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서문경의 첩들은 바람이 나고

오토산 2020. 12. 31. 16:00

금옥몽(속 금병매) <7>

*묘에 흙이 마르기도 전에 서문경의 첩들은 바람이 나고...

그때 갑짜기 다섯째 마누라 반금련의 얼굴이 획 지나가더니 그녀의 방안 풍경이 나타났다.
침대에 누워서 원앙금침을 베고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언제 봐도 요염하고 색기 흐르는 모습이지만, 억겁의 저승에서

훔쳐보는 그녀의 잠든 모습은 더욱이나 매혹적이었다.

분홍빛 망사로 된 얇은 이불이 흘러내려 백도 복숭아 같은 하이얀 어깨의 선이 송두리째 드러났다,

귀신 서문경의 가슴에도 뜨거운 열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그때였다, 누군가 소리없이 문을 열고 들어 왔다.

 

방안이 어두 컴컴한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서슴없이 금련이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도 방안의 구조에 익숙한것을 보면 필시 한두 번 와 본게 아니었다.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는 금련이 덮고 자고 있는 분홍망사 이불을 훌러덩 베껴 버린다,

실오라기 하나 안걸친 눈부신 여인의 나신이 드러났다.

그놈은 금연의 옆에 누우며 금련을 살포시 껴안는다.
그러자 금련도 그놈의 품에 얼굴을 비비며 앙탈을 한다.
서문경은 침을 꼴깍 삼키며 얼굴이 상기된다.

" 으잉!

왜 이제야 오는 거야?

얼마나 기다렸는데 "
잠을 깬 금련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교태를 부린다.

이상하게도 서문경은 분노를 느끼기 보다는 금련을 안고 있는

그가 바로 자기인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놈은 제딴에는 온갖 방중술을 다 보여 주고 있지만

여자를 즐겁게 하는 기술에 도통한 서문경이 보기에는

조족지혈(鸟足之血)의 한심한 수준 밖에 안되었다.

"아이구, 저 녀석!
삼회투신(三回投身)연후에는 당연히 삼회굴신(三回屈身) 아니더냐?
그리고는 다음번에는 성동격서(声东击西)에 일래일왕(一来一往)의 묘기를 써야지 한심하다.
남자 육봉맛에 미친년이 내 죽으니 눈이 뒤집혀 걸신이들려서

저렇게 형편없는 놈을 유희 상대로 데리고 자다니...

예라 빌어먹을 년...

금련이 파 놓은 옥고(玉股)의 늪에서 필사적으로 노를 휘저으며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놈의 서투른 배젓는 솜씨가

서문경에게는 차라리 딱하고 측은해 보이기 까지 하였다.
아니 자기가 직접 그 자리에 뛰어들지 못하는 처지가 원통하고 억울하였다.

"당신, 어쩜 그리도 나를 즐겁게 해주는 기술이 일취월장 하고 있어,

난 넘 만족해, 응!"

"헤헤,

모두 다섯째 엄니가 잘 가르쳐 주신 덕분이예요,

앞으로도 좋은 기술 많이 가르쳐 주세요

그럼 엄니만 버리지 않는다면 최대로 즐겁게 해드리도록 노력할께요."

육봉을 만지고 있던 반금련이

"어머 머, 아니 벌써 이놈이 또 힘을 쓰네,

너희 장인과는 완전히 딴판이야

사실 그 양반은 약물 힘 아니면 남자 구실도 못했다고.

호호호 요 귀여운것 너무좋아~!"

아니, 듣자하니 이놈이 이종 사위놈 바로 진경제(阵经济)가 아닌가!
이놈 동경에서 잡혀 죽음을 당할지도 몰라 약방 문까지 닫고

집안도 외부와 격리 수 백냥이나 손해보며 살려 주었더니 같이 붙어 먹어

 나도 화류계 생활 이십 년에 별별 여자 다 격었으되 죽을때까지도

장모 건드린 적은 없는데,

서문경은 열이 올라 쌍욕을 퍼 붓는다.
이렇게 잘해주었더 나인데 나몰래 붙어 먹었어, 이 년놈들.

 

"이런 천하의 개 잡년놈들,

그래 붙어 먹을께 따로 있지 장모 사위가 붙어 먹어?

고금동서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이 년놈들아!
내 너희 년놈들이 지옥에 안떨어지나 어디 두고 보자!"

똥묻은 개가 재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니,

주위에 지켜서서 같이 보던 저승사자와 옆에 있던 인귀들

모두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망향대에서 울러퍼진 웃음소리라 창세기 이래 전후 후무한 일이라 해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서문경에게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것들이 언제부터 눈이 맞았는지 모를일이지만,

감쪽같이 나를 속여먹은 년놈들을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발기발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차라리 눈으로 보지나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며 서문경의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흘려 내렸다.
저승에 와서 숱한 눈물을 흘렀지만 지금처럼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 눈물은 흘리지 않았었다.
회한과 비통에 젖은 서문경은 느닷없이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소 보소, 날좀 보고!
요꼬라지 날좀 보고!
황금 누각 어데 두고,
풍류 가락 어디 갔나!

 

불사초(不死草) 도 아니련만,
까까머리 돌 중 미약(媚藥)
어찌 그리 먹었던가!

 

방구들이 들썩들썩
기둥뿌리 흔들흔들
왕육아(王六兒)의 궁둥방아,
밤낮없이 흥건하던
반금련의 조개살이,
황천길을 재촉하는
추명귀(追命鬼) 였구나!
보소 보소 날 좀 보소!
행여라도 만의 하나
내 꼬라지 닮지 마소!

홀연히 일어난 일진광풍이 어둡고 음습한 구름을 몰고왔다.
태초의 칠흑으로 호리산 망향대를 감싸버리자

이승 세계의 광경은 영겁의 망각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버렸다.
끝없이 증오하고 가슴타게 사랑하는 그 모든것들이

이제는 다시는 만나 볼 수도 없는 일이 되고 말았으니!
아아, 덧없는 인생 한시진의 일장춘몽이구나!

피눈물을 흘리고 망향대를 내려 오는 서문경의 머리속은

다음의 죄에 대한 어떤 업보가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망향대에서 보았던 이승의 일들로 머리가 깨어질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