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2>
*서문경은 저승의 망경대에서 반금련의 행실을 보고...
어허 야 어허 야,
간다 간다 떠나 간다,
어허 야 어허 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허 야 어허 야!
초승달 같은 눈썹, 촉촉하게 유혹 스러운 앵두 같은 입술, 버들가지 같은 이팔청춘의 개미허리,
갸름하고 우수에 젖은 듯한 쌕시한 얼굴, 아무리 총명하고 아름다운 절새미인이라도
한 순간에 한줌의 재로 변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니더냐!
당나라 시인 장적이 아니더라도, 고금의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북망 행" 을 부르며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슬프다! 하루살이 부평초 같이 덧 없는 우리네 삶이여!
북망산에 한줌의 백골로 묻혀 흙으로 돌아가니, 이 세상에 왔다 간 흔적조차 없구나!
"에라! 이 빌어먹을! 죽으면 썩을 놈의 몸뚱아리 아껴서 무엇하나,
살아 생전 진탕만탕 즐겨나 보세!"
우유빛 젖무덤에 콧뻬기를 틀어박고, 허벅지 옥문지엔 주둥아리 파묻으며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고, 틈만 나면 이놈 저놈 가리지 않고
오만 나뿐술수 다 짜내어 중상 모략 다반사로 재물을 강탈에 이골이 났으니,
이 모두가 사후(死後) 저승 귀신들의 세계를 알지 못해서 기고 만장 한 것이렸다.
많이 배웠다는 선비들은 의심은 더럽게 많아서
귀신을 만났다거나 꿈속에서 망자(亡者)를
보았다고 말만하면 환각을 본것이라 몰아 붙이며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고 저승 세계가 어디 있냐고 누가 갔다 왔느냐며 쏘아 붙인다.
그러나 영생하는 이 그 누구며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비명 횡사 하는 이는 어떤 이론으로 해명 할 것인가?
앞날을 예측하지 못함은 아무도 가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하였지만
저승 세계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낙양성 북문 밖 북망산 가는 길,
가을 잡초 사이로 머얼리 떠나고 있는 상여의 행렬....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애절한 만가(輓歌) 속에,
무덤은 오늘도 자꾸만 늘어만 간다.
조석(朝夕)으로 끊임없이 상여 행렬 이어지나,
낙양성 번하 저자거리 인파는 더욱 늘어 나는데.
어제는 호화 분묘의 높은 비석,
오늘은 이름 모를 초가집 낡은 댓돌...
가가호호 성묘 오는 한식이면,
나무 위에 몰려드는 까마귀 무리.
그대 근심이 무엇인지 모르신다면.
한번쯤 성문 밖 북망산에 올라 보시게.
-장적(张籍), 북망행(北亡行)-
글을 읽으며 공자님 말씀에
"귀신을 경이원지(敬而远之)하라"는 이야기도 이해 하지못한 것인가?
꽃이 피면 열매를 맺게 되고, 원통한 일을 남에게 끼치게 되면 업보로 돌아오게 된다.
이는 마치 육체를 따라 다니는 그림자와 같다고 화엄경에도 명시되어 있다.
진정 의심을 버리지 않는다며 어찌 피안에 이르리오!
이제 금병매(金瓶梅)를 읽고도 깨달음이 없는 중생들을 위하여
대체 서문경(西門慶)이 사후(死后)에 어떻게 지내는지 저승으로 찾아가 알아 보자.
정신없이 골아 떨어져 잠을 자고 있는 서문경의 입가에
무엇인지 느껴지지 않는 액체가 흘러 들어왔다.
비몽사몽간에 흐릿한 눈망울로 바라본다.
애기 소조(영아)이었다.
입에 대고 있는 사발 그릇으로 보아 양향이 삼촌에세 소개해조 만들어온 미약이 분명하다.
이상하게도 뿌리치고 싶지만, 쏟아지는 잠기운을 이겨낼 방도가 없다.
약효가 느껴지자 세상모르고 뻗어 있는 형님 서문경은 내버려 둔체,
거무 티티한 서문 동생 녀석의 육봉(肉捧)이 꺼떡 꺼떡하며 하늘로 치솟아 색정을 발하고,
이 녀석과 한몸이 되어 뒹굴고 있는 반금련이 육봉 피리불기 황홀경에 혼이 나간듯 하더니
이젠 아주 몸을 타고 앉아 요분질에 정신없는 모습이 아련하게 보인다.
두 년 놈이 함께 뒹군 오랜시간이 지나자 희학질의 열매가 썩어 문드러진 채
허연 액체가 금연의 사타구니 옥문 골짜기에서 쏟아져 내린다.
분출된 액체는 점점 시뻘건 색으로 변해 간다.
피였다, 아니 피 고름이었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도 기억되지 않았다.
항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다,
눈을 떠보니 어둠속에서 회색 연기가 온새상을 뒤덮고 있었다.
"여~~여기가 어디지?"
정신없이 항망히 사방을 둘러보니
음침한 연기 속에서 희끄무리한 두 그림자가 보였다.
"누~~ 누구세요?"
"흐흐흐, 서문경!
여기가 어딘지 궁금한가?
바로 저승세계 입구로 우리는 너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다!"
" 무~~ 무엇이?
내가 죽었다고?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니,
아지랑이와 같은 허상 일 뿐,
아무리 손으로 휘져어 보아도 잡혀지지 않는다,
맥이 풀린 서문경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와 엉엉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아이고! 내가 죽다니...
그 많은 재물, 계집들을 버려두고 내가 죽다니..."
생각할 수록 분하고 원통하여 그자리에 주저앉아 통곡 한다.
"그런다고 죽은 놈이 다시 살아 난다더냐?
자, 부질없는 짖 그만두고 어서 가자"
하는 수 없이 내키지 않는 발길을 돌려 저승사자의 뒤를 쫒아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데 수많은 인귀(人鬼)들이 자기와 함께 저승사자를 따라
아무 말없이 묵묵히 따라 가고 있었다.
자신처럼 이제 막 죽은 새 귀신들이었다.
죽은 놈이 통곡을 하고 원통해 한다고 다시 살아 나는 것도 아니니,
이제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고 앞날을 대비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은 서문경은
바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마음을 다그친다.
역시 사업수완이나 목표를 정하여
한번 물었다 하면 목숨이 끊어질때 까지는 놓지않는 승냥이 처럼
지독하리 만큼 적응이 빠르다.
왕년에 백수건달로 굴러먹을 때의 경험을 되살리면
저승이라고 별 수 있겠나 하며 주위를 둘러보면서 잔머리를 굴러본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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