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기기기익(이면동)

오토산 2015. 7. 6. 21:56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 편에 나오는
남이 물에 빠지면 자기로 인해 물에 빠진 것처럼 생각한다는 뜻의
기기기익(己飢己溺)이 떠오릅니다.

“메르스 때문에 힘드시죠.” 정부와 민간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휴일에도 외출을 자제하니 국내 소비는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작년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힘들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메르스의 직격탄을 직접 맞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국내 소상인들입니다.

매출이 반 토막 난데다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장사가 안 돼

힘드시죠. 이달치 월세는 반만 주세요.” 충북 청주 상당구 용암동의 5층짜리 상가건물

 세입자 7명이 받은 문자 메시지입니다. 실제로 메르스 영향으로 당장 이번 달 월세

마련이 힘들었던 세입자들, 감사의 문자를 건물주 윤 씨에게 보냈더니,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자’고 격려 전화까지 해줬다고 합니다.

 

이를 보며 저는 맹자의 기기기익(己飢己溺)이 떠오릅니다.
己 : 자기 기, 飢 : 주릴 기,
己 : 자기 기, 溺 : 빠질 익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 편에 나오는 기기기익은 남이 굶주리면 자기가

 굶주리게 한 것과 같이 생각하고, 남이 물에 빠지면 자기로 인해 물에 빠진 것처럼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즉,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여기면서 그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말이지요. 옛날 성현들은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마치 자신이

치수(治水)를 잘못해 그 사람이 물에 빠진 것처럼 생각했고,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면,

마치 자신이 정치를 잘 못했기 때문에 굶주리는 듯이 여겼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기기기익의 마음으로 월세를 인하해 주는 마음이 청주만의 미담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알려진 것 만도 서울의 명동 건물주들과 부산의 ‘서면 경동 파크타워’,

프리패스 원룸 등에서도 월세와 임대료를 깎아줬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여기며,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집안일도 잊은 채 최선을 다한다는 기기기익,

그 마음 하나 하나가 모여 메르스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힘차게 뛰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