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5장 수

오토산 2011. 12. 8. 18:30

 

 

제5장 수(需)  [-- , 수천수(水天需)]

          기회를 잡아라.

 

 

        ◆ 어떻게 때를 기다릴 것인가  

 

       문왕(문왕)의 신임을 얻어 세상에 나올 때까지 강태공(강태공)은

          빈 낚싯대를 하수(하수)에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

       

          그의 경륜이 아무리 뛰어나고 지혜가 놀라왔다고 해도,

          그가 만약 기다림의 미덕을 모르고 조급하게 세상을 호령했다면

          주나라는 커녕 한 고을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수(需)에서는 때를 알아보는 지혜,  기다림의 구체적인 방법을 배운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需于郊 利用恒 无咎

         需于沙 小有言 終吉

         需于泥 致寇至

         需于血 出自穴 

         需于酒食 貞吉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 來 敬之 終吉

 

       수(수, 기다림)에는 믿음이 필수적이다. 

       성공에 대한 굳센 믿음과 함께 때를 기다리는 것은, 

       밝은 빛이 마침내 길을 여는 것과 같으니,  그 끝이 반드시 길하다.

 

       이로써 대업이 시작된다.

       적극적이지 않은 자세로 때를 기다린다면,  이룸이 늦지만 허물도 없다.

       청빈하고 곧은 생활을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면,  시작 단계에서 작은 부딪침은 있으나 끝은 길하다.

       지나치게 혈기 왕성한 채로 기다린다면, 거점을 지킬 수 없다.

     

      부정적인 행위를 일삼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은 도둑을 키움과 같다.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자기의 일을 즐기면서 여유있게 기다린다면,

      끝에는 길하며 성공한다.

 

      기다림이 마침내 무르익으면,  천시(천시)와 환경(환경)과 귀인(귀인)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 공경하고 그의 경륜에 따르면 반드시 성공한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 유부 광형 정길 이섭대천)

 

  수(需)는 때를 기다림이다.  유부(有孚)는 믿음 또는 확신이 있음을 의미한다.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는 왜 기다리는지, 무엇을 기다리는지에 대한 믿음과 확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기다림에 있어서 첫 번째 요건이다.  목표와 기약이 없는

기다림이 얼마나 허무한지 모두가 아는 바이다.  <주역>은 이처럼 기다림에는 반드시 믿음과 확신,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말로 시작하여 한층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믿음과 확신이 잇는 기다림,  목표가 분명한 기다림이라면 그 과정에 설혹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무섭거나 두려울 것이 없다.  그러니 어둠 속의 빛살처럼 거침없이 기다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광형(光亨)이 의미하는 바다.  혹은 믿음이 생기는 순간,  기다림에도 광명의 빛이 보인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기다릴 수 있다면 그 끝(貞)이 좋지 않을 수 없다(吉).

 

  리섭대천(利涉大川)은 큰내를 건넘이 이롭다는 말이니,  모험정신을 강조하기 위하여 <주역>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여기서는 믿음과 확신을 바탕으로 한 기다림의 끝에서,  마침내 때를 얻어 용감하게 대업을 성취하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최종적인 대업의 성취를 위해서 기다림 외에도 마지막의 실천적인 모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需于郊 利用恒 无咎 (수우교 리용항 무구)    

 

  앞의 구절은 기다림의 전제 조건을 말한 것으로,  믿음이 없는 기다림은 무의미하다는 교훈이다.  여기서부터는 구체적인 양상을 살피고 있는데,  기다림의 장소를 빗대어 기다리는 자의 태도와 생활 원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하고 있다.

 

  우선 수우교(需于郊)의 郊는 교외(郊外)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수우교는 제도권 밖에서 기다린다는 뜻이다.  정치는 城안에서 하는데 성 밖에서 기다리는 형국이다. 

 

  재야(在野)의 인물로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 방관하는 척하고,  실제에도 잘 뛰어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리용항(利用恒)이 의미하는 바가 그것이며,  한창 힘차게 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할 利의 시절이 왔는데도 그냥 그저 그렇게(恒)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교외에서 제도권 밖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관망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리섭대천(利涉大川)의 기회 대신 '허물이 없다(无咎)'는 정도의 명예만 얻게 될 것이다.

 

 

    需于沙 小有言 終吉 (수우사 소유언 종길) 

 

  수우사(需于沙)는 모래밭 위에서 기다린다는 말이니,  군자가 청렴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면서 기다리는 모습의 상징이다.  沙는 뒤이어 나오는 니(泥, 진흙밭)와 대비되어 청렴하고 깨끗한 장소,  그런 기다림의 자세를 의미한다.

 

  이렇게 깨끗한 모래밭 위에 서서 고고하게 기다리다 보면,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고,  혼자만 잘난 척한다는 등의 비난이나 꾸지람을 들을 수도 있다.  이처럼 고난이나 불평,  비판을 면키 어려우니, 작은 말들이 있게(小有言) 마련이다.  하지만

이 처럼 때묻지 않은 기다림이라야 끝이 길하다(終吉).

 

 

     需于泥 致寇至 (수우니 치구지)

 

  진흙밭에서 기다림(需于泥)은 도적이 이름을 초래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니,  부정적인 장소에서 때를 기다리게 되면 나쁜 마음이 생기고 오히려 범죄와 암합(暗合)하는 상태를 초래하게 되기도 한다. 기다림에도 미학이 있으니,  공간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좋은 심성과 바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오랜 수행과 공부를 하여ㄷ 이룬 경륜이라도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기다리는 장소의 선택이 매우 중요함을 가르친 것이다.

 

 

       需于血 出自穴 (수우혈 출자혈) 

 

  수우혈(需于血)은 피에서(于血)에서 기다린다(需)는 말이니,  넘치는 혈기와 정열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로  기다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런 기다림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 혈기와 정열 때문에 굴 밖으로 뛰쳐나가고야 마는 단군신화의 호랑이가 이런 경우이다.

 

  그래서 결국 구멍에서(自穴)에서 뛰쳐나오게(出) 된다고 했다.  이대의 구멍(穴)은 자신의 근거지, 혹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을 의미한다. 

 

  무릇 기다림에는 지루함을 이기는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성정이 급하고 혈기가 강하면 기다리는 공간을 지키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기 어렵다.  지다리는 공부는 혈기를 안정케 하는 공부이며,  차분하게 자기를 이기는 힘을 기르는 공부에 다름 아닌 것이다.  

 

 

     需于酒食 貞吉 (수우주식 정길)

 

  수우주식(需于酒食)은 주식(酒食)위에서 기다린다는 말이다. 이때의 주(酒)는 자신의 즐거움을 뜻하고,  식(食)은 가정경제의 안정을 뜻한다.  따라서 이말은 가족들의 생활을 안정되게 경영하고 자신의 활동도 잘 유지하며 기다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현실에 충실한 기다림은 그 끝(貞)이 길(吉)하다는 것이다.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자기의 일을 즐기면서 기다리는 기다림이야마로 <주역>이 말하는 최고의 需(기다림)인 것이다.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 來 敬之 終吉 (입우혈 유불속지객삼인 래 경지 종길)

 

  입우혈(入于穴)은 마침내 때를 만났을 때, 그 꿈을 펼치기 위해 적당한 장소로 나아감을 말한다.  곰이 마늘과 쑥을 싸들고 인간이 되기 위해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 시기가 도래했음을 어떻게 알수 있는가?

  청하지 않은(不速) 세 사람의 객(客三人)이 있어(有) 오는(來) 것으로 알 수 있다.  청하지 않은 세 사람의 객이란 앞서 나왔던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다른 이름이다.  하늘이 정해 준 시간과 당이 베풀어 준 환경이 구비되고,  나를 도와줄 인재가 나타나는 순간이 기다림을 마치고 리섭대천(利涉大川)의 위대한 모험을 감행할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재의 출현이 가장 가시적이고 즉자적인 타이밍의 판별 기준이 된다.  그런 귀인(貴人)이 나타나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그를 공경해(敬之) ㅁㅈ이하고,  그 뜻을 받들어 행한다면 끝내는(終) 길하다는 것이다.

 

  이상의 설명을 통해 <주역>은 기다림을 위한 마음의 준비(有孚, 믿음) 기다리는 동안의 자세(酒食, 적극적인 생활), 기다림을 마무리하는 순간의 타이밍과 행동 요령(敬之)을 차레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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