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9장 소축

오토산 2011. 12. 8. 18:53

 

 

 제9장 소축(小畜) [ㅡ, 風天小畜]  작은행복의 소중함   

        

        가정에서의 작은행복 만들기

 

  사람들은 종종 크고 화려한 성공에만 정신을 빼앗겨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돌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성공을 꿈꾸는 사업가나 정치인들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작은 성공을 이루지 못하면 큰일도 도모하기 어렵고,

  작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결국 큰 행복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작은 것의 소중함, 작은 행복의 가치, 작은 성공의 道와 방법은 무엇인가?

 

 

小畜 亨 密雲不雨 自我西郊

  復自道 何基咎 吉

  牽復 吉

  輿說輻 夫妻反目

  有孚 血去惕出 无咎

  有孚 攣如 富以其隣

  旣雨旣處 尙德 載 婦 貞 厲 月幾望 君子 征 凶 

 

  작은 성공이나 행복도 일찍부터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오지않는 경우가 있듯이,

  쉬워 보이는 작은 행복도 얻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집 바깥에서 기다리고만 있기 때문이다.

 

  원만한 가정과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는다면 

  무슨 허물이 있으랴. 오로지 그 또한 길하다.

  설령 타인에게 이끌리어 가정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하드라도 역시 길하다.

  

  소축(小畜)의 작은 행복으로 가는 수레바퀴가 이탈하면, 

  부부가 서로 반목하게 된다.

 

  믿음으로 생사의 두려움을 없애야 허물이 없다.

  바로 곁의 이웃과 서로 협력하여 부를 창출하고,

  믿음으로 결속하는 것도 소축을 실현하는 한 방법이다.

 

  때가 왔을 때 일을 이루어야 된다.

  욕심으로 능력 밖의 일을 하니 부인이 걱정하고,

  때가 이미 지났는데도 덤벼드니 참으로 흉하다.    

 

 

     小畜 亨 密雲不雨 自我西郊  (소축 형 밀운불우 자아서교)

 

  소축(小畜)은 작은것을 기른다는 말이니,  작은 성공이나 행복, 혹은 이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소축은 원형리정(元亨利貞)가운데 亨의 시절에 결정된다고 했다.

 

  뒤에 나오는 구절들까지를 고려할 때 이는 대체로 부부가 처음 연을 맺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때부터 좋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 부부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나중에 소축의 작은 행복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혼 전부터 합심해서 계획을 세우고 재테크 방법을 논의하는 오늘날의 똑똑한 젋은이들을 보면, 최소한 이런 원리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흐뭇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축이 쉬운 일 같아도, 사실은 절대로 쉽지 않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밀운불우(密雲不雨)라고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다는 말이니, 소축이 금방 달성될 것 같고, 저절로 될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비유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노력은 하지 않고 바깥에서만 서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이를 자아서교(自我西郊), 다시 말해 서쪽 교외에서 놀기만하고 적극적으로 쟁취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아무리 소축이지만 얻을 수 없다고 했다.

 

 

      復自道 何基咎 吉 (복자도 하기구 길)    

 

  행복을 바라지 않는 것도 어닐 텐데,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집 바깥에서 서성이고만 있는가?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가족의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가정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더 절실하게, 모든 행복이 가정에서 부터 시작되고 모든 성공이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더 철저하게 깨달아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을 통한 작은 행복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은,  당연히 가정의 소중함을 철저하게 깨닫는 것일 수 밖에 없다.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 있어,  자기 스스로(自) 가정의 소중함과 그 도(道)를 깨달아 돌아와서(復) 작은 행복을 이룬다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何其咎)?  또한 누군가의 조언에 의하거나 강제로 이끌리어, 바깥에서 서성이는 기간이 짧게 집으로 돌아와 작은 행복을 찾는다면 그 또한 무슨 허물이겠는가(何其咎)? <주역>은 그런 것은 아무런 허물이 안되고 吉하다고 했다.

 

 

    牽復 吉  (견복 길)

 

  견복(牽復)은 복자도(復自道)의 반대 개념이다. 즉 타인에게 이끌려서(牽), 다른 사람의 지도를 받아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돌아오는(復) 경우에 해당한다.  이 역시 나쁠 것이 없다(吉).  

 

 

    輿說輻 夫妻反目 (여탈복 부처반목)

 

  여기서는 부부의 합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부처반목)를 두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의 한쪽 바퀴가 어긋난  경우(輿說輻)

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바퀴의 한쪽이 어긋나면(說=脫) 수레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듯이 부부 사이의 합심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有孚 血去惕出 无咎 (유부 혈거척출 무구) 

 

  그렇다면 부부 사이의 반목은 왜 생기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믿음, 신뢰, 사랑의 결핍이다.  이를 <주역>은 한마디로 부(孚, 믿음)라고 했다.  이 믿음이 있어야 부부는 재앙(血)을 물리치고 (去)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으며, 그래야 허물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혈거(血去)의 혈(血)은 핏빛 재앙, 곧 불의의 사고나 전쟁 등을 말하고, 척출(惕出)의 惕은 공포와 두려움을 말한다.

 

 

     有孚 攣如 富以其隣 (유부 련여 부이기린)  

 

  믿음은 부부 사이의 덕목만은 아니다.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 믿음과 신뢰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래서 이웃과 결속(攣如)하기 위해서도 믿음이 필수적(有孚)이라는 의미로 유부련여(有孚 攣如)라는 표현을 썼다.

 

  그렇게 믿음으로 결속된 이웃(其隣)이라면 富를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해야 소축을 이룰 수 있다.  물론 이때의 이웃은 거리상의 이웃만을 말한는 것은 아니다.  부와 관계된 일을 함께하는 사람 다시 말해 넓은 의미의 한솥밥을 먹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이기린(富以其隣)은 생산에 있어서의 분업이나 기술의 공유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혼자 해야 할 일과 이웃과 같이 하는 것, 자본을 함께 조달하고 각자의 기술을 서로 나누고 합치는 것, 그래서 생산성을 높이고 그 결과인 부를 공유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이기린이 의미하는 진정한 내용인 것이다.  순수한 의미의 공동생산과 부의 공유를 말한 것이며, 폭 넓게 해석하면 공산주의 사상의 뿌리와도 다를 것이 없다.

 

 

     旣雨旣處 尙德 載 婦 貞 厲 月幾望 君子 征 凶 (기우기처 상덕 재 부 정 려 월기망 군자 정 흉)

 

  가정의 화목이나 이웃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소축은 반드시 때를 만나 실현을 보게된다.  한때 구름은 빽뻭해도 비가 오지 않은 밀운불우(密雲不雨)의 시절도 있겠지만, 마침내 때가 되면 반드시 비가 쏟아졌다가(旣雨) 그치는(旣處) 호시절이 오는 것이다.  고대하던 비가 내리고 다시 그치는 시절,  이것이 곧 기우기처의 시절이요, 이는 소축의 실현을 의미한다.  밀운불우(密雲不雨)의 구절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비는 소축의 성공과 행복을 상징한다.  이런 성공을 다른 말로 상덕(尙德)이라고 한다.  상덕은 또한 큰 은혜를 의미하기도 하므로, 그렇게 거둔 성공을 이웃과 나누어 칭송을 얻게 된다는 의미까지 포괄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때를 만나 소축을 쟁취하는 좋은 케이스를 설명한 것이지만, 이하의 구절에서는 때를 놓지고 엉뚱한 잘못을 저지르다 소축조차 얻지 못하는 케이스를 설명했다. 준비하지도 못한 사람이 때를 놓지게 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주역>의 설명을 좀더 따라가 보자.

 

  재(載)는 힘에 벅찬 짐을 떠맡은 형국을 말한 것이다.  자기의 일이 아닌 일,  자기 분수를 넘어선 일을 맡은 경우다.  앞의 설명들을 참조하자면 대체로 가정이나 이웃과의 유대와 같은 기초적인 준비도 없이 큰 성공만 바라고 함부로 일을 벌이는 경우를 설명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이런 엉뚱한 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주역>은 부인(婦)이 그 끝(貞)을 염려하고 걱정한다고 했다.  이때의 부인은 물론 아내를 뜻하기도 하지만 일을 함께하는 내부 종사자, 참모 등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주변 사람들이 지금 내가 벌이고자 하는 일에 대해 부정적이라면, 우선 정말로 자신이 그 일을 벌일 자격이나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그 일을 벌이기에 적합한 때인지, 거듭 숙고해야 할 것이다.

 

  부인이 이처럼 걱정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간다면(征) 어떻게 될까?  월기망(月幾望)은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까와졌다는 말이니, 일을 도모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군자(君子)는 무리한 일을 벌여 부인을 걱정시키는 사람이니, 설혹 때가 되었다고는 하나 최종 결과는 凶하다고 했다.  소축은 그만한 자세와 준비, 노력이 있어야 이룩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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