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9>
*무대와 화자허는 서문경을 동악제군에게 고소하고..
조금 떨어진 뒤로는 네 명의 미녀 귀신들이
청사초롱과 홍사초롱을 들고 음침한 저승길을 밝히며 걸어왔다.
향기로운 내음이 안개를 타고 거리에 퍼져왔다.
어디선가 은은한 생황과 피리소리가 어우러져 귀를 간지럽게 하더니
선동(仙童)들로 구성된 취적대의 행렬이 나타났다.
그들이 사라지자 적멸의 저승세계는 죽음의 침묵에 빠져들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숨막히는 정적의 시간이 흘러 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금빛 찬란한 가마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백옥으로 만든 커다란 가마는 열 명의 건장한 장한들이 받쳐 듣고 있었다.
선남선녀들의 한가로운 부채질 사이로
태산처럼 버티고 앉은 귀골 도인풍채의 위엄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머리에 쓰고있는 휘황 찬란한 금관이 아니더라도
그가 바로 장엄단정 음천자(荘严端正阴天子) 총관윤회 동악제군(总管轮回东岳帝君) 이 아니고 누구이던가!
기회는 바로 지금이었다.
"동악제군님!
동악제군님!"
"억울함을 들어 주소서!
원통함을 풀어 주소서!"
저희들의 상소를 받아 주소서
무대를 비롯한 세 원귀가 두 손 높이 상소장을 쳐 받들고
길가에 꿇어 엎드려 울며 하소연을 올리자,
동악제군은 잠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색 깃발을 들고있는 영관(靈官)이 상소장을 거두어 갔다.
세 원귀는 뛸듯이 기뻐하며 소원을 이루었다고 서로가 얼쏴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침침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서문경은 내하(奈何) 강변에 멍하니 서서
흐리멍텅한 눈으로 도도하게 흐르는 흑수(黑水)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북방의 유명대해(幽冥大海)에서 발원한 보기에도 소름끼치는 물결과 물소리,
속에는 수많은 종류의 독사와 독충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으며,
센 물결이 일어나면 시뻘건 피같은 것이 튀면서 지독한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커다란 시궁창이었다.
그리하여 누구나 이 강을 건너기위해 강가에 서면
"어찌하여야 좋을꼬! 어찌하면 좋을까? 하며
장탄식을 한다하여 내하라 부른다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동악부를 감싸고 흐르는 내하는 누구나 건너야 하는 저승에 첫째 관문인 셈이다.
돌아 갈래야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실제로는 인과교(因果桥)라고 불리우는 다리가 세 개나 있다.
첫번째 금다리는 부처님 공자님같은 선인들에게만 보이는 다리고,
두번째 은다리는 충신 의인 열부 효자 같이 선행을 한 인귀에게만 보이며,
세번째 동다리는 범인 들이라 해도 생전에 선행을 쌓았던 인귀들이라면
눈에 선명히 나타나는 다리였다.
서문경의 신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그런 다리였다.
그러나 약삭바른 서문경은 호송하는 저승사자들도 어차피 건너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나자,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둘러보고 또 둘러보지만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눈 앞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처럼 죄많은 악귀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강을 건너고 있는데 수많은 독사와 독충들이 그들의 온몸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되고 있었다.
"으어~악! 나 살려!"
"으아~앗! 뜨거워!"
"으흐흑! 추워라..."
뜨겁다는 놈,
추워 죽겠다는 놈,
엉엉 우는 놈,
혀를 빼물고 까무리치는 놈...
별 희한한 짖을 하는 정말 별별 놈이 다 있었다.
서문경은 차마 건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역시 다른 인귀들 처럼 "어찌하면 좋을꼬!
어찌하면 좋을까? 하며 장탄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가, 이게 누구쇼?
행님 아니요?"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에 서문경의 귀가 번쩍 띄어 뒤를 돌아 보았다.
반쯤 닳은 황화모(黄花帽)에, 구멍뚤린 흰 적삼,
베띠엮은 미투리에, 바지춤엔 동전 몇 푼,
두 쪽 불알 달랑 딸랑, 쓰러지기 일보직전.
세차 혀 놀리면서, 목구멍에 풀칠 신세,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와도 별 수 없네!
이게 누군가?
바로 서문경이 천하에,
상 거렁뱅이 시절 형제의 교분을 맺었던 상시절(常时节) 이었다.
가만히 꼴상을 살펴보니,
궁상스러운 모습이 이승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나을게 없어 보인다.
만약 이승에서 이런 꼴의 상시절을 만났다면 내가 널 언제 밨느냐며 아는체도 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때이고 이것 저것 따질 조건이 아니었다,
누가 아는 체만 해주어도 부처님 만난 양 반갑기 그지없다.
서문경이 한 밑천 챙겨서 부자가 된 후,
늘 멸시와 문전박대 만 당했던 상시절 이었다.
그나마 그를 형님으로 불러주며 아는체를 한 것은 상시절이 죽고 나서
서문경이 오십냥이나 들여 관(棺)을 짜준 고마움 때문이었다.
인과응보의 섭리는 이렇게 무섭게 연관이 되어 있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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