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8>
*서문경은 죽음의 강 내하를 건너고...
업보의 질풍노도 였던가,
분분히 떨어지는 가인(佳人)의 혼령.
은쟁반 구르던 옥구슬 목소리가,
화광이 충천한 연옥의 단말마(断末马)라!
섬섬옥수의 아미(蛾眉), 무슨 죄란 말인가?
비단 베개에 남은 향기, 아직도 이어지는 봄날의 단 꿈.
피안을 거부한 채, 적멸(寂滅)에서 이어지는 음욕의 악업(恶业).
욕망의 불길 이글거리는, 여기가 바로 풍류의 지옥이라네.
무대(武大)는 색부(色妇) 반금련의 간통 현장을 급습 하였으나,
서문경의 뒷발질에 걷어채인 후 비실비실 앓던 무대(武大)는 서문경과 반금련에게 독살 당하고는
지금 음계(阴界)의 왕사성(枉死城) 독고사(毒蛊司)에서 혼을 의탁하고 살고 있다.
착해 빠지기만 할 뿐 주변머리 없기는 이승에서와 다를바 없다.
저승 온지 벌써 십육 년이 지나도록 환생을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일전 뜻밖에도 저승에 온 서문경을 만나 그 음낭을 통쾌하게 가격하였지만,
일시적인 분풀이로 십육 년 쌓인 한을 어찌 다 풀었겠는가.
오늘은 바로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천상세계(天上世界)에 회의차 올라갔던 동악제군(东岳帝君)이 환궁하는 날이다
무대는 일찌감치 서문경에게 음해 당했던 허자허와 겁탈당하고 목메어 자살한 송혜련등과 함께
소장(诉状)을 작성하여 동악제군이 빨리 출궁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장>
왕사성 독거사에 혼을 의탁하고 있는 인귀 무대는
화자허, 송혜련등과 함께 동악제군이 앞에 엎드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희는 본래 이승세계의 산동성 청하현에서 살던 자들로서
죄가 무었인지를 모르고 스스로 편안하게 살아가던 중,
같은 고울 천하의 바람둥이요 건달인 서문경이에게 피해를 당하여
명도 다 누리지 못하고 저승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인귀 무대는 만두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느날 반금련과 서문경의 간통현장을 목격하고
그를 추궁하다가 도리어 서문경에게 발길질 당하여 몸조리 중 반금련에게 독살 당하였습니다.
인귀 화자허는 본시 서문경의 옆집에 살던 친구 사이였는데
어느날 문경의 농간으로 집을 비운 사이 아내 이병아와 간통한 사실을 알고
원통한 나머지 시름 시름 병을 앓다가 저승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 망향대에서 지켜보니 마누라와 놀아나며
마누나를 꼬득기여 재산마져 몽땅 빼앗고 말았습니다.
이 분통함을 풀어 주소서...
인귀 송혜련은 본시 서문경의 노복인 내왕의 처로서 그 미모에 눈독을 들이다가
남편 내왕을 먼 곳에 심부름을 보내 놓고는 저를 겁탈하여
정숙한 부녀자로 그 수치를 이기지 못하고 목메 자살하여 저승에 오게 되었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기에 얼마 전 비명횡사하여 저승에 끌려온 서문경의 죄를 엄히 다스리어
부디 팔십 팔층 지옥 끝에 떨어뜨려, 저희 원혼들의 피맺힌 한을 풀어 주시고
억조창생들에게 인과응보의 섭리를 캐우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만두 팔다가 독살당하여 누구하나 빌어주는이 없이 저승에 온 무대에게
지전(纸钱)이 있을 리 만무하고, 고지식한 성격에 관아에 근무하는 귀신들에게
아첨도 할 줄 모르는 순하디 순한 순둥이라
동악제군에게 상소를 전할 방법은 동악제군이 행차에 뛰어들어 읍소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물렀거라, 물렸거라!
동악제군이 행차시다!"
병졸귀(兵卒鬼)들의 호통 소리에 우글대던 원귀들이 좌우로 물러 서면서 길이 훤히 뚫어 진다.
멀리서 행차를 알리는 풍악소리와 호위대가 모습을 나타내었다.
제일 앞에는 기수 부대가 깃발을 휘날리고,
이어 철궁과 철창으로 무장한 기마부대가 대오도 정연하게 위풍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는 새빨간 머리카락을 공중으로 향하게 뻣뻣하게 곤두세운 파란 얼굴의 요괴들이 뒤따랐다.
부숭부숭한 털로 뒤덮히고 웃통을 벗어제껴 앞가슴을 드러낸체,
삐죽 튀쳐나온 송곳니와 퉁방울만한 눈을 부라리며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그 뒤 십여 장 쯤 떨어져 두 손 모아 단정하게 책자를 품에 안고 있는
이름 모를 관료로 관모를 위엄 있게 쓴 귀신들이 흑색 자색 홍색 황색 백색의
각기 다른 복장을 하고 서열 순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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