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송도삼절(우받세/지평)

오토산 2016. 1. 27. 04:43

 

 

 

송도삼절(松都三絶).

자칭(自稱) 자신을

화담(花潭)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불렀던 황진이,

 

 

그 송도삼절이라는 말 속에는

그녀의 철학과 그녀의 인생이

다 들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녀는

당시의 시대적 제도나

신분상의 자신의 핸디캡에 대하여

세상을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그 제도 속에 들어 가서

그것들을 이겨냈었다.

 

 

그런 그녀가

새삼스럽게

송도삼절을 말한 연유가 무엇일까?

 

 

그녀는

허울 좋은 선비들의 허세을 보았고

그들의

문장(文章) 수준을 알게 되었으며

그들의 가식(假飾)을 보았다.

 

 

종교는 어떨까 하여

40년을

수도한 지족선사를 찾아 갔었다.

그 역시

그녀에게 무릎을 꿀은 것이다.

 

 

황진이는

자신의 신분에서는 좌절이 없었지만

숭앙(崇仰)

대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오는

그 허무감은 좌절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그 허무감을 채워 준 사람이

화담 서경덕이었다.

 

 

화담이

나이 52세에 별세를 하였으니

그 둘간의

사제(師弟)의 연은 2년여 남짓일 것이다.

아래 시조가

화담이

황진이를 생각하며 지은 시조라고 한다.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 에 어느 님

오리요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기생임에도

남자를 골라서 상대한 기생,

 

 

몸을 요구하는

권세가에게 문장으로 제압한 기생,

 

 

지고지순한 큰 스님을

색으로 파계(破戒)시킨 기생,

 

 

그런 그녀에게

화담은 어떤 존재였을까?

 

 

화담은

그녀가 정신세계에 대한 갈증으로

방황하는 것을 읽은 것이다.

 

 

기생에게는

색이 전부이겠지만

너는 색이 전부가 아니다.

고로

너는 기생이 아니다.

 

 

공맹(孔孟)이 아닌 우주만물의 이치를

화담이

그녀에게 설()해 줌으로서

그녀의

정신세계를 채워 준 것이었다.

 

 

남과 여,

그것도 남자에 대해선

남자보다

더 잘아는 기생이었던 그녀가

송도에서 으뜸은

화담과 본인이라는 말을 왜 했을까?

 

 

지식의 충족에서 오는 희열(喜悅)

어떤 성적 쾌락(快樂)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을 체험했던 것이다.

 

 

황진이에 대한 또 다른 일화로는

임제가

평안관찰사가 되어 임지로 가던 중

황진이의 무덤에 제()를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 파직이 되었다.

 

 

둘 사이는

일면식(一面識)도 없었으며

이미 황진이가

세상을 뜬지 30년 후의 일이었다.

 

 

임제는

기생이 아닌문장가 황진이

예우를 했던 것이 탈이 난 것이었다.

 

 

아래 시조가

그가 황진이의 묘 앞에서 쓴 것이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紅顔) 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

하노라.

 

 

정신적 교감(交感),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에도

그로 인해 병도 생기니

그게 상사병(相思病)이다.

 

 

그 병에는 약도 없으니

그것도 문제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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