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행기

봉정사 우화루에서 나눈 스님과의 대화(처음처럼 作)

오토산 2020. 9. 13. 15:26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 . .

 

1989 년 르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배 용균 감독의 빼어난 사유와 영상미로

한동안 한국영화의 자랑이었던 현장,

안동의 봉정사 영산암 우화루에 들려

달마를 너무나 빼어닮은 스님 한분과 마주 앉아 있다.

 

禪 을 바탕으로 우주적 존재론을 통찰하였다고 전해진

이 영화는 여기 영산암이라는 암자에서 주로 촬영되었고

우리는 봉정사에 올때마다

본전 대웅전과 국보 극락전을 들리기보다

이곳에 더 관심을 갖고 찾아와 영화의 한장면씩 떠 올리며

우화루에 궁둥이를 붙히고 앉아 성지같은 이곳을 끼웃거린적이 있었다.

 

세월이 가고

사노라면

허허롭고 답답할땐

또 이곳이 우리의 안식처같이 여겨져

그저 홀로 슬며시 찾아와 멍 ~ 하니 앉았다 가곤하기도 하고. . .

그때 자그마한 선방에 할머니 보살이 살고 계셔

그분과 눈인사 나눈것만으로도

따숩고 편안한 마음이 되어

산사를 내려가는 마음이 무척 가볍고 즐거웠던 기억도 있다.

 

헌데

왜 여기에 그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스님 한분이 꽃비내려 우화루라 부른다는

그 누마루에서 눈웃음으로 반기며

< 올라 오소 ! > 하고 반갑게 맞는다.

왜 이곳에 그가 거처하는지는 알수 없어도. . .

 

수년전 우리는 부처님의 가피가 계셨는지

이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주지스님 십수명과

신라 왕족이라 여겨지는 스님 교각의 등신불을 친견하려고

중국 구화산에 성지순례를 함께한 인연이 있는 스님이다.

안동, 의성의 각 사찰에서 주지스님으로 주석하셨던 이 분은

그동안 아주 친절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오늘은 또 이곳에서 별난 만남으로 인연을 잇는다.

茶香室이란 자그마한 당호를 내건

우화루 선방에서 차를 우려 내시며

넉넉한 웃음과 편안한 말씀으로

우리 일행을 꽃비내리는 영산회상의 환상속으로 우리를 반기신다.

 

사실 오늘은 중요 일정으로

도산서원을 갈 예정이었으나

맞이하시는 분의 일정이 맞지않아 나중으로 미루고

요즘 가끔 만나뵙는 이 동필 전, 농수산부 장관내외와

점심이나 가볍게 하고 나들이를 한다면서 나선 걸음이었다.

 

친구들이 가끔씩 묻곤했었다.

자넨 요새 이 장관과 가끔 세교를 맺고 이어가는데

무슨 인연과 왜 그리 만나는지를. . .

 

나는 이 장관뿐만이 아니라

은퇴하시고 고향에 돌아와 여생을

지역과 함께 하시는 분들과는

무슨일이든지, 어떤 만남이든간에

알뜰히 모시고 조금이라도 편하고 넉넉한 나날이 되도록

내가 할수있는 역활과 쓰임새가 있으면

나도 이를 마다않고 살뜰히 도우미 역활을 하려고 다짐하던 터여서

이 장관과는 마음까지 넘보는 사이로 만나뵙고 지낸다.

오늘도 그래서 편하게 마주 앉아있고 점심후엔

봉정사까지 소요유하는 마음으로 나들이를 나선것이다.

 

지난번 안동무궁화 전시회때

고맙게도 참석하셔서

이 장관님이 격려사를 해 주셨고

다른일로 서로 연락하다가 오늘에서야 만났기에

더 반갑고 고마운 시간이 되었다.

내친김에 가을이 깊어지면

부석사 조실로 계신 근일 스님과

희방사 주지이신 설송 스님을 찾아 뵙기로 예정도 하면서. . .

 

오늘은 성불을 기다리시는

영산암 우화루에 계시는

스님으로부터 정말 오래 향이 머무는

차 한잔을 입에 머금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묻고 있다.

더구나 천년을 기다려야 핀다는 전설의 < 우담바라 >가

이곳에 피어있으니 우리는 이렇게 천년을 살고 있는것이 된다.

오늘 점심때 먹은 산삼과

얻어 마신 생강나무 꽃차가

이런 홍재를 낳았는지 모를 일이다.

 

내려오는 길에

길에서 길을 물으며. . .

오늘, 지금, 여기 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