

 

 

     不克訟 歸而逋 其色人三百戶 无眚 (불극송 귀이포 기읍인삼백호 무생)

 

  불극송(不克訟)은 송(訟)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니,  비리가 많았거나 민심이 떠나버린 실패한 정치인을 일컫는다.  귀이포(歸而)는 말그대로 돌아가 숨는다는 말이니,  부패한 관료가 정치판에서 떠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백성들이 살기 편안해 진다. 그래서 기읍인삼백호(其色人三百戶)의 재앙()이 없어진다(无)고 했다.

 

  한마디로 부정부패한 관료나 정치인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짐이 되는지를 경계한 말이다.  이런 정치인은 하루라도 빠리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인민이 편안해진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이런 정치인이 많은 것 같다. 

 

   

    食舊德 貞厲 終吉 或從王事 无成  (식구덕 정려 종길 혹종왕사 무성)

 

   식구덕(食舊德)은 식읍(食邑, 관록)을 옛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말이다.  혹은 조상이나 부모의 덕으로 관록을 얻었다는 말도 된다.  조상이나 부모 덕에 출세한 정치인을 말한다.  지금도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 받아 국회의원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왕왕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입문한 정치가 쉬울 리 없다.  그래서 마지막까지(貞) 안심할 수 없고 위태롭다(厲)고 했다.

 

  그렇다고 그들 모두 중도에 탈락하는 것은 아니다. 끝까지 참고 버티면 잘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종길(終吉)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정치를 훌륭한 정치라고 하기는 어렵다.  혹 임금의 큰일을 맡아서 한다하더라도(或從王事) 결국에는 이루는 바가 없는(无成) 것이다.  한마디로 치자(治者)의 도리가 아니다. 

 

 

         不克訟 復卽命 渝 安貞 吉 (불극송 복즉명 투 안정 길) 

 

  불극송(不克訟)은 앞서 나온 경우와 마찬가지로 실패한 정치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복즉명(復卽命), 즉 다시 돌아와서 명을 받는 경우를 설명했다.  정치에서는 비록 한 번의 실패가 있었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와 일을 맡을 수 있다.  전쟁에 패한 장수라고 무조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닌 이치이다.  우리 정치사에서도 정계를 은퇴했다가 다시 복귀하여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요건이 하나 있다.  과거를 반성하고 끝까지 순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투(渝)와 안정(安貞)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끝까지 순리를 지킨다는 말이다.  그렇게 하면 돌아온 정치인이라도 吉할 수 있다.

 

 

    訟 元吉 (송 원길)

 

  정치(訟)인의 자질은 원형리정(元亨利貞)의 시기 가운데 元의 시절,  곧 어머니의 태내에서부터 결정된다는 말이고,  그런 사람이라야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정치인은 근원적으로 타고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정치적인 근본을 가지고 태어나야 길하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或錫之鞶帶 終朝三褫之 (혹석지반대 종조삼치지) 

    

  석(錫)은 왕으로부터 상을 받는다는 말이다.  반대(鞶帶)는 보석 장식을 한 왕의 가죽 허리띠를 말하는데,  이는 권력을 하사받음을 뜻한다.  앞 구절과 어울려 윗사람으로부터 신망을 얻고 총애를 받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치판이라는 아수라장에서 이런 신망이나 총애는 오래 가질 않는다.  그래서 아침이 끝나기도 전에 세 번이나 이를 도로 빼앗는다(終朝三褫之)고 하였다.  그만큼 버티기 어렵고,  눈치를 많이 보아야 하는 것이 정치의 세계다.  권력을 잡은 윗사람의 행동과 마음이 흔히 이와 같음을 알고 마땅히 조심하면서도 이들을 잘 이용해야 정치적으로 성공 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는 역시 보통사람으로는 할 일이 아닌 것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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