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12장 부

오토산 2011. 12. 8. 19:08

 

 

제 12장  부(否)[ㅡ, 天地否]  눈앞이 캄캄한 사람은 ...

 

            막힌 운을 뚫는 두 가지 방법

 

 

            살다 보면 소위 운이 꽉 막히는 경우가 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밝음이 다하면 어둠이 오는 이치다.

            이러한 어둠의 시기에는 하는 일마다 꼬이고 불행이 겹쳐 온다.

            그러나 군자라면 마땅히 실망할 일이 아니다.

            오르막 뒤에는 반드시 내리막이 있고,

            어둠이 지나면 여명이 밝아 오는 것이 또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막힐 때일수록 갱생의 노력을 경주하고,

            몸을 움추려 더 멀리 뛸 준비를 해야 한다.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拔茅如 以其彙 貞 吉 亨

            包承 小人 吉 大人 否 亨

            包羞

            有命 无咎 疇 離祉

            休否 大人 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傾否 先否 後喜 

 

   거부와 막힘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막힘의 때에는 군자일 수록 더 불리하다.  

   막히는 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개혁과 갱생을 위해 더욱 노력하기 때문이다.

   운이 막히면 큰 것을 버리고 작은 것을 취하게 된다.

   그러므로 막힘의 시절에 미래를 대비하는 행위는 끝가지 힘차야 길하다.         

   소인은 변화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를 지키기만 하니 길하지만, 

   대인은 막힘의 운을 강하게 거역하니 세상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배처럼 변화와 발전을 포기하고 현재에 안주함은 부끄러운 일이다.

   운이 막히는 때에도 절도 있고 흠 없이 살면 결국 천염을 얻어 벗어날 수 있다.

   대인은 금방 망할 것 같은 때에도 누에가 실을 뽑듯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을 풀어 나가는 법이니, 막힘의 운도 마침내 멈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막힘의 운을 뒤집고자 노력하니, 처음엔 어려워도 나중에는 성공하여 웃게 된다.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부지비인 불리군자정 대왕소래)    

 

  부(否)는 막힘이요, 거부다.  그런데 이는 사람(人)의 일이 아니라고(匪)했다.  막힘의 운세는 인위적인 것도 아니요, 사람이 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의 노력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의미까지 내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막힘의 운세란 대체 무엇인가?  <주역>이 제시하는 하늘의 도리와 땅의 섭리를 생각해 볼 때, 이는 시간과 공간의 부조화에 기인한다.  그래서 사람의 일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막힘의 운이 닥치게 되면 정말로 낭패를 보는 것은 소인이 아니라 군자다.  소인들은 제 한 몸의 영달만을 지키면 그만이지만, 군자는 더 큰 것을 이루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자는 끝까지(貞) 불리(不利)하다고 한 것이다.  이처럼 군자라도 막힌 운을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막힘의 운세는 사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자든 소인이든 막힘의 운이 닥치면 큰 것(大)을 잃고(往) 작은 것(小)을 취한다(來).  달리 해석하면 이렇게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오는 것이 바로 否의 운세인 것이다.

              

 

    拔茅如 以其彙 貞 吉 亨 (발모여 이기휘 정 길 형)

 

  발모여(拔茅如)와 이기휘(以其彙)는 띠풀을 뜯어 모아 어려운 때를 대비하는 준비를 말한다.  운이 막힐수록 이런 준비와 대비는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준비 역시 끝까지(貞) 힘차게(亨) 밀고 나가야 한다. 어영부영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래야 吉하다.

 

 

     包承 小人 吉 大人 否 亨 (포승 소인 길 대인 부 형)

 

  막히는 운세에 이르면 소인(小人)은 물려받은 것(包承)만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러니 일단은 吉하다.  포승(包承)은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이나 유업을 포장된 상태 그대로 유지한고 이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현상유지요 무사안일이다.  소인배라는 소리는 듣겠지만 안전한 방법이다.

 

  이에 반해 대인은 이를 거부하고 부정하며(否), 막힘 자체에 대해 힘찬 기운(亨)으로 맞선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자기의 이상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의 방식이 진정으로 옳은가?

 

  

     包羞 (포수) 

 

  <주역>은 한마디로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지 않는 소인배의 현상유지와 무사안일, 포장된 것(包)만을 지키려는 태도는 부끄럽고 수치스런(羞) 직이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 이르면 막히는 운세를 뚫는 방법에 대한 <주역>의 태도는 분명해 진다.  피하지 말고 맞서라는 것이며 도망치지 말고 덤비라는 것이다.

 

  

    有命 无咎 疇 離祉 (유명 무구 주 리지)

 

  그렇다면 막힘의 운에서 탈출할 방법은 있는가?  물론 있다. 명(命)을 받으면(有) 되는 것이다.  이때의 유명(有命)은 인간의 직접적인 관계를 바꾸는 명이며, 천명(天命)과는 구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명을 받는가?  <주역>은 다음의 새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무구(无咎)다.  어렵다고 남의 것을 탐하거나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는 말이요, 흠 없이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는 주(疇)다. 주는 밭의 경계가 되는 두둑을 말하기도 하고, 밭의 가지런한 이랑을 뜻하기도 한다.  밭의 두둑이나 이랑처럼 가지런하고 질서있게 생활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절도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 세 번째는 리지(離祉)다.  이때의 리(離)는 순종하고 따른다는 뜻이다.  지(祉)는 하늘의 복이라는 말이니, 현재의 어려움과 막힘의 운세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하늘의 복이라고 생각해서 순종한다는 의미이다.

 

  이상 세 가지가 否의 운세를 뜷고 나가는 비결이라는 말이다. 

 

 

     休否 大人 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휴부 대인 길 기망기망 계우포상)

 

  그렇다면 막힘의 운세는 언제 어떻게 뚫리는가?  막힘의 운세가 뜷릴 때에는 순서가 있다.  우선 활발하게 움직이는 否의 운세를 멈추게 해야한다.  이것이 휴부(休否)의단계이다.  말하자면 활화산(活火山)이 휴화산(休火山)으로 바뀌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 딴계가 되면 大人의 운세는 마침내 吉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렵다. 아직 운세가 역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는게 죽을 지경이다. 사업으로 따지자면 오늘 내일 금방 망할 것만 같은 상황이다.  기망기망(其亡其亡)은 이렇게 곧 죽을 것같은, 금방 망할 것같은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대안의 운이 이 정도로 어렵게 되었다는 것은, 역으로 막힘의 운세가 휴지기에 들어섰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군자로서의 일을 어떻게든 계속해야 한다. 마치 누에가 뽕잎을 먹고 실을 자아 내듯이 다 나왔을 것 같은데 그 작은 누에에서 다시 실이 뽑아져 나오듯이, 그렇게 끊임없이 할일을 해야한다.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누에가 기신기신하면서도 끝까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어 가는 모양을 형용한 말이 계우포상(繫于苞桑)이다.   

 

 

    傾否 先否 後喜  (경부 선부 후희)

 

  휴부(休否)의 단계 다음이 경부(경부)의 단계이다.  막힌 운(否)을 마침내 뒤집어 엎는(傾) 단계이다.  등산에 비유한다면 마침내 정상을 눈앞에 둔 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그 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군자는 끝까지 나아가 반드시 막힌 운을 뚫어야 한다.  그 마지막 고비가 경부의 단계이다. 

 

  물론 처음에는 어렵다.  그래서 선부(先否), 여전히 막혀 있다고 했다.  정상이 가가운 것 붐명한데 모퉁이와 큰 나무에 가려 꼭대기가 잘보이지 않는 경우와 같다.  하지만 계속 나아가야한다. 어떤 자세로 나아가야 하는가?  순수하고 깨끗하게(无咎), 질서정연하게(疇), 역경을 오히려 복이라 생각해 순종하면서(離祉),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  그 뒤에 무엇이 있는가?

 

  후희(後喜), 그 뒤에 기쁨이 있다고 했다.  막힘의 운세가 끝나고 마침내 정상이다.  이제는 내리막이요  여린 운의 시작이며, 성공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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