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35>
장소교는 재물을 보고나자 내안과의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는데...
집에 와 보니 불에 타버린 초가는 나무로된 기둥이나 서까래는 흉칙한 몰골로 남아있고
벽돌로 된 벽채만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혹시나 경향중에라도 도적들이 떨어 뜨리고 간 금 부치 한쪽이라도 없나 하고,
대안이가 잿더미 속을 이리저리 들쑤셔 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내안이 놈이 한바탕 이삭 줍기를 해서 옮겨 감추어 놓은 터라 있을리 만무 하였다.
넋을 놓은채 잿더미를 바라보던 월랑은 기어이 참있던 울음을 터뜨리며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옆에서 보고있던 내안이 마누라가 월랑을 향하여
"염병할! 뭐가 잘났다고 울음이야,
정작 울 사람은 우린데, 우린 이제 어떻게 살라구!
마님인지 소님인지 빌어먹을 여편네가 즈거들 돈 자랑 하는 바람에
우리집 까지 몽땅 태워버리고, 수십년 모은 전 재산을 홀라당 날려 버렸는데
보상해 줄 방도는 생각지 않고 뭘 잘했다고 운디야,
우리집에 오지만 안 했으면 도적이 와서 불놀 일도 없는디 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월랑에게 삿대질을 해댓다."
내안이가
"아니, 이 여편네가 눈에 뵈는게 없나?
어디 마님에게 이 무슨 행패여!" 하고
다급하게 말리는 척한다.
"마님은 무슨 얼어죽을 마님이여!
땡전 한푼 없는 거렁뱅이 마님이 빌어먹을 밥을먹여 주나,
집도 절도 없는 우린 당장 어디가서 살어 아이고 내 팔자여!"
그러자 내안이 마누라를 설득하는데 이제 방법이 없으니
서촌 장소교의 집에가서 방 한칸를 얻어 당분간 빌 붙어 살자고 하자,
내안이 마누라는 악다구리를 멈추고는 방법이 없지 머 하며
당장 재수없는 이곳을 떠나자고 한다.
정말 내외간에 안 안팍 궁합이 잘도 맞았다.
월랑은 민망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속바지에 진주라도 나누어 줄까 하고 생각중인데
여기에는 한시도 있고 싶지 않다고 침을 퉤퉤하고 뱉으며
내안의 소매를 끌고는 종종걸음으로 가는 것이었다.
월랑은 아무 말도 못하고 떠나가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들이 사라지자 당장 또 어디가서 신세를 져야하나 하고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 할 뿐이었다.
화불단행(祸不单行)이라더니 재앙에 재앙이 꼬리를 무니 더 이상 어찌 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눈부신 맑고 찬란한 아침 햇살에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은 즐겁게 지저귀는데,
월랑은 무엇을 하여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부귀와 영화를 한손에 쥐고 있을땐
온 천하 사람들이 모두가 친구인데,
고난과 재앙이 한꺼번에 밀려오니,
온 세상 인간들이 침밷고 돌아서네,
염량세태(炎凉世态)를 탓해서 무엇하랴.
이것은 추상같이 준엄한 인과응보의 섭리이다.
힘 하나 안들이고 넝쿨째로 들어온 보물 호박을 얻게된 장씨부자는
여명이 터올 무렵 집에 도착하자 마자,
지난 겨울 무우를 묻어 놓았던 뒷마당의 땅구덩이 속에
가져온 보물 중에서 제일 값나가는 금화(金货) 상자를 넣고,
그위에 마대를 덮은 후 두툼하게 흙을 덮은 후에는 그위를 풀로 위장을 하였다.
다음으로는 패물 보따리를 풀었더니 휘황 찬란한 빛을 발하는 여러 종류의 구슬하며
금.은 팔찌와 아름다운 조각의 옥비녀 금비녀등 이름 모르는 패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장소교의 마누라 눈은 놀란 토끼 눈 모양을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나누어 항아리에 옮겨 담았더니 큼직한 항아리 두개에 가득했다.
항아리는 배추를 보관 했던 곳에 가지런히 넣고 뚜껑을 닫은 후
마대를 위에 덮고 흙을 두툼하게 덮어 버렸다.
그 다음은 옷 보따리를 풀었더니 여러가지 비단 두루마리와
담비 가죽 목도리 여우 호피등 진귀한 이름 모를 것들이 한 보따리 였다.
다시 튼튼한 보자기에 싸서 끈으로 단단히 묶어서,
장소교가 벽장 깊숙한 곳에 마누라에게 숨기라고 하자, 마누라가,
" 아니, 여보! 어쩌자고 모든걸 몽땅 집어 다 싸 버리는 거요?
내씨(来氏) 한테 줄 목은 따로 챙겨 노아야 되는것 아니우
또 꺼내자면 얼마나 귀찮겠수?" 라고 속도 모르고 말하자,
보물을 보고는 눈이 뒤집힌 장대가
" 아~씨! 엄니 무슨 쓸데없는 그런 말을 하능교
어떻게 해서 얻은 보물인데 어느놈 한테 나누어 주란 말이요
어무이는 앞으로 찍소리도 하지 마소." 하고
핀잔을 팍 조 버리자 평소에도 엄마를 손톱에 때로도 여기지 않는 자식이라
입을 꾹 다물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장소교도 보따리를 풀 수록 욕심이 생기는 지라 그럼 옷 보따리 하나만 주자고나 하며,
또 다른 보따리를 풀었더니 서문경이 입던 보석달린 옷들과
금실 및 여러가지 색실로 수놓은 누가 입던 것인지도 모르는 남여 비단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
장소교는 내안이에게 줄려고 몇가지 값비싼 옷을 구색을 맞추어 따로 챙긴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장대 녀석이 또 애비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소리친다.
" 쓰발, 아부이 추접 그만 떠소,
훔친 물건에 주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적당히 몇 벌만 주면 되지
지도 주인것 훔친 주제에 우리 한테 데들거요,
아님은 관가에 가서 고발을 할거요
혹시라도 자꾸 귀찮게 지분 거리면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황천길을 보내 버려 겠으니
아부이는 걱정 부뜨러 메슈!"
"좌우지간에 그 자슥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면서 처리 하자구요"
어떻게 얻은 보물인데 나누어 조요,
절대로 안된다구요 욕심덩어리가 몸속에 돌아 다니며
간뎅이를 키우니 재물을 얻기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 않을 생각이다,
서문경이 보다 못한 놈이 아니었다.
내안이는 마누라와 월랑과 대안이 앞에서 삼십육계 도망을 치다가 휴식을 취하면서 말한다.
당신 연기도 보통이 아니던데 난 말이야 당신이 실언을 해서 월랑이나
대안이가 눈치 체면 어쩌나 해서 간이 콩알만 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오금이 저려 혼이 났다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레이 벗어나나 하고 걱정 했었지
당신의 기지로 쉽게 벗어 났어 아이 사랑스러운것!
쉬는 중에도 뺏은 보물이 눈앞에 어른 거려 잠간의 휴식도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몰랐다.
그래서 눈섶이 휘날리게 뜀박질을 하면서도 별별 생각이 다 머리속을 스쳐 갔다.
금은 옥구슬이 가득 담긴 패물 상자는 월랑것도 있지만
반금련 이병아와 같은 처첩들이 사용하던 귀한 것들이라
팔아서 돈으로 환산해도 칠 팔백냥은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장씨에게 한 이백냥을 떼어 주면 좋아 하겠지 하며
떡줄 넘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 부터 마시고 있으니
욕심만 머리속에 꽉찬 멍청이가 참 불쌍해 보이기 까지한다.
그러면서 한수 더떠 값진 옷 보따리를 떠올리며
서문경이 살아 있을때 으시대며 입던 관복, 반금련의 오소리 털로 만든 외투,
호박 단추와 금실로 수놓은 이병아의 저고리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치마 등
생각만 해도 값비싼 옷들을 어떻게 처리 할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해 본다,깊숙이 숨겨 놓았다고 세상이 안정되면 장씨와 공동 옷 가게를 열까?
아니면 한 두벌씩 전당포에 맡기고 그 돈으로 근심 걱정 하지 않고 진탕 만탕 즐기며 살아 갈까?
라며 생각하니 머리 속이 복잡하다.
"여보, 아무래도 그 보물과 옷 보따리는 바로 우리집에 옮겨 놓는게 좋을 것 같아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마음이 변해 독차지 할려 하면 그때는 해결 하기가 골치 아파 지잖아요"
좋아서 어쩔줄 모르며 희희낙낙하던 마누라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야, 이 여편네야 니가 무엇을 안다고
남자들 일에 끼여 들어 장씨 어른이 얼마나 의리 있는 양반인지 모르는 구먼,
내가 나누어 줄 돈만 받아 챙겨도 졸지에 떼 부자가 될 터인데
무슨 우리와 원수진 일이 있다고 우리것을 뺏을려고 하겠어
이제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고 같이 장사 하기로 한 마당인데 웬 쓸데없는 걱정이여?"
하며 마누라가 찍소리도 못하게 입을 틀어 막아 버린다.
견물생심이라 보물을 본 후에 어떤 생각을 할지는 생각도 못하고,
월랑의 재물을 탈취한 자신은 세상을 뛰어가는 가장 빠르고 똑똑한 놈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세상의 철칙이 있다는 기본도 모르고 있다.
횡재한 재물은 재앙의 근원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제 명에 못살고 황천 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예감이 들었다.
내안이는 마누라와 새로 온 집을 대충 정리 하고서는
내일이면 보물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설레임에 오랬만에 마누라와 뜨거운 사랑을 밤새 나누었다.
다음날 점심때가 되어서야 장소교 한테서
오라는 기별이 와서 기다리고 있던 내안이는 단숨에 달려갔다.
방안에는 개다리 소반에 술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기름에 튀긴 큼직한 닭 한마리와 커다란 쟁반에는 삶은 돼지고기가 듬뿍 담겨있고
금방 삶았는지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물, 술 두 단지등 요란하지는 않지만 먹음직한 차림이었다.
먼저 장소교가 이웃으로 이사온 내안 동생을 위하여 하며 한잔을 올렸다.
다음 잔은 내안이가 장소교에게 성공한 우리들의 일을 축하하며 하고 한잔 올리고,
그 다음 부터는 덕담에 몇순배 술이 돌아 거나하게 되자
장소교는 장대를 불러 바닥난 안주를 가져오게 하고 술 시중을 들게 했다.
장소교는 장대에게 문을 잠그라고 했다.
내안이는 팔척 장신에 험상굿게 생긴 장대가 같이 있는게 좀 마음에 걸렸으나 어쩔 도리는 없었다.
장소교가 말한다.
"근데 말일세 은자는 그럭저럭 조금씩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금화가 문제거든 이런 쬐끄만 동네에서 사용하면 의심받기 십상이라,
그러니 금화가 삼백냥이니 아무리 못해도 은하로 이삼천 냥은 될 걸세
개봉(开封)에가서 적당한 물건을 사서 장사를 하면 어떤가?"
그러자 내안이는 입이 헤벌쩍 벌어지며
"예, 좋아요! 그렇게 해요.
이곳은 옷감 장사가 잘 되는것 같아요,
서문경이도 처음에는 옷감 장사를 시작해서 비단으로
약방으로 전당포로 장사를 확장해가면서 개봉의 갑부대열에 올랐자나요?"
기분이 좋았던지 단숨에 소주 한 사발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한다.
"날씨가 좀 서늘해 지는데
집이 몽땅 불타는 바람에 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 우선 옷 보따리 하를 꺼내 주세요.
옷 한 두벌을 전당포에 맡겨 생활비에 좀 보태고 쌀과 찬거리도 구해야 하는 뎁쇼."
옷 보따리는 먼저 한탕 한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돌려 달라고 할 것을 예상은 하였지만
막상 내안의 입에서 말이 나오자, 장소교는 못 들은 척 하며 술만 벌컥벌컥 마신다.
" 그리고 보따리 속에는 그 과부년이 선심 쓴 은자가 조금있어
그걸로 내일은 세관 거리와 이불등 생활 용품을 구해야 할것 같아요."
그리구 "장사는 날씨도 추워지니 올 겨울은 넘기구서
내년 봄 부터 시작하는것이 어떨런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장소교는 아무 대꾸도 하지않고 또 술 한잔을 비워 버렸다.
그리고는 장대에게 술 한 주전자를 더 가져오라고 하자,
장대가 한 주전자를 채워 와서는 잔을 채우려하자,
내안이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술을 더이상 먹어서는 안되겠다고 장대의 손목을 잡아 술 주전자를 내려 놓았다.
"술은 이제 그만하고 날도 어두워 졌으니 누구 볼 사람도 없겠다 물건 확인좀 합시다유!"
하며 큰소리로 말하자.
문득 장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험상궂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내안은 일 순간 움찔 하면서 격앙되었던 목소리를 누구러 뜨리며,
"어차피 우리집은 비좁아서 갔다 놓을 곳도 없어서
형님네 집에다 보관 할 수 밖에 없지만, 헌옷 좀 갔다 입겠다는데 뭐 잘못 되었나요?"
그제서야 장소교는 둘러될 말이 생각 났는지 술이 몹시 취한척하면서 입을 열었다.
"어 ~ 오랜만에 과음을 했더니 그런가 어~ 취한다.
그래야지.
그래야 되고 말고 뭐 어려울게 있겠나?
자네 불탄 집은 서촌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자네도 여기 와서 생활 하는데
자네 생활 실정을 이웃이 다 알고 있을텐데 아무리 헛 옷이라 하지만
사람들이 의심 안 하겠나, 혹시나 누가 집에 놀러 와서 낌새를 알아 버리면
그 일을 어떻게 감당 하려나?
자네뿐만 아니라 우리집 세식구 모가지가 걸린 일이야!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장난이 아니야!"
잠시 뜸을 들인뒤 다시 말한다.
"게다가 여섯자나 구덩이를 파고는 땅속에 묻어 놓았는데
그냥 구경만 하겠다고 이 밤중에 다시 파내다면 햇 불도 준비해야하고 법석을 떨어야 하는데,
이웃사람들이 라도 몰려오면 어떻게 할 텐가?
성질 머리 하는 급해 가지고 잘 보관 되어 있으니 걱정 하지 마시게나.
이렇게 하세, 내일 날이 밝는대로 마을 입구에 있는 관왕묘(关王庙)에 같이 가서
먼저 결의 형제를 맺고 묘신에 맹서 하는거야
만약 형제의 의를 배신하는자는 천벌을 받게 해달라고,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문을 꼭꼭 잠그고 조용하게 물건을 파내도록 하세,
처음 얘기 했던데로 자네는 칠십 나는 삽십으로 나누어 가지는 걸로 동생의 생각은 어떤가?
이렇게 했으면 하는데...
내안은 그제서야 만면의 웃음을 띄고 술 서너 사발을 연거프 들어 마시고 집으로 돌아 갔다.
집에서 노심초사하고 기다리던 내안이 마누라는 그간의 이야기를 다 듣고서야
안심하는 눈치이나 무언가 미심쩍은 듯 아무 말이 없었다.
내안이가 다가가 살포시 안아 침상으로 데려다 놓고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고쟁이를 내리자 마자 육봉을 넣고는 폭풍이 몰아 치는 듯이 마구 마누라 사타구니에 절구질을 해주자,
마누라도 기분이 좋아 진듯 같이 요분질로 흥분을 고조시켜 땀이 범벅이 되어서야 떨어졌다.
한참 후 땀이 식어가자 다시 두 알몸이 뒤엉겨서
또다시 한바탕 좁은 방안에 천둥 번개를 치고서야 잠잠해 졌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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