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황제 휘종은 선경을 헤메고

오토산 2021. 1. 18. 21:20

금옥몽(속 금병매) <23>

*황제 휘종은 기생 이사사의 육봉 피리불기에 선경을 헤메고...

"사사야, 너 이것이 무슨 과일인지 아느냐?

오늘 들어온 공물인데, 네 생각이 나서 가져왔느니라."
황제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강남에서 가져온 밀감이란다.

아주 싱싱하구나. 네가 좀 까 주겠니?"

" 흥, 황제에게 바치는 밀감이라니 당연히 싱싱하겠지,

저걸 싱싱한 채로 바치느라 또 얼마나 많은 역졸들과 파발마가 땀을 흘리며 쓰러져 갔을꼬..."
주방언은 나지막히 탄식을 금치 못한다.

 

당나라 현종때도 그랬다,

양귀비가 좋아 한다고 하여,

열매를 딴후 삼 일이 지나면 썩어 못 먹는 다는 과일 여지를,

단지 임금의 애첩이 좋아 한다 하여 싱싱한 채로 바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역졸들이 말을 타고 수만리 머나먼 길을 날라 오다가 탈진하여 죽어 갔던가!"

밀감을 먹고 난 황제는 사사에게 생황(笙篁)을 불어 달라고 한다.
생황은 그녀가 가장 좋아 하며 잘 연주하는 악기였다.
구슬픈 음률이 흐르기 시작한다.
봉구황(鳯求凰)이란 가락이었다.

 

주방언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옛날 한(汉)나라 때 연회에 참석한 사마상여(司马相如)가

병풍 뒤에 숨은 탁문군(卓文君)에게 사랑을 호소하며 연주하였다던 바로 그 곡이 었다.
비참하게 숨어있는 자신을 위로해 주는 은애(恩爱)의 다짐이리라.

" 오호!
과연 절세의 신기(神技)로다!
과연 뛰어난 명 연주로다!
어디 이리 가까이 다가와 보거라."

 

연주가 끝나자,

음률에 담긴 내력을 자세히 모르고 있는 황제는 이사사의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무릎위에 앉혔다.

"내 오늘 밤 너에게 특별히 부탁 할 일이 하나 있느니라."

은근한 황제의 목소리에 이사사는 어리둥절해 하며,

천하에 거리낄것 없는 황제가 미천한 기생에게 부탁이라니요,

당치 안사옵니다. 하고 말한다.

"네 그토록 뛰어난 명기라 하니, 마땅히 방사(房事)의 경험도 풍부할 터!
그러하다면 <육 피리불기> 묘기도 당연히 구사 할 줄 알겠지?"

이사사는 그와 동시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아무리 황제라 하더라도 사랑중에 자연히 일어 나는 애무라면 모르겠으나

기생이라 하여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것도 침상 밑에서 사랑하는 연인 주방언이 다 듣고 있을텐데 참 난감해 했다.

그러자 황제가 다시 말했다.
짐이 너와 잠자리를 했다는 유객 들에게서 네 육피리 불기 묘기를 칭찬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며

자기가 좋아서 온 것은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고 색욕을 채우기 위해

온 어느 유객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스스로 말하고 있었다.

사사는 황명을 거역한 죄로 망나니의 칼에 목이 떨어 지더라도 단호하게 거부하기로 마음먹고는,

제가 아직까지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황제는 내가 박복하여 숱한 비빈과 궁녀들과 성합을 가져 보았으나

한번도 만족한 계집을 만나지 못하였구나 하고 노골적으로 색마임을 증명하며

오늘 사사에게서 반드시 육피리 맛을 봐야겠다고

조서방이 아닌 황제의 명령적으로 압박을가해 왔다.

그 순간, 주방언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거친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입밖에 내고 말았다.
아주 짧은 순간적인 신음소리 였지만 황제가 훔칠 하며 좌우를 둘러 봤다.
이사사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가슴이 방망이 질을 했다.

" 음?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더냐?

"아이,

서방님두 소리는 무슨 소리가 났다고 그러세요?"

 

사사는 얼른 표정을 바꾸고는 간들어진 목소리를 내며 황상의 얼굴에 입을 맞춘다.
사사의 등줄기에서는 어느새 식은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

그럴수록 그녀의 교태는 더욱 농염해 졌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이리된 바에야 두 눈 질끈 감고 황제의 요구를 받아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정랑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수치심과 자존심이 대수겠는가!

황제는 사사의 태도가 바뀌어 적극적적으로 나오자 흐믓한 모양의 표정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황제가 접했던 모든 여인들은 한결같이 몸을 사리기만 할 뿐,

그 누구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던 것이다.

사사가 하는 대로 몸을 내 맡기고 눈을 지긋이 감은채.
황제는 아무 잡념도 없이 오로지 말초 신경에 전해지는 쾌락적인 자극만을 마음껏 음미했다.

"허허, 어떠냐?

밀감 껍질을 벗기는게 재미 있던가?

이 조서방의 옷을 벗기는게 더 재미 있느냐?"
나즈막하게 음락(淫乐)의 신음을 내 뱉으면서도 황제는 농짓거리를 끊임없이 던졌다.

"으음, 과연 좋구나!
만수산 보다 더 기막힌 선경(仙境)이 여기 로고!
네가 생황을 그리 잘 부는 것을 보니 필시 조서방의 육봉피리를 잘 부는 것도 그 연유 이렸다.
앞으로는 육봉 피리불기 라고 하지 말고 <육 생황불기>라 하거라, 하하하!

그러나 아무리 마음에 없어 하는 황제와의 엽색 행각 이지만 사사도 스스로 절제 할 수 없어

황제의 행위와 방아 찢기에 스스로 무너 져서는 어느 여념집 여자와 다르지 않은 황홀경에 빠져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 했다.

 

이제는 주방언의 존재가 머리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사사는 조서방님!
조금더 깊게 박아 저요,
조금더 더...
하며 황제의 존재를 지워 버린체 남여 육욕의 황홀경에 빠져 버린다.
아무리 기녀 중에서 명기라 하여도 방사 중에는 동물과 같아져 마음을 통제하지는 못하는가 보다.
황제가 사사의 몸위에서 절정의 절구 방어를 찌어되자,

사사는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서방님! 서방님!
숨이 곧 넘어 갈듯이 조서방을 뛰어 짠다.

눈을 질끈 감고 숨을 죽이고 있던 주방언은 차마 들을 수 없어 두 손으로 귀마져 꼭 틀어 막았다.
아비규환의 지옥이 바로 여기가 아니야 싶었다.

그러나 죽지 못해 황제의 요구대로 육봉 피리를 불고 방이 찢기를 하고 있는,

사사의 꼭 감은 두눈에 흐르는 눈물을 황제도 주방언도 알 수도 없고 보지도 못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흘러갔다.
매사가 시들하고 재미가 없던 황제는 이제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난듯 부쩍 생기가 돌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이사사와 새로운 사랑법을 실행 중이여서일 것이다.

솔직히 사랑이라고 보다는 변태적인 엽색 행위가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어느날 신바람이 난 황제는 화창한 날을 잡아 간악에서 도사들 신하들과 함께 연회를 열었다.
주흥이 도도하게 무르익는데, 한 여도사가(女道士) 일어나 노래를 부르는데 노랫 가사가 아주 흥미로웠다.

밤 공기 타고 흐르느 괴로운 시간,
날카로운 가위로 도려내고 싶구나!
눈보다 더 하얀 남녘의 소금(盐)이여,
싱싱한 밀감 껍질 벗겨내는 미인의 섬섬옥수!

비단 장막은 불타 오르는데
서로 마주앉아 생황을 부러되니,
사방에 피어나는 짐승의 향취.

나지막히 유혹하는 여인의 목소리...

"서방님 오늘은 가지 마소서,
인적 끊긴 삼경 깊은 밤엔,
그 사이 눈마져 쌓였답니다."

<소년유(少年遊).주방언>
세상 걱정이라곤 전혀 해 본 적이 없는 부잣집 아들과 어느 기녀와의 풋사랑을 노래한 것이었다.
도발적인 육욕의 세계를 묘사하면서도 결코 음란한 냄새를 풍기지 않고

젊은이들의 풋과일 같은 사랑으로 녹아 내린 낭만적인 노래 가사였다.
그러나 황제는 무언가 기분이 떨떠름 한것이 꼭 자신을 빗대어 노래한 것 같았다.

"밀감 껍질을 벗긴다?
생황을 분다?
아니,요것 봐라?"

 

생각하면 할수록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상했다.
며칠 전 이사사와 짜릿한 재미를 보던 그날 밤 현실과 어쩜 그리도 똑 같단 말인가?

황제는 밀감 껍질을 벗기듯 자신의 옷을 벗기고,
생황을 부는 것처럼 자신의 육봉 피리를 절묘하게 불어주던

이사사의 뜨거운 숨결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다시금 호흡이 가빠졌다.
살며시 눈을 감고 그날 밤, 그 광경을 음미하던 황제는 갑자기 눈을 번쩍 떳다.

"여봐라!
그 노래를 지은이가 누구이더냐?"

"예 이.
제거대성부(提举大晟府) 주방언(周邦彦)인 줄로 아뢰옵니다."

대성부 주방언이라면 음률을 관장하는 총책임자가 아닌가!
그날 밤 일을 그가 어떻게 알았을까?
휘종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당대의 최고의 사인(詞人) 즉 작사자 주방언은 개봉의 모든기생들에게 인기 최고의 인물이라,

틀림없이 이사사와도 교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날 밤 이사사와 색정의 환희를 숨어서 지켜보았다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휘종은 수치심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만약 지켜보지 않았더라도, 그날 밤의 상황을 이사사에게서 전해들은 것 만큼은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얘기까지 전해줄 사이라면 자신과 이사사와의 관계 보다

훨씬 더 가까운 사이임이 틀림 없을 것이리라!
휘종은 이제 질투심까지 느끼며, 생각 할 수록 괘심하기 짝이 없었다.
감히 황제의 방사(房事)를 못 사람들의 즐기는 유행가의 소재로 삼다니,

이를 뿌드득 하며 갈았다.

게다가 가사중에 "짐승의 향취" 라는 대목은 더욱 화나게 하는 가사였다.
물론 어느 기생의 침실에서나 최음의 효과를 얻기 위하여 사향의 향취등의 향기를 풍겨 나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황을 부니 짐승의 향취가 퍼진다" 는 노래 가사로 보아,

일부러 황제를 감히 짐승으로 취급 조롱한 것이었다.

생각이 여기까지로 추리되자 휘종은 대노했다.
당장이라도 주방언을 끌고와서 참수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황제가 야밤에 희춘루에 찿아가

기생과 육봉피리를 불며 엽색 행각을 벌렸다는게 백성들에 알려지게 되고 황제로서 체통은 무너지고,

황제의 자리도 보존이 어려울 것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분을 섞이지 못하여 몇일을 끙끙 대기만 하였다.

주방언의 복수는 통쾌하게 성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휘종은 얼마후 주방언에 대한 핑계꺼리를 만들어 파직시키고

개봉해서 멀리 떨어진 오지로 유배를 보내 버렸다.

사랑하는 정랑 주방언을 잃어버린 이사사는 황제의 성적(性的) 노리개로 전락하고 만다.
그때부터 사사는 밝고 따뜻했던 과거의 인생관을 포기한체 세상을 저주하며

기왕 이렇게 된 인생 부귀영화나 실컷 누리고 살아 보자는 모진 마음을 먹게 된다.

 

황제 휘종과 기생 이사사, 신하 주방언의 삼각관계
이야기는 <귀이집(贵耳集)에 실려있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추문(醜聞)으로 기록되어 있다.

독한 마음을 챙겨먹은 이사사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물을 모으다가

개봉 최고 미인인 원상저를 꼬득기어 유곽의 기녀로 만들어

그를 이용 부귀 영화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독자들은 개봉 최고 부자 심부자의 친가 원씨의 고명딸 상저가

죽어 저승에 갔다 오일 만에 살아난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생이 될 운명으로 태어난 인과응보의 섭리에서 나온 결과 이지만,

현실 속은 그 보다도 한 국가 지도자의 잘못된 가치관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송나라 휘종 황제의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원상저가 이사사의 어떤 꼬임에 넘어가

못 남정네에게 몸을 파는 신세가 되는지 기대해본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