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민주주의의 시작

오토산 2011. 12. 8. 19:56

 

 

● 민주주의의 시작

 

  오늘날 세계에는 2백 개가 넘는 나라들이 있는데, 그중 민주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나라는 아마 한 곳도 없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나라가 실재로 민주정치와 민주주의적인 제도를 펼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두 민주주의를 한다고 말하기는 한다.  무력으로 국민의 뜻을 꺾어 버린 군사정권도, 수십 년 넘게 통치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지른 독재자도, 민주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수천 년 전에 씌어진 <주역>에 이미 그 대요(大要)가 들어 있다.  <복(復)>이 그것이다.  復은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나라의 주권이 임금에게서 백성에게로 돌아오는 것, 통치권이 군주나 정치인에게서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 새로운 나라로의 재탄생이 모두 復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復은 한마디로 오늘날의 민주정치에 다름 아니다.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백성이 주인인, 자유와 민주의 정치가 바로 復이다.  수천 년 전에 이미 이만큼 민주정치의 철학이 정립되어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가르침을 길흉화복의 단순한 점괘로 해석한 기존의 <주역> 해설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주역>이 본래 전하고자 했던 철학, 본래의 가르침으로 이제는 돌아가야(復) 한다.

 

  <주역>은 출입무질(出入无疾), 붕래무구(朋來无咎), 반복기도(反復其道)를 새로운 정치의 3원칙으로 설명했다.  출입무질은 출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선언이니, 오늘날의 용어로 하자면 거주 이전의 자유, 여행의 자유에 해당한다.  붕래무구는 벗이 방문하여 어떠한 토론이나 모임을 가져도 허물이 없다는 선언이니, 사상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해당한다.  반복기도는 반대나 찬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니,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선언이다.  이래서 필자는 復을 민주주의라고 풀이하는 것이다.

 

  <주역>은 또한 통치자의 다섯 가지 행태를 설명하고, 그에 다른 길흉과 허물을 논하였다.  휴복(休復)은 여유를 가지고 서둘지 않는 정치이며, 빈복(頻復)은 목표와 정책을 자주 바꾸는 정치이다.  독복(獨復)은 독자적인 노선을 고집하는 정치이며, 돈복(敦復)은 후적한 인격으로 많은 이를 따르게 하는 정치다.  마지막으로 미복(迷復)은 확실한 신념이나 목적 없이 행동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정치인의 다양한 모습을 이 속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진퇴를 잘 아는 사람, 작은 이익을 좇아 철새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사람, 훌륭한 인품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등등, 어쩌면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다섯 가지 행태를 잘 알아 처신한다면 성공하는 정치인처럼 반드시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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