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漢誌) (113)
유방이 말하는 항우의 열가지 죄.
영양성에서 천하 통일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한왕 유방의 가장 큰 걱정은
항우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부모님과 아내를 하루속히 구출해 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하루는 장량과 진평에게 걱정을 토로하였다.
"두 분께서는 저의 부모님과 아내를 항우로부터 구출해 올 수 있는 어떤 묘책이 없겠소이까 ?
부모님과 아내만 무사히 모셔올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벌여 볼 것이오만,
어떤 계책이 있어야만 할텐데,큰일이오."
장량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항우는 태공 내외분을 자신의 볼모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돌려보내 주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면 언제까지나 대책 없이 이대로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
"그런 것은 아니옵니다.
태공 내외분을 무사히 모셔 오려면 오직 항우와 실력으로 판가름 내는 길밖에 없으리라고 생각되옵니다."
"실력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씀입니까 ?"
"우리가 대군을 휘몰아쳐 들어가 항우를 궁지에 몰아넣고,
우리 편에서 태공 내외분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화친을 제의하게 되면
항우는 십중 팔구 태공 내외분을 돌려 보내리라 생각되옵니다."
한왕이 장량이 말을 듣고 그 문제를 여러가지로 검토하고 있는데,
때마침 밖에서 시종이 들어오더니,
"대왕 전하 !
관중에 계시는 소하 승상께서 지금 장수 한 사람과 함께 대왕을 알현하러 오셨습니다."
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뭐야 ?
승상이 오셨다구 ?
어서 이리로 모셔라 ! "
소하는 생면 부지의 장수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와 한왕에게 큰절을 올린다.
"신 소하,
대왕 전하께 문안드리옵니다."
"오오, 승상. 이게 얼마만이오.
그동안 노고가 많으셨소.
그런데 함께 온 저 사람은 어디서 온 누구란 사람이오 ?"
한왕은 소하의 절을 받으며,
그가 대동한 장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함께 온 사람은 키가 구 척이나 되고 눈이 부리부리한 것이,
첫눈에 보아도 영웅 호걸이 분명하였다.
소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이 사람은 <누번>이라 하옵는데,
대왕 전하의 성덕을 사모한 나머지 초나라를 정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함양으로 신을 찾아왔기에 데리고 왔사옵니다.
이 사람은 기사(驥射: 말을 타고 활을 쏘는)의 재주가 탁월한 용장이오니,
대왕께서 높게 쓰실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듣고 친히 걸어와 누번의 손을 다정히 붙잡으며 말한다.
"오오,
나를 도와주기 위해 멀리서 일부러 찾아 왔다니, 이런 고마운 일이 없구려.
오늘부터 나의 장하(帳下)에서 나와 더불어 동식 공침(同食共寢 :함께 먹고 자면서) 하면서
생사 고락을 같이 하기로 합시다."
그러면서 한왕은 그자리에서 누번에게 어의(御衣) 한 벌과 황금 백 냥을 친히 내려 주었다.
한편, 항우는 한신을 자기 편으로 꾀어 보려고 무섭을 보내 보았으나,
한신이 끝내 응해주지 않자, 크게 분노하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분을 삭이기를,
(한신이란 놈이 끝내 유방에게만 마음을 두고 있다면,
그자가 손을 쓰기 전에 내 손으로 유방을 먼저 쳐 없애 버려야 하겠다.)
이렇게 생각한 항우는 유방을 치기위해 30만 군사를 동원하여 영양성 정벌에 나섰다.
한왕 유방은 첩자들로부터 그러한 정보를 입수하고 크게 놀라며,
긴급 중신 회의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 승상 소하가 말한다.
"신이 데리고 온 누번 장군을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다른 장수들이 도와 준다면,
항우의 공격을 능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는 동안에 한신 장군이 제나라에서 달려와 협공을 하게 되면,
항우를 이겨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듣고 누번을 비롯한 왕릉과 주발을 한자리에 불러 명한다.
"항우가 지금 30만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온다니,
누번 장군이 선봉장이 되어 왕릉, 주발 두 대장과 협력하여 적을 철저히 막아 내도록 하시오.
나는 그대들만 믿겠소."
한왕의 명에 따라, 군사들은 즉각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한편 항우는 영양성 30리 밖에 진을 치고, 한왕에게 선전 포고문을 보내었다.
<천하가 안정을 잃어버리고 흉흉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이것은 오로지 그대와 내가 천하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와 나는 오늘로서 사내답게 한판 자웅을 겨루어, 만천하의 백성들이 편히 살아 갈 수 있게 해주자.
용기가 있거든 도망치지 말고 한시 바삐 결전장으로 나오기 바란다.>
한왕은 이와 같은 선전 포고문을 받아 보고는,
웃으며 항우의 사신에게 말한다.
"천하는 힘으로 싸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지혜로 싸워 얻는 것이다.
그대는 돌아가거든 초패왕에게 분명히 일러라.
힘으로 싸울 것이 아니라 지혜로써 싸우자고."
항우는 사신으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듣고 펄펄 뛰며 노한다.
"유방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그자에게 힘의 무서움을 보여 주리라."
그리고 즉석에서 정공, 옹치, 환초, 우자기등 네 대장으로 하여금
대군을 나눠 거느리고 영양성으로 쳐들어 가게 하였다.
적군이 노도와 같이 몰려 오니, 한나라 군사들도 정면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 선봉장 누번 장군은 장검을 번개치듯 휘두르며 달려 나오더니,
혼자서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하면서 네 명의 적장을 상대로 50여 합을 싸우는데,
칼 쓰는 법이 기막혀서 신묘할 뿐만이 아니라 기운이 워낙 출중하여,
싸우면 싸울수록 전세는 초군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네 명의 초장들이 누번 장군에게 이리 쫒기고 저리 쫒기는 꼬락서니를 보자,
초진에서는 계포, 이번, 장월, 항앙 등 네 장수가 장창을 휘두르며 번개처럼 달려 나와 싸움에 가담하였다.
이제는 1대 8의 대혼전이 벌어진 셈이었다.
누번 장군은 과연 천하의 용장이었다.
그러나 1대 8의 싸움이 되다 보니, 전세가 불리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 보던 왕릉과 주발이
누번 장군을 돕기 위해 별안간 함성을 울리며 대군을 몰아쳐 나오니,
초장들은 기겁을 하며 사방으로 흩어져 쫒기기 시작하였다.
누번 장군은 그 기회에 적장을 맹렬히 추격하여 이번과 장월을 제각기 찔러 죽였다.
대장 계포는 이번과 장월이 눈앞에서 쓰러지는 광경을 보고 혼비 백산하여 본진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초장 항앙은 왕릉의 손에 죽어서 초군은 형편없이 패배하였다.
본진에 있던 항우는 패전 소식을 듣자,
크게 노하며 몸소 장극(長戟:긴창)을 바람개비 처럼 휘두르며 전선으로 나는 듯이 달려 나왔다.
누번 장군은 항우를 보자 멀리서 활을 쏘아 갈기려 하였다.
그러자 항우가 번개같이 달려오며 태산이 무너질 듯한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누번은 자신도 모르게 활을 떨어뜨렸다.
게다가 타고 있는 말까지도 항우의 고함 소리에 경풍을 하며,
50여 보나 뒷걸음을 치는 바람에 누번은 자기도 모르게 도망을 치며,
"저 장수가 누구냐 ?"하고 큰소리로 물으니
누군가 숨가쁘게 쫒겨 오며,
"저 사람이 바로 역발산 기개세의 항우 입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전선으로 뛰어든 항우는 한나라 군사들을 무수히 유린하며 어느덧 단독으로 진문앞까지 육박해 오니,
한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항우는 진문 앞에 말을 멈추고 큰소리로 외친다.
"내가 꼭 할 말이 있으니,
유방은 이리 나와 내 말을 들으라."
항우가 이모양으로 나오니 유방은 비겁하게 꽁무니를 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많은 장수들을 좌우에 거느리고 항우를 멀리서 바라보며 말한다.
"초패왕은 나에게 할 말이 있거든 어서 말해 보시오."
항우는 유방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싸우기를 여러 해. 그러나 그대와 내가 직접 싸워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애꿎은 군사들과 백성들을 괴롭힐 게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이 직접 싸워서 자웅을 결하자.
그러는 것이 영웅 호걸다운 태도가 아니겠느냐 ?"
힘으로 싸우면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다는 태도였다.
유방은 항우를 바라보며 꾸짖듯이 대답한다.
"그대는 아직도 잘못 알고 있는데, 그대와 나의 싸움은 단순한 힘과 힘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들의 싸움은 정의(正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는 것을 그대는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
항우는 유방의 꾸짖는 소리를 듣고 앙천 대소를 하면서 큰소리로 외친다.
"이 못난 놈아 !
싸움에는 승자와 패자만이 있을 뿐이지, 정의와 불의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이냐 ?
너는 <정의란 승자의 웅변>이란 말조차 모른다는 말이냐 ? "
* 글 중간에 붙여.
문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데드 크로스(찬반역전)>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이런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호 관계를 무시한 우리측의 일방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노력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국내 경제문제와 더불어 전임 정부가 저지른 것과 유사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실의 특별감찰반 의혹이 연이어 터져나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애초에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국민들이 민주당이 예뻐서 지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박근혜정부의 적폐를 비롯한 오만과 불통때문에 ,
의혹과 불신에 싸인 국민들이 이제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자
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국정의 난맥을 성토했기 때문이 아니었겠나 ?
그로 인해 바뀐 정부의 국정이 지금처럼 계속 성과를 못내고,
국민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지 못하고 생활이 계속 악화된다면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마음이 순식간에 어떤 사태를 계기로 돌아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30 수년 전에, 결혼을 하자 마자 애를 낳았다.
그렇게 낳은 딸애는 5년 전에 시집을 보냈는데,
아직도 애를 가지지 않고있다.
"왜그러는데 ?"
얼마 전에 딸 애에게 물었더니 대답은 이렇게 돌아왔다.
"애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되서 ...."
이해(害)찬 민주당 대표가 언젠가 우리의 현 경제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느 정부,어느 시절에나 경제가 좋다고 말했던 때는 없었다."
그러나 ...
그때는 요즘과 달리,적어도 희망(希望)만은 있어왔다.
...
유방은 즉석에서 반박한다.
"그대가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도 자신의 죄과를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그대의 죄를 낱낱이 일러 줄 테니 명심해 듣거라."
첫째, 그대는 회왕과의 언약을 배반하고 나를 파촉으로 좌천시켰으니 그 죄가 하나요.
둘째, 그대는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경자군(卿子軍)대장 송의(宋義) 장군을 죽였으니 그 죄가 둘이요.
셋째, 조(趙)나라를 맘대로 점령하고 그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니 그 죄가 넷이요,
넷째, 진(秦)나라의 대궐을 불태워 버리고,
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쳐 재화(財貨)를 맘대로 횡령했으니 그 죄가 넷이요,
다섯째, 진 이세 황제의 아들 자영을 죽여 버렸으니 그 죄가 다섯이요,
여섯째, 진나라의 죄 없는 군사들을 20여만 명이나 생매장을 해버렸으니 그 죄가 여섯이요,
일곱째, 점령지구의 관리들을 적폐(積弊)를 구실로 쫒아내고,
자기 부하들을 그 자리에 앉혔으니 그 죄가 일곱이요,
여덟째, 의제(義帝)를 쫒아내고 스스로 왕(王)을 자칭했으니 그 죄가 여덟이요,
아홉째, 의제를 시해하여 시체를 강물에 내던졌으니 그 죄가 아홉이요,
열번째, 이왕 왕위에 올랐으면 선정(善政)을 베풀어 백성들을 잘 살게 해줘야 할 일 인데,
검증되지 아니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측근들이 비위를 저지르는 등의 일로 인하여
백성들을 근심과 걱정을 하게 만들었으니 그 죄가 열이로다."
"그대가 이상과 같은 죄를 범했으므로,
나는 오로지 제후들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그대의 죄를 다스리고자 할 뿐이다.
내 어찌 이와 같은 대의 명분이 없이 그대를 상대로 부질없는 싸움을 일삼겠느냐 ?"
유방의 입에서 마지막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항우는
너무도 격분한 나머지 장극을 휘두르며 번개같이 유방을 향하여 돌진해 왔다.
애시당초 유방은 항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유방을 호위하던 장수들이 항우를 결사적으로 막아내는 사이에,
유방은 후방으로 재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몇몇 장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성안으로 쫒겨가고 있었는데,
별안간 성문 근처 숲속에 매복해 있던 종이매가
수천 군사들과 함께 화살을 빗발치듯 쏘아대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항우는 유방이 쫒겨 갈 것을 알고 그곳에 종이매를 미리 대기시켜 두었던 것이었다.
유방은 쫒기며 싸우며 하다가 마침내 왼쪽 팔에 적의 화살을 맞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군사들이 사기를 상실할까 두려워 자기 손으로 화살을 힘차게 뽑아 버렸다.
그러자 장수들이 여기저기서 다가와 묻는다.
"대왕 전하 괜찮으시겠습니까 ?"
"괜찮다 !
화살이 옷에 꽂혔기에 뽑아 버렸을 뿐이다.
내 걱정은 말고 어서들 싸우기나 하여라 ! "
말을 달려가며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화살을 맞는 순간부터 고통은 전신으로 엄습해 왔고, 피가 겨드랑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유방이 화살을 맞은 사실이 알려지자 초군의 사기는 별안간 왕성해져
노도와 같이 휘몰아쳐 나오며 한나라 군사들을 닥치는 대로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절체 절명의 위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 때,
별안간 동남방으로부터 한신이 대군을 일진 광풍처럼 휘몰아쳐 오며,
초군병사들을 마치 풀을 베듯이 베어 버리며 다가온다.
게다가 언제 나타났는지 팽월 장군이 한왕을 엄호하면서,
"대왕 전하 !
적의 양도(糧道)를 차단하고 오는 길이오니,
적은 이제 독 안에 든 쥐에 신세가 될 것이옵니다."하고
소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
한왕을 추격하던 종이매가 그 소리를 듣고,
재빨리 군사를 거두어 가지고 후방으로 급히 달려와 항우에게 고하니,
항우는 깜짝 놀라면서,
"뭐야 ?
한신과 팽월이 우리의 군량 수송로를 차단하고 여기까지 대군을 몰고 왔다구 ?
그렇다면 큰일이 아닌가 ?
그럼 유방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삼군을 급히 철수시켜라."하고 긴급 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한왕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본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상처가 의외로 심하여 당분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장량이 장중으로 달려와 위로의 말을 한다.
"초군을 깨끗이 쫒아 버렸사오니, 주공께서는 아무 걱정 마시고 상처 치유에만 전념하시옵소서.
한신 장군이 대군을 거느리고 성고성으로 떠나갔으니, 초군을 머지않아 섬멸하게 될 것입니다."
"고맙소이다.
그러나 이 중대한 시국에 이 정도의 상처로 어찌 만사를 전폐하고 누워만 있을 수 있겠소."
"대왕 전하 !
천하 대사를 뜻대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은,
대왕 전하의 상처를 신속히 치유하는 일이옵니다.
대왕 전하께서 건강하지 못하시면 무슨 일인들 제대로 해낼 수가 있으오리까?"
"선생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그러면 오늘부터 제만사하고 상처 치유에 전념하겠소이다."
그로부터 10여 일쯤 한왕이 상처 치유에 전념하니 건강이 급속도로 회복되었다.
그리하여 오랫만에 진중을 순찰하니, 장량은 크게 기뻐하는 장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말한다.
"대왕 전하께서 건강을 회복하셨으니,
우리들은 이제 성고성에 있는 한신 장군과 협동하여 초군을 본격적으로 쳐부술 때가 되었소이다."
한편, 항우는 본진으로 철수하여 긴급회의를 열어 금후의 대책을 논의하였다.
"적장 팽월에게 군량 수송로를 차단당한 것은 우리에게는 커다란 타격이오.
제아무리 막강한 우리의 군사라도 먹지 않고서야 어떻게 싸울 수가 있겠소.
게다가 한신이 성고성을 지키고 있어서 영양성을 함락시키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구려.
그렇다면 일단 광무(廣武)로 후퇴하여 새로운 수송로부터 개척해 놓고 나서
영양성을 공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여러 장수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
대장 종이매가 나서며 말한다.
"폐하의 성견(聖見)은 참으로 훌륭하시옵니다.
오늘밤 신은 군사를 거느리고 산을 넘어 광무로 떠날 것이니,
폐하께서는 호위병만 거느리고 편하게 큰길로 이동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
폐하게서 행군하시는 길에는 적들이 감히 근접을 못할 것이옵니다."
항우는 종이매의 의견을 옳게 여기고, 군사들은 야음(夜陰)을 이용하여 산을 넘어가게 하고,
자신은 당당하게 대로를 거쳐 광무로 출발했다.
한나라 첩자들이 적의 이동을 주시하고 있다가,이런 사실을 즉시 장량에게 보고하였다.
장량은 첩자들의 보고를 받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모든 장수에게 명한다.
"내가 예측한 대로 적은 지금 대이동을 개시하였소.
우리들은 지금부터 대왕을 모시고 아무도 모르게 적의 뒤를 따라가야 하오.
우리가 성고성으로 무사히 이동하려면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을 것이오."
한왕은 한신 장군이 주둔하고 있는 성고성으로 가기 위해 적의 뒤를 멀찌감치 따라가기로 하였다.
얼마를 그렇게 가다가 도중에거 하후영과 주숙 두 장군을 만났다.
그들은 한왕에게 이렇게 고했다.
"한신 장군은 성고성에서 대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원수께서 1만의 군사를 주며,
대왕 전하를 무사히 호위하여 모시고 오라는 명을 받고 왔사옵니다."
"한신 장군이 ? 이런 고마울 데가 있나 ! "
한왕은 기쁜 마음으로 성고성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한왕과 일행은 성고성에 도착하였고,
한신의 영접을 받으며 말했다.
"장군은 오랫동안 많은 전공을 세웠지만 특히 이번에는 나를 돕기 위해 멀리서 와 주어 고맙소이다.
우리는 초패왕과 70여 번이나 싸워 왔건만 아직도 끝장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결판을 내었으면 좋겠소."
한신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홍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결판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이다.
전쟁만 끝낼 것이 아니라 초패왕에게 붙잡혀 계신 태공 내외분도 이번 기회에 무사히 모셔와야 하겠소."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우리 군사가 총출동하여 항우를 궁지에 몰아 넣으면,
항우인들 어찌 태공 내외분을 돌려 주지 않고 견딜 수 있으오리까 ?"
"나는 장군만 믿겠소.
장군은 하루속히 나를 편하게 해주시오.
거듭 부탁하오."
"대왕 전하의 분부, 깊이 명심하겠사옵니다."
한신은 그날부터 항우가 옮겨간 광무를 공략할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기 시작하였다.
...
<sn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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